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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계약과 백지위임, 최정과 오지환은 무엇이 다른가[이슈 따라잡기]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9. 12. 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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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이번 사태로 확실히 알게 됐다. 본보기가 된 선수 입장에서는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만큼 에이전트를 선임하는 것이 선수에 얼마나 중요하고 까다로운 일로 여겨야 하는지를 피부 깊숙히 느낄 수 있는 사례가 됐다.

흔히 '백지위임'은 고참 선수들이 주로 쓰던 방법이었다. 전성기가 지나거나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선수로 뛰고 싶고 낮아진 연봉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5일 LG에서 입장을 밝혔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으로 시장에 나온 오지환이 구단에 자신의 계약을 백지위임 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

연봉도 아니고, FA 계약이다. 선수에 FA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다. 자격을 따내는 것도 어렵고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그런 기회다. 선수협이 FA 조항과 관련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유다.

아무리 선수 생활을 오래한다고 해도 30대 중후반이라면 자연스레 은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현재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고 그에 걸맞는 금액을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선수는 일반인과 다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그렇기에 선수들 모두 FA를 목놓아 기다리고 애타게 찾는다. 하지만 오지환은 실패했다. 선수가 알아서 FA 계약을 백지위임을 한다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협상도 아니고 위임이다. 구단은 적정선에서 맞춰주겠다고 말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만족할 리가 없다. 냉정히 말해 틀어진 첫 단추를 계속 억지로 맞추려다보니 이도저도 안된 느낌이다.

아무리 오지환이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박용택이 자신의 뒤를 이어 영구결번 후보 '1순위'로 언급을 했다고 해도 프로의 세계는 돈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김현수가 왜 LG로 왔고 양의지가 왜 NC로 갔나. 누가 봐도 두 선수의 가치는 오지환보다 위다. 그럼에도 자신을 인정해주고 출전 기회가 많은 곳으로 갔다.

오지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런데 오지환,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에이전트가 문제다. 오지환의 에이전트는 처음에 계약기간 6년을 던졌다. 참고가 된 선수는 SK 최정으로 보인다. 최정은 리그 정상급 3루수다. 같은 프랜차이즈는 맞다. 그런데 선수가 다르다. 한 선수는 리그 정상급 거포다. 현역 선수 중에서 통산 타격 기록만 봐도 매번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상위 클래스다.

LG 주전 유격수, 아무나 하는 포지션이 아니다. 막상 오지환이 없으면 구단도 유격수 자리를 채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오지환이 최정은 아니다. 최정과 달리 아픈 곳도 많지 않고 매년 풀타임 가깝게 뛰고 있다고 해도 최정의 존재감을 따라잡긴 무리다. 간단하다. 시장에 나왔을 때, 누가 데려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6년이라는 긴 기간과 100억에 가까운 금액을 원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전트와 달리 구단은 4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금액보다 기간에서 계속 마찰이 생겼다. 차명석 단장은 "4년 정도의 계약 수준이라면 합리적이다"라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며 물러나지 않았다.

선수 본인이 쌓고 만들어진 이미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과 병역 논란,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성장했지만 삼진이나 실책 등 기록을 잠깐 봐도 알 수 있다. 시장의 상황도 봐야 한다. 몇 년전과 지금의 FA 시장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선수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것도 역할 중 하나지만, 오히려 더 냉정하게 선수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선수를 위해 움직여야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어설픈 SNS 간보기는 안된다. 오히려 KBO리그 에이전트의 수준만 의심받게 할 뿐이다. FA 계약의 백지위임, 그래서 팬들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

오지환의 FA 백지위임 소식을 접한 차명석 단장과 류중일 감독은 선수에 "고맙다"라는 말을 남기면서도 "고민해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차 단장은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스프링캠프 관련해 미국으로 출장을 나가고 이후에 귀국해서 오지환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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