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탱탱볼' 사라진 KBO, 누가 울고 웃었나?

조회수 2019. 12. 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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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공인구 반발력 저하, 타고 시대 끝낸 KBO리그
공인구 직격탄? 18시즌에 비해 홈런이 29개나 줄어든 김재환과 한동민 (사진=OSEN)
‘투수의 손 끝을 떠난
백구가 방망이에 맞는 순간
타자는 아쉬움에 고개를 숙인다.

외야 플라이를 직감한 것이다.

하지만 타구는 쭉쭉 뻗어
담장을 훌쩍 넘긴다.
타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환호한다.

황망해진 투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신 뒤를 돌아본다 .’
2019년 반발 계수를 낮춰 새롭게 도입된 KBO리그의 공인구 (출처 : OSEN)

2018시즌까지 KBO리그의 트렌드였던 ‘타고투저’ 현상의 단면이다.

방망이의 중심에 맞지 않거나 타자가 팔만 휘두른 타구가 홈런이 되는 비정상적인 장면과 함께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했다. 일각에서는 KBO리그의 공인구는 ‘탱탱볼’이라며 혹평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KBO리그의 타고투저

2013시즌까지만 해도 KBO리그는 투수들이 지배했다. 이해 리그 평균 타율 0.268에 그쳤다. 하지만 2014년 0.289로 리그 평균 타율이 2푼 1리나 치솟았다. 2015년 0.280, 2016년 0.290, 2017년과 2018년 0.286로 리그 평균 타율은 2할 8푼을 훌쩍 넘어섰다.

과거에는 타율 2할 8푼이면 3할에는 못 미쳐도 경쟁력이 있는 준수한 타자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리그 평균, 즉 평범한 타자가 되고 말았다.

2018년까지 사용된 KBO의 공인구의 반발 계수는 0.4134~0.4374였다. 하지만 2019년에 KBO는 0.4034~0.4234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국제 대회 부진에 공인구 교체

KBO가 공인구 반발 계수 저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국제 대회의 부진으로 풀이된다.

KBO리그에서 투수를 압도하던 거포들이 대표팀에 줄줄이 선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예선 대만전에서 한국은 타선 침묵으로 1-2로 패했다. KBO리그보다 반발력이 낮은 아시안게임 공인구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적응에 실패했다.

이후 한국은 잔여 경기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대만전 패배의 충격파는 엄청났다.

대다수 참가팀이 최선의 선수 구성을 하지 않는 아시안게임에 한국만이 정예 대표팀을 보내고도 졸전을 펼친 가운데 결과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자 여론은 분노했다. 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가는 수모를 당했고 2018년 11월 자진사퇴했다.

2018년 11월 대표팀 사령탑에서 자진 사퇴한 선동열 감독 (출처 : OSEN)

2018년 12월 KBO는 공인구 반발력 저하 방침을 발표했다. 2020 도쿄 올림픽 티켓이 걸린 2019 프리미어 12를 앞둔 가운데 2019시즌 개막에 맞춰 공인구 교체가 결정된 것이다.

새롭게 도입된 공인구가 1년 사이 KBO리그에 야기한 변화는 어느 정도였을까?

내외야 타구 비율 및 BABIP의 변화

2018년과 2019년의 공인구 변화에 따른 타격 및 투구 기록 변화는 타구의 방향부터 살펴보는 편이 바람직하다.

공인구가 바뀌기 전인 2018년에는 인플레이 타구의 방향이 내야가 약 45%, 외야가 54.2%였다.하지만 새로운 공인구가 도입된 2019년에는 인플레이 타구의 방향이 내야가 47.2%, 외야가 52%였다. 외야로 나가는 타구가 줄어들고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타구가 2% 가량 증가한 것이다. 당연히 장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나타내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도 변화했다. BABIP은 2018년 0.329였으나 2019년에는 0.310으로 하락했다. 2019년 들어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이 감소한 이유는 공인구 교체에 따라 전년도에 비해 강한 타구가 형성되는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3할 타자 숫자, 반 토막

가장 직관적인 지표인 리그 평균 타율의 경우 변화가 뚜렷했다. 2018년 0.286에서 2019년 0.267로 2푼 가까이 내려앉았다. 타고투저가 풍미하기 전인 2013년의 0.268에 근접한 것이다.

3할 타자의 숫자 역시 크게 감소했다. 2018년 규정 타석을 채운 62명의 타자 중 타율 0.300 이상 기록한 타자는 절반이 훌쩍 넘는 34명이나 되었다. ‘3할 타율 = 엘리트 타자’의 등식은 무색해지고 말았다.

2019년 타율 0.300으로 리그 17위를 기록한 키움 서건창 (출처 : OSEN)

하지만 2019년 규정 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 타율 0.300 이상 기록한 타자는 18명에 불과했다. 3할 타자의 숫자가 전년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2018년 KBO리그의 홈런 숫자는 1759개였다. 경기 당 평균 2.44개의 홈런이 폭죽처럼 터졌다. 10개 구단이 모두 팀 홈런 100개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9년 리그 홈런 숫자는 1014개로 감소했다. 경기 당 평균 홈런은 1.41개로 전년도에 비해 1개 이상 줄었다. 팀 홈런 100개 이상을 달성한 팀도 리그의 절반인 5개 팀에 그쳤다.

타율이 낮아지고 홈런이 감소하니 득점도 큰 차이를 보였다. 2018년 KBO리그의 전체 득점은 7,994점으로 8,000점에 육박했다. 경기 당 평균 양 팀 합계 11.1점이 나왔다.

하지만 2019년 KBO리그의 전체 득점은 6,548점으로 감소했다. 경기 당 평균 득점은 9.1점이 되었다. 전년도에 비해 경기 당 평균 2점이 빠진 것이다.


김재환-한동민 29개 홈런 폭락

타자 개인별 홈런 숫자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2018년 30홈런 이상 달성한 타자는 11명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33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박병호(키움)가 유일한 30홈런 타자였다.

* 2019시즌 홈런 순위

김재환(두산, 44홈런 → 15홈런)과 한동민(SK, 41홈런 → 12홈런)은 1년 사이 홈런이 무려 29개가 폭락했다.

2018년 44홈런에서 2019년 15홈런으로 29개의 홈런이 폭락한 두산 김재환 (출처 : OSEN)

홈런이 감소하니 장타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그 평균 장타율은 2018년 0.450에서 2019년 0.385로 0.65가 감소했다. 장타율 0.500을 넘긴 타자는 2018년 28명에서 2019년 7명으로 1/4로 떨어졌다.

볼넷과 삼진 숫자의 변화는 공인구 교체에 따른 타자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2018년 볼넷은 4622개, 삼진은 1만 688개였다. 하지만 2019년 볼넷이 4749개, 삼진이 9595개가 되었다. 해가 바뀌면서 볼넷이 늘어나고 삼진이 줄어든 것이다.

2018년에는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이 과감하게 이루어졌다. 반면 2019년에는 홈런이 나오기 어려워지자 볼넷을 고르고 삼진을 피하며 정확성을 기하는 타격을 타자들이 추구했다고 풀이된다.

홈런 등 장타를 앞세우는 대량 득점의 가능성이 낮아지자 주루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KBO리그 전체의 도루는 928개였지만 2019년에는 993개로 65개 증가했다. 방망이가 아니라 발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마운드는 안정 되찾아

공인구는 마운드의 기록을 어떻게 바꿨을까?

2019년 공인구의 교체로 투수들의 지표는 향상되었다. 리그 평균 자책점은 2018년 5.17에서 2019년 4.17로 정확히 1.0이 하락했다.

2018년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한 팀은 없었다. 리그 1위 SK 와이번스가 4.67로 4점대 중후반이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한 팀이 4팀이나 나왔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2018년 5.23에서 2019년 4.20으로 감소했다.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나타내는 퀄리티 스타트는 2018년 560회에서 2019년 638회로 14% 증가했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내용이 1년 사이에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불펜 관련 지표의 변화도 뒤따랐다. 구원 평균자책점은 2018년 5.15에서 4.15로 낮아졌다. 2018년 리그 전체의 세이브는 304개, 홀드는 555개가 기록되었다. 하지만 2019년 세이브는 349개, 홀드는 655개로 둘 모두 전년도에 비해 증가세가 분명했다.

반면 셋업맨 혹은 마무리 투수의 방화로 인해 발생되는 블론 세이브는 1년 사이 감소했다. 2018년 188개이던 블론 세이브는 2019년 136개로 28% 감소했다. 리드하던 팀의 필승조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경기 중후반 대량 득점으로 단박에 전세가 역전되는 경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의 변화

당연히 투수 개인 별 지표도 변화했다.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2018년 2점대 평균자책점은 2.88의 린드블럼(두산)이 유일했다. 하지만 2019년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10승 이상 달성한 투수는 2018년 17명에서 2019년 20명으로 3명 늘어났다.

공인구 교체의 효과는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18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는 3명에 그쳤다. 하지만 2019년 180이닝 이상 소화 투수는 9명으로 3배 증가했다.

올해는 선발 투수들이 타자들을 아웃 처리하며 이닝을 늘리기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는 의미다. 물론 전술했던 리그 전체의 퀄리티 스타트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 180이닝 이상을 기록한 선발 투수들

리그 전체의 홀드와 세이브 숫자가 2019년 들어 증가한 변화는 불펜 투수 개개인의 성적에도 반영되었다. 2018년 30홀드 이상 달성한 투수는 KBO리그에 전무했다.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한 오현택(롯데)이 25홀드였다.

2019년 40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한 키움 김상수 (출처 : OSEN)

하지만 2019년에는 30홀드 이상 달성한 투수가 2명이 나왔다. 홀드왕 김상수(키움)는 40홀드를 기록했다. 전년도 타이틀 홀더 오현택보다 무려 15홀드가 더 많았다.

2018년 30세이브 이상 달성한 마무리 투수는 35세이브의 정우람(한화)이 유일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3명의 마무리 투수가 30세이브를 달성했다.

관중 감소가 공인구 탓?

공인구의 반발력 저하로 타자들의 방망이가 상대적으로 주춤해지자 경기 시간이 단축되었다. 2018년 연장전을 포함한 경기 시간은 3시간 21분이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연장전을 포함한 경기 시간이 3시간 11분으로 전년도에 비해 10분이 감소했다.

KBO가 그토록 부르짖던 ‘스피드업’이 공인구 교체에 의해 자연스럽게 달성된 것이다.

2019년 KBO리그의 관중은 728만 6,008명으로 2018년의 807만 3,742명보다 9.7%가 감소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3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도 이어지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KBO리그의 관중 감소를 타고투저의 진정과 연관 짓는 의견도 있다. 공인구 교체에 따라 ‘화끈한 타격전’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자 관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까지 몇 년 간 KBO리그는 질적 저하 논란에 시달린 만큼 타자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리그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것이다. 2019년에는 이것이 바로 잡힌 ‘비정상의 정상화’였을 뿐이다.

공인구 교체의 첫해인 2019년에는 각 팀 및 선수들의 준비가 미흡했던 탓도 있다. 2018년까지의 공인구에 맞춘 팀 운영 및 훈련,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을 2019년에도 이어가다 공인구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경우도 있었다.

2020년에는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에 최적화된 투구 및 타격이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용선 칼럼니스트/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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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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