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후배들 축하에 뿌듯..아이가 7승 하면 나도 할 수 있어"

주영로 2019. 1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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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전인지, 이미향 '꾸준함의 상징, 지애언니가 최고'
상금왕 놓쳤지만 日 남녀 최초 평균 60대 타수 대기록
"상금 1위 역전 때 화가 났지만..내년 다시 도전할 것"
신지애가 지난 7일 서울 강남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팬카페 송년회에 참석해 60타대 평균타수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케이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박태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꾸준함의 상징, 지애언니가 최고.’

2019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사상 최초로 시즌 평균 60대 타수(69.9399타)를 기록한 신지애(31)가 후배들의 정성에 감동했다.

지난 2일 모교인 전남 함평골프고 후배 이미향(26)과 전인지(25) 등은 선배 신지애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며 작은 선물을 전달했다. 꽃다발을 받아든 신지애는 “너무 뿌듯했다”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상금왕 이루고 나면 진짜로 쉴 것”

프로 생활 14년차. 신지애는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로 15년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남들보다 에너지가 많은 것 같다”며 “골프를 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정이 더 생긴다”고 꾸준하게 활동해온 원동력을 꼽았다.

2006년 KLPGA 투어로 데뷔한 신지애는 14년 동안 늘 정상에 서 있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그리고 아시아 투어에서 57승을 올렸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일인자로 군림했다. 2009년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한국인 최초 상금왕(2009년) 그리고 한국인 최초 세계랭킹 1위(2010년)의 금자탑을 쌓았다. 꽃다발은 그런 신지애의 활약을 닮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마음이다.

오랜 기간을 정상에 서 있을 수 있는 신지애만의 특별한 비결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그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특별한 건 없고 노력 없이 이뤄지는 건 없다”며 “골프선수의 삶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어떻게 노력하는지는 모를 것이다”라고 비결은 오직 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력하지 않고 지금 정상에 오른 선수는 없다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견제에도 흔들리지 않고 日 골프 새 역사

‘기록제조기’ 신지애의 2019년은 뜨거웠다. 한국과 미국에 이어 일본 상금왕이라는 목표 달성은 다음으로 미뤘으나 일본 남녀 프로골프 최초로 시즌 평균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일본 남녀 프로골프 역사상 시즌 60대 평균타수를 기록한 건 신지애가 처음이다.

지난 7일 이데일리와 만난 신지애는 “상금왕을 놓친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하지만 아직 이룰 목표가 있기에 더 노력하게 되고 좋은 영향을 준다”고 다잡았던 상금왕을 스즈키 아이(일본)에게 내준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미국에서 보면 60타대 평균타수가 쉽게 보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날씨의 변화가 큰 일본에서 그런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기에 상금왕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값진 기록이고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지애는 지난 1일 끝난 시즌 마지막 대회 리코컵 투어챔피언십에서 최종 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치면서 일본 남녀 프로골프 투어 사상 최초로 시즌 평균 60타대 타수를 기록했다. 69.9399타로 ‘마의 70타’ 벽을 허물 그에게 일본에선 “JLPGA 투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 기록은 신지애의 골프역사에서 길이 남은 또 하나의 이정표가 분명하다. 기록이 더욱 값진 건 온갖 견제를 모두 이겨내고 이뤘기 때문이다. 시즌 중 JLPGA 투어는 독주하는 신지애를 견제했다. 경기 때마다 ‘슬로플레이’를 한다며 경고를 남발했다. 실제로 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벌타를 주면 된다. 그러나 신지애는 슬로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적이 없다. 지난 6월 어스 몬다민컵 우승 경쟁 때도 슬로플레이로 경고를 받았다. 보통의 선수라면 경기의 흐름이 깨져 무너졌을 수 있다. 신지애는 “그럴수록 ‘내가 여기서 흔들리나 봐라’라는 오기가 생겼다”며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라고 투지를 보였다.

△“스즈키 아이가 하면 나도 할 것”

올해만큼은 여자골프 최초로 3개 투어 상금왕이라는 금자탑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다. 시즌 3개 대회를 남겨둔 10월까지도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마지막 3개 대회를 남기고 스즈키 아이의 반격이 거셌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기에 신지애 조차도 당황했다. 결국, 2개 대회를 남기고 상승세를 탄 아이에게 1위를 내주고 신지애는 2위로 밀려났다.

그는 “시즌 2개 대회를 남기고 스즈키 아이에게 상금 1위를 내줬을 때는 올라갈 기회를 잡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며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모든 걸 잊고 다시 잘하자’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대회 직전엔 ‘절대 잊어선 안 된다’는 각오로 경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일도 그의 상금왕 경쟁에 발목을 잡았다. 스즈키 아이와의 상금왕 경쟁이 치열했던 시즌 막바지 경기를 끝내고 나온 신지애에게 몰려온 팬들과 악수를 하던 중 그만 여름에 다쳤던 손목에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별 대수롭지 않은 행동이었으나 그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됐다. 신지애는 “핑계라면 핑계이고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지만 그날 이후부터 경기력에 영향을 줬다”며 “현역 선수인 만큼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부상도 있었지만, 신지애는 비장한 각오로 아이와의 마지막 승부를 준비했다. 그러나 각오만으로는 아이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과거 신지애가 다른 경쟁자들의 숱한 도전을 뿌리치고 정상에 섰듯 이번엔 신지애가 당했다.

신지애는 “20대 초반 한해 10승씩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이길 줄 하는 에너지가 강했고 우승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의 아이는 당시의 나처럼 이기는 힘이 강하고 그 방법도 알고 있어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신지애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는 “아이가 7승을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며 “올해 좋은 싸움을 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내년 양보 없는 상금왕 경쟁을 예고했다.

신지애가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박태성 기자)
▶신지애의 프로 14년 주요 기록

연도 투어 기록

2006 KLPGA 상금, 대상, 다승, 최저타수 1위, 신인상, 3승

2007 KLPGA 상금, 대상, 다승, 최저타수 1위, 10승

2008 KLPGA 상금, 대상, 다승, 최저타수 1위, 7승 / LPGA 3승

2009 LPGA 상금 1위, 신인상, 3승

2010 LPGA 상금 2위, 2승

2011 LPGA 상금 15위

2012 LPGA 상금 7위, 2승

2013 LPGA 상금 22위, 1승

2014 JLPGA 상금 4위, 3승

2015 JLPGA 상금 3위, 3승

2016 JLPGA 상금 2위, 3승

2017 JLPGA 상금 5위, 2승

2018 JLPGA 상금 2위, 4승

2019 JLPGA 상금 3위, 평균타수 1위, 3승

*KLPGA, LPGA, JLPGA, LET 투어 등 통산 57승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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