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유상철 감독 옆에 냉철한 '냉철하지 못한' 이천수[스한 인터뷰③]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9. 12. 27. 06:03 수정 2019. 12.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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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이천수가 고향팀이자 선수생활 마지막을 함께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력강화실장으로 한시즌을 보냈다.

인천은 시즌 초 콩푸엉 영입 효과부터 시즌 중 감독 교체와 김호남-남준재 트레이드로 인한 구설수, 그리고 시즌 막판 유상철 감독의 투병 소식과 감동적인 K리그1 잔류까지 K리그 어느 구단보다 다사다난했다.

이천수 실장과 24일 인천 유나이티드 사무국 내 전력강화실장실에서 만나 행정직으로 K리그 한시즌을 보낸 소회와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비화, 유상철 감독과의 일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력강화실장’ 이천수식 협상법 “고민은 신중히, 영입은 하루안에”[스한 인터뷰①]
“김호남 트레이드때 엄청난 비난…” 이천수는 믿었다[스한 인터뷰②]
‘투병’ 유상철 감독 옆에 냉철한 ‘냉철하지 못한’ 이천수[스한 인터뷰③]

이천수 실장은 유상철 감독의 투병 사실을 언제쯤 알았을까.

“정확히 기억한다. 췌장암 사실을 알기 전에 일주일을 앞두고 감독님이 속이 아프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때 저는 ‘술도 많이 안드시는데 왜 이럴까. 체하셨나’하고 혼자 걱정했다. 그리고 황달 증세가 있었다. 솔직히 황달이 뭔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빨리 병원 가보시라고 하고 팀닥터를 붙여서 병원에 모셔드렸다”라며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가 심하신가 보다 했다. 잔류를 놓고 성적이 민감한 시기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왔는데 의사가 ‘직접 와서 들으라’고 말했다는거다. 바쁜데 전화로 얘기해주면 안되나 생각하다가 갑자기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생각나더라.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때부터였다”고 떠올렸다.

이 실장은 “동행한 팀닥터도 의사 소견을 들을 때 동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 감독님이 소견을 듣고 나와서 팀닥터에게 말했더라. 저에게 전화가 왔다. ‘이 실장’ 하길래, 저도 ‘네 감독님 어디 안좋으시다고?’라고 물으니 대뜸 ‘암이래’라고 하시더라. 제가 ‘네?’라고 하니 ‘암이래. 췌장’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그 말만 듣고 휘청였다. 이곳 전력강화실장실에 가만히 앉아 경기장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상의할 수도 없는 내용이고 혼자 가만히 방에서 나가지를 못하겠더라. 정신이 나간거처럼 있었다. 대표님께서 유 감독이 있는 병원에 가보시겠다고 하던데 저는 못가보겠더라. 형 얼굴을 볼 자신이 없더라”라며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지 엄청 고민했다. 감독님, 아니 우리 형의 미래를 어떻게 잡아줘야하고 어떻게 보고 얘기해야하나 한없이 생각만 했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대목에서 인터뷰가 진행된 한시간 내내 목소리에 힘이 넘치던 이천수 실장의 목소리는 한없이 작아지고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실장은 “잘못된 글이 올라오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현실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게 바로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치료적 문제와 감독으로써 역할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의사는 일단 일을 계속했으면 한다고 하더라. 갑자기 일을 그만둘 때 오는 허탈감보다 일을 하며 받는 즐거움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고 했다.

“마침 제가 감독님과 얘기를 나눌 때 감독님 아버지도 오셨다. 아버지께서 ‘축구인이니 축구인답게 끝까지 해라’고 하시더라. 저 역시 그때만큼은 감독님이라고 하지 않고 ‘형’이라고 부르며 ‘형, 끝까지 해’라고 했다. 솔직히 나 역시 선택을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그게 옳다고 믿었다.”

이천수 실장은 냉철해지길 택했다고. “유상철 감독님 지인들은 감독님을 만날 때마다 울면서 ‘힘내라, 어떻게 하냐’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앞으로 어떻게 하자, 미래는 어떻게 하자, 치료는 어떻게 받고 금전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자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냉철하게 변했죠”라며 “상철이 형과 저는 각별한 사이잖아요. 형은 제가 냉철하지 않은 사람인걸 알기에 제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에 고맙다고 말하고 저 역시 형이 버텨내고 끝까지 해줘서 정말 고마울 뿐이죠.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시기네요”라고 했다.

안데르센 감독 사임 후 주변의 반대에도 유상철 감독 선임을 말한 것도 이천수 실장이었고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유상철과 선후배로 역사를 이뤄낸 것도 역시 이천수였다. 그리고 이제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 옆을 지켜주는 것 역시 이천수 실장이다.

2002 한일월드컵 시절 유상철과 이천수의 모습.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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