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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올드하다고요? 女 친구들 열광합니다"

영동=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입력 2019.12.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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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스포츠 씨름, 젊은 층에 매력 폭발
씨름은 전통 스포츠로 인식됐지만 최근 경량급 선수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젊은 층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태백급 황찬섭의 근육질 모습.(사진=KBS 씨름의 희열)
요즘 민족 전통의 스포츠 씨름이 뜨겁다. 몇 년 동안 여자 선수들이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최근에는 근육질의 젊고 잘 생긴 남자 선수들이 유튜브를 통해 여성 팬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씨름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다.

씨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배 2019 전국씨름왕 선발대회'가 열린 14일 충북 영동체육관에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 외에 젊은 팬들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 체육 대회였지만 응원 열기가 후끈했다.

전날 남자 대학부 우승을 차지한 허석정(22·충북대) 씨는 "요즘 대학 여자 동기들이 박정우, 황찬섭, 허선행 등 선수들을 아느냐고 물어본다"면서 "전에는 이름도 몰랐을 텐데 씨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남자 동기들도 마찬가지다. 허 씨는 "남자 동기들도 최근 동네 씨름 대회에 나서는데 대비하는 차원에서 기술을 물어본다"면서 "예전에는 정말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황찬섭(연수구청)은 박정우(의성군청), 허선행(양평군청) 등과 함께 태백급(80kg 이하)의 떠오르는 스타들이다. 대한씨름협회가 2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에 경량급 선수들의 경기를 올리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 탄탄한 몸매에 화려한 기술이 제대로 젊은 층에 어필했다.

'여친 보고 있나?' 2019 전국씨름왕 선발대회에서 대학부 3연패를 이룬 허석정 씨가 지난 13일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한 모습.(영동=대한씨름협회)
허 씨 역시 80kg으로 경량급에 속한다. 그럼에도 120kg이 넘는 거구들을 제치고 대학부 정상에 올랐다. 결승에서 111kg의 같은 충북 출신 강호성 씨를 2 대 0으로 누르고 2017년부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이날 단체전에도 나선 허 씨는 "생활 체육 씨름은 체급 구별 없이 대결한다"면서 "아무래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씨름을 해왔기 때문에 체중 차이를 극복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충북씨름협회장인 아버지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했지만 점점 재미를 느껴 빠지게 됐다"면서 "남자답게 살을 맞부딪히며 상대를 눕히는 게 씨름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나날이 높아지는 씨름 열기를 현장에서도 느끼고 있다. 남자 선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자 선수들까지 덩달아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이른바 시너지 효과다.

여자 씨름 매화급(60kg 이하) 최강자인 양윤서(콜핑)는 "요즘 남자 선수들을 중심으로 씨름에 인기가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더불어 여자 선수들도 많이 늘었는데 2부 선수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아 1부에 속한 내가 더러 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설창헌 콜핑 감독은 "여자 천하장사 임수정을 비롯해 양윤서 등 인기 선수들은 이미 여러 번 방송 출연을 했다"면서 "최근 출연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여자부가 전국체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 더욱 저변이 늘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자 씨름 매화급 최강 양윤서.(사진=대한씨름협회)
천하장사 출신이자 '모래판의 신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준희 협회 경기운영본부장은 "협회가 최근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플랫폼 유튜브를 중심으로 노력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지상파 예능 여성 작가들이 먼저 씨름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하더라"면서 "열심히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와 출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화제성으로 얻은 반짝 인기가 아닌 진정한 씨름의 매력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 KBS 해설위원 겸 용인대 감독은 "최근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올라가는 데 대해 씨름인으로서 너무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체급에 한정된 부분이 아쉽다"고 짚었다. 이어 "백두급 등 중량급 선수들도 자극을 받아 기술 등 자기 발전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씨름 전체의 인기가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씨름. 과연 젊은 세대들에 제대로 어필한 전통 스포츠가 르네상스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영동=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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