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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두산 베어스 박세혁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12.27. 12:00 수정 2019.12.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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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백업 그리고 우승 포수

긴 인고의 시간이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리그 최고의 포수 아래서 자그마치 7년을 버텼다. 그리고 2019년, 우려와 함께 시즌을 시작한 박세혁은 뚝심으로 버틴 그간의 세월을 증명하며 마침내 두산 베어스 통합 우승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할 거라는 이 남자, 그의 지독한 야구 사랑이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소경화 Location 잠실야구장


첫 인터뷰를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월 호 표지로 만나게 됐어요.

표지 모델을 태어나서 처음 해보거든요. 그만큼 뜻깊고 내년 시즌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두산 선수들의 판매 부수가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인데 자신 있나요?

팀이 원체 인기가 많으니까요. 팬분들의 사랑에 늘 감사하고, 이번에도 많이 구독해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우승 포수가 된 걸 축하해요. 정규 시즌 최종전은 다시 생각해도 피 말리는 혈투였어요.

감사합니다. 사실 그날 마지막 타석에 서기 전까지는 너무 힘들었어요. 한국시리즈라고 느껴질 만큼 관중석을 가득 채워주셨는데 제가 계속 실수를 했거든요. 다행히 마지막에 끝내기를 치면서 팀이 1위를 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 같아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많은 걸 느끼게 해준 경기죠.

경기 중반까지 0-2로 끌려가다 7회에 어렵게 동점을 만들었는데 8회 초에 3점을 허탈하게 내줬어요.

제 블로킹 실수로 인한 실점이라 팀한테 미안했어요.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낀 거니까요. 5-2까지 벌어지고 나니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마지막에 동료들이 제가 실수한 걸 만회하라고 찬스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8회 말 허경민의 적시타를 잇는 김인태-국해성-박세혁의 연속 안타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반란이었어요.

야구를 하면서 끝내기를 쳐본 게 그때가 처음일 거예요. 그 끝내기가 정규 시즌 마지막 타석에서 나왔다는 게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고, 뜻깊은 한 해를 만들어준 고마운 순간이에요.

사실 두산팬들에게 세 사람은 아픈 손가락이잖아요.

아픈 손가락이죠. 저는 이번에 주전이 됐지만, 인태나 해성이는 좋은 능력을 갖췄음에도 아직 뒤에서 백업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그 선수들이 앞에서 그렇게 쳐준 건 저한테 정말 운이 좋았던 거죠. 두 사람 덕분에 주전 첫해의 정규 시즌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타석 전까지 무안타였는데 대기 타석에서 치겠다는 느낌이 오던가요?

해성이가 2루타를 치며 득점권에 가는 순간, 후회 없이 돌려보자는 편한 마음이 생겼어요. 내가 여기서 끝내야 지금까지 힘들었던 게 날아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타석에 들어가며 ‘내가 끝내겠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어요.

그렇게 그라운드에서 방방 뛰는 모습은 오랜만이었어요.

타구가 2루 쪽으로 가는데 지석훈 선배가 다이빙하더라고요. 순간 그 장면이 제 눈에는 아주 느리게 흘러갔어요. 마지막에 볼이 빠지자마자 가슴에 쌓여있던 모든 게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고, 원래 표현이 과한 스타일이 아닌데 그간의 잘못을 만회할 수 있다는 거에 정말 기뻤어요.

1위 팀이었던 SK 와이번스와 9경기 차가 나는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더라고요. 당연히 두산이 1위로 마감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선수들도 그랬나요?

맞아요. 선수들은 따라가는 입장이라 편했어요. 그동안 위기가 한 번도 없던 SK지만, 그 위기가 시즌 막바지에 찾아왔기에 위에서 더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저희는 좋은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갔고, 마지막 12경기를 진짜 많이 이겼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분위기를 탄 거죠. (오)재원이 형, (김)재호 형, (김)재환이 형, (오)재일이 형이 앞에서 편하게 이끌어주신 덕분에 후배들이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당시 캐스터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지는 법을 잊어버린 두산 베어스!

그 멘트는 진짜 좋은 것 같습니다. 정말 명대사였어요.

첫 한국시리즈 경험은 아니지만, 주전 포수로서는 첫 출장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준비할 때는 크게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며칠 안 남으니까 긴장되더라고요. 뒤에서 지켜보는 건 해봤지만 이젠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이 됐으니까 주변 선배들한테 조언을 구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했어요. 위기가 왔을 때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고, 한국시리즈 첫 경기 첫 타석에 안타와 타점이 나오면서 긴장이 풀렸어요.

아버지인 박철우 퓨처스 감독은 별말 없었나요?

아버지는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이긴다고 종종 말씀하셨어요. 원체 큰 경기 경험도 많고 MVP도 받아보셨잖아요. 중요한 경기일수록 대차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아까 감독님이 부자 인터뷰를 약속했어요.) 내년 시즌에 또 잘하면 꼭 부자 인터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부자 MVP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이번 시리즈 들어갈 때 MVP라는 단어를 절대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언론에서 저랑 (이)정후한테 그런 포커스를 맞춰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기 때문에 그걸 신경 쓰면 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목표는 시즌 전부터 우승 포수라는 수식어를 다는 거였기에 오직 그것만 보고 달렸어요.

실제 한국시리즈 MVP는 오재일이 가져갔지만, 김태형 감독의 마음속 MVP는 박세혁이었어요.

진심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6, 7월에 안 좋을 때 라인업에서 빼고 안 쓰면 그만이거든요. 근데 저를 믿고 기용하며 채찍질을 해주신 덕분에 8, 9월에 다시 페이스가 올라갔고, 한국시리즈 때도 잘할 수 있었어요.

김태형 감독 특유의 가감 없는 피드백이 힘들 때도 있진 않나요?

받아들이는 건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그것 또한 관심이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를 키워주신 분이기 때문에 감독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귀 기울이고, 과감하게 말씀하신다고 해도 그냥 받아들입니다. 저한테는 다 좋은 말이에요.

시리즈가 끝나고 많은 축하를 받았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는 무엇인가요?

모든 분이 축하와 함께 저란 사람을 인정해주셔서 전부 기억에 남죠. 아직 메신저에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그냥 “수고했다, 잘 했다”라는 말이 저한테는 가장 크게 와 닿았어요.

통합 우승을 달성한 후 바로 집으로 갔나요?

그날 고척에서 하루를 더 자고 가는 일정이라 선수들끼리 모여서 고기 먹었어요.

재미있는 에피소드 없었나요?

텐션은 좋았는데 다들 너무 힘들어해서요. (웃음) 한국시리즈 매 경기 체력 소모가 크다 보니 진짜 기쁘지만,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조용히 보냈어요.


2019시즌이 본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올 시즌을 앞두고 솔직히 많은 분이 걱정과 우려를 하셨잖아요. 2019년도는 제가 나중에 나이를 먹고 베테랑이 돼서 은퇴해도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목표가 생긴 해라고도 말하고 싶어요.

또 다른 목표라면?

통합 우승을 또 하는 게 목표예요. 내년에 (김)강률이 형과 곽빈 같은 좋은 투수들이 돌아오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죠. 언론에서는 올 시즌 두산 투수진이 약하다고들 말했지만, 결국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고 평균자책점 2위도 했거든요. 그 기세를 이어 내년에는 더 치고 올라가야죠.

구단 팟캐스트에서 한국시리즈까지 끝나야 본인의 점수를 매길 수 있다고 했어요. 바로 오늘이에요.

80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실수도 잦고 미흡한 부분도 있어서 100점은 안 되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80점을 주고 싶어요. 좀 후하게 줬습니다. 고생했으니까. (웃음)

7년 전으로 돌아가 볼게요. 입단 2년차부터 1군에 얼굴을 비췄어요.

운이 좋았어요. 두산에 지명받을 당시만 해도 포수가 강한 팀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다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기회를 받았죠. 근데 그때 경찰 야구단에서 2군 리그를 장악하고 온 (최)재훈이한테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2013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하며 마음을 바꿔먹는 계기가 됐어요. 이제는 피할 곳도 없고, 경쟁력을 갖춰야 1군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했죠. ‘내가 못하란 법도 없지 않냐’라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했어요.

두산이 아무리 포수 왕국이라지만 양의지-용덕한-최재훈-박세혁은 지금 봐도 너무한 라인업이에요. ‘왜 하필 내가 두산이지?’라는 생각도 들었을 법해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러다 지금 NC 다이노스 코치님으로 계신 용덕한 코치님께서 트레이드되고 저랑 재훈이, 의지 형이 남았는데 그때는 제 경쟁력이 약했어요. 어리고 초짜에 부족한 부분이 많았죠. 군대가 저를 성숙하게 했어요.

친구 최재훈의 트레이드도 한몫했어요. 결론적으로는 둘 다 팀을 대표하는 주전 포수가 됐고요.

서로에게 좋은 길이 열린 거죠.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어제 선수총회에서 만났어요. (포수 둘이 만나면 어떤 얘기를 나누나요?) 별 얘기 안 합니다. 아기는 잘 크고 있는지, 가정은 잘 지키고 있는지 소소한 대화를 해요.


갑자기 원초적인 궁금증이 드는데, 포수 특유의 앉은 자세는 안 불편한가요?

사람들이 어떻게 계속 쪼그려 앉아 있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이게 편해요. 너무 어릴 때부터 해서 습관이라고 할까요? 정말 편한데, 저는. (웃음)

양의지의 FA 시즌, 양의지만큼 뉴스 헤드라인을 수놓은 이름이 박세혁이었어요.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부담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겠어요.

의지 형의 FA 계약에 따라 제 위치가 달라지니까 신경이 쓰인 건 사실이에요. 근데 FA란 게 프로 선수로서 인정을 받는 거기 때문에 자신을 인정해주는 구단에 가는 게 당연하고,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줬다고 봐요. 포수의 가치를 올려준 거니까요. 형의 계약을 보고 또 다른 목표도 갖게 됐어요.

리그 최상위 포수의 바로 밑에 있던 솔직한 기분이 궁금해요.

솔직히 저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형 아래에 있어도 최고의 포수진, 주전급 백업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부심이 더해졌고 덕분에 팀이 강해졌다고 믿어요.

본인에게 백업 시절은 어떤 의미인가요?

백업이어도 ‘언젠가 내가 주전이 되면 이런 야구를 해야지’라고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어요. 앞에 있는 선배가 워낙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였잖아요. 제가 올해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건 의지 형을 보고 배운 게 많아요. 힘들지만 좋은 선배를 보며 커올 수 있었기에 늘 형에게 감사해요.

하고자 했던 야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요?

올해 제가 한 야구요. 저는 홈런을 20개 칠 수 있는 선수는 아니잖아요. 솔직히 욕심은 있지만, 그건 제가 추구하는 야구도, 해야 할 야구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도루하고, 기습 번트를 대고, 악착같이 뛰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게 제 야구예요.


드디어 주전 포수로서 빛을 본 2019시즌,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에요. 부진했던 두 달간 주변에서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예민했다고요?

진짜 생각하기 싫을 정도예요. 집에서도 말을 안 할 만큼 예민했거든요. 체력이 떨어지고 슬럼프가 올 거라는 걸 예상했는데도 막상 닥치니 ‘이 정도로 안 되나?’라며 좌절했어요. 그러면서 타율이 내려가고 스트레스도 심해졌고요. 그때 (허)경민이, (정)수빈이, (박)건우가 해준 얘기가 힘이 됐어요. 한 살 동생이긴 하지만, 주전으로 뛴 건 저보다 선배거든요.

심리적인 것도 있지만, 10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많은 1071.2이닝을 소화했기에 체력적으로도 부침이 있었겠어요.

시즌 들어오면서 다짐했던 게 ‘체력적인 문제다’라는 말을 안 하려고 했어요. 여태까지 백업으로 있었기에 당연히 그 정도는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뛰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또 주위에서 처음에는 무조건 겪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고 싶었어요.

책임감 때문일까요? 예전에는 잘 웃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확실히 더 무게감 있는 모습이에요.

올 시즌에는 더 그랬죠. 팬분들이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웃는다고 웃었는데도 기복이 반복되다 보니까 표정 변화가 적어진 것 같아요. 시합에 들어가고 운동을 하면 저도 모르게 진지해지더라고요. 그래도 나름 밝게 하려고 한 겁니다. (웃음)

마음의 그늘을 터놓고 싶을 때는 어떻게 푸는 편인가요?

혼자 삭힐 때도 있고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가서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있고 반반이에요. 술은 잘하는데 시즌 때는 안 먹으려고 해요.


몸 관리만큼 중요한 게 장비빨이잖아요. 포지션 특성상 장비를 더 신경 써 고르겠어요.

포수 장비와 미트는 지원받는 브랜드의 것만 사용해요. 특히 미트를 신경 쓰는 편인데 웹이나 색깔을 유심히 봐요. 투수마다 선호하는 색깔이 있거든요. 미트가 잘 보이길 원하는 투수의 경우 맞춰서 착용해요.

매니큐어도 선호하는 컬러가 있나요?

매니큐어는 해도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일까 싶어서 형광을 자주 발라요.

지금 착용하는 고글도 오래 쓰고 있죠?

작년부터 오클리 제품을 착용하고 있어요. 호주로 전지훈련을 하러 갔을 때 선글라스를 하나 구매해 쓰기 시작한 게 인연이 됐죠. 연습할 때와 낮 경기 때 주로 쓰곤 해요.

불편하진 않나요?

선글라스를 잘못 쓰면 관자놀이 쪽이 아플 때가 있거든요. 근데 오클리 선글라스는 착용감이 편안하고 가벼워요. 눈이 확실히 보호되는 느낌이 들면서도 전혀 아프지 않아 잘 쓰고 있어요.

많은 프로 선수가 오클리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솔직한 평판이 어떤가요?

다들 좋으니까 쓰는 거죠. 선글라스는 오클리가 제일 좋다고들 말씀하세요. 물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 인터뷰를 생활 체육 야구인들도 볼 텐데 장비 고르는 팁을 전수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요즘 생활 체육 야구인이나 엘리트 선수들을 보면 고가의 제품이나 프로 선수들이 쓰는 걸 다 사려고 하더라고요, 장비라는 게 자기한테 맞는 게 있고 안 맞는 게 있기 때문에 대량으로 구매하지 말고 하나씩만 구매해 어울리는 제품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굳이 비싼 게 아니더라도 자기 손과 발에 맞는 소재가 있으니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경험해보는 게 중요해요.

장비도 일종의 루틴이잖아요.

그렇죠. 선수마다 장비 색깔별 징크스도 있어요. 저는 올해 은색에 흰색이 들어간 보호대랑 흰색에 남색, 흰색에 빨간색 장갑만 써서 내년에도 똑같이 쓸 예정이에요.


두산도 점점 세대교체를 하는 모습이에요. 팬들은 베테랑 선수에게 애정 어린 말로 ‘낡은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의 뜻을 알고 있나요?

모르겠습니다. ‘낡은이’가 뭐죠? (‘낡지 마세요’라는 말로 쓰이기도 해요.) 아~ 늙지 말라는 뜻이죠?

맞아요. (웃음) 선배들이 점점 나이를 먹고 있는데 지켜보는 기분은?

나이는 같이 먹는 거니까요. 선배님들께서 갈수록 더 열심히 하세요. 나이가 들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데 그걸 티 내지 않으려고 뒤에서 정말 노력하시거든요. 여느 선수와 비교해도 건강하게 잘 뛰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내야 맏형 김재호는 이제 1990년생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어요.

시즌 때부터 “이제 너희가 이끌어야 한다, 우리는 뒤에서 받쳐주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제대로 안 됐죠. 결국 마지막에는 재호 형과 재원이 형이 이끌어 주셨잖아요. 내년에는 정말 저희가 이끌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혼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팀을 위해 뛰어야죠.

포수는 전체 그림을 보고 살림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기에 어느 정도 앞으로의 계획을 잡아놨을 듯해요. 밑그림 정도만 알려줄 수 있나요?

밑그림은 처음부터 어떻게 해서든 치고 나갈 생각이고요. (웃음) 올 시즌 좋게 끝났는데 내년 시즌에 또 못 하란 법은 없잖아요. 이 기세로 추가로 들어올 투수들과 힘을 합쳐 초반부터 시너지를 낼 계획입니다. 모든 투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경사가 있어요. 얼마 전 조쉬 린드블럼이 정규 시즌 MVP를 차지했어요. 그의 활약에는 분명 박세혁의 몫이 있어요.

조금은 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린드블럼이 경기가 끝나면 항상 포수에게 공을 돌렸어요. 배터리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통하는 뭔가가 있나 봐요.

조쉬한테는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워요. 20승 투수가 되면서 주전 첫해인 저를 20승 포수로 만들어주고, 마지막에 힘들었을 텐데도 내색 없이 로테이션을 지켜줬잖아요. 에이스의 사명감이 뛰어난 선수예요. 진심으로 MVP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봉사활동으로 외국에 있어 시상식에 안 왔더라고요.

안 그래도 그때 연락했어요. TV로 보고 있는데 왜 안 왔냐고 물어보니 자기 지금 봉사활동 하러 요르단 병원에 와있다고 사진 찍어서 보내더라고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린드블럼은 2020시즌에 못 보겠죠? (12월 3일 인터뷰)

근데… 봤으면 좋겠어요. 욕심이겠지만, 정말 조쉬를 다시 봤으면 좋겠어요.

지난 2월, 오키나와에서 함덕주를 만났는데 그에게 박세혁이 어떤 존재인지 물으니 ‘잘 때 불 꺼주는 선배’라 표현했어요.

덕주 자면 제가 불 꺼야죠. 커튼도 치고요. 작년에 덕주가 마무리였잖아요. 중요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방에서 그냥 제가 다 했습니다.

둘이 나이 차이가 꽤 나지 않나요?

덕주랑은 허물없이 지내요. 같은 방을 쓰면서 정이 엄청나게 들었거든요. 덕주, 제가 불 꺼줍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봐서 더 그런가 봐요.

제가 2012년도에 입단하고, 덕주가 2013년도에 입단해서 2군에 있는 시절이 겹쳤어요. 그때 든 정을 무시할 수 없네요. (이제는 아기감자가 아니라 어른감자가 됐어요.) 그러니까요. 하는 행동을 보면 많이 컸더라고요. 한 번씩 기어오를 때도 있는데 그건 애교니까 봐줘요.

그렇다면 박세혁에게 함덕주란?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친동생 같은 존재요. (동생이랑 너무 결이 다른 답변인데요?) 제가 더 성숙하잖아요. (웃음)

두산이 강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수마다 목표가 뚜렷하고 만족을 하지 않아요. 늘 자신을 채찍질하고 노력하죠. 개인 타이틀 홀더가 많지 않지만, 대부분 그 언저리에 있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우리는 강팀일 수밖에 없어요.

박세혁이 생각하는 두산다운 야구란?

허슬이죠. 말 그대로 허슬두, 그게 두산다운 야구예요.

처음 포수를 시작한 건 故 이두환 선수 때문이라고요?

선배는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전국구 포수였어요. 보면서 ‘와 진짜 멋있다’라고 감탄했죠. 그런 모습에 끌려 포수를 시작하게 됐어요.

12월 21일이 기일이죠. 이맘때면 더 생각나겠어요.

한 번씩 생각나요. 어릴 때 같이 지냈던 시절이 있기에 이따금 떠오르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20년이 넘는 시간을 포수로 살았어요. 그만큼 많은 선수의 데이터가 입력돼있을 텐데 어떻게 다 기억하나요?

모든 걸 다 메모해놔요. 투수진 데이터, 상대 팀 분석, 시합하면서 든 생각, 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느낀 점까지 전부 적고, 경기가 끝나면 그 분석이 잘 맞았는지도 확인해요. 올해 2권을 꽉 채워 썼는데 이제 이걸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죠.

오늘 하루를 메모한다면?

오늘도 수고 많았고, <더그아웃 매거진>을 찍어 알찬 하루였다!

그러한 노력 덕분일까요.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어요. 직접 가본 소감은?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뽑혀서 간 거잖아요. 진짜 잘하는 선수들과 야구를 할 수 있어 신났고, 유독 어린 선수가 많아 분위기가 좋았어요. 정후, (강)백호, (김)하성이를 보며 여러 가지를 느꼈고요.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아쉬운 부분은 딱 한 가지죠. 일본에 지고 우승을 못 한 거요. 우승 기운을 가지고 갔는데 바라는 결과를 내지 못해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어제 키움 히어로즈 이승호 선수를 만났는데 한일전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하더라고요.

힘 떨어진 게 보이는데도 정말 힘내서 던지더라고요. 씩씩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주전 포수로 통합 우승도 했고 국가대표팀도 승선했어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팬분들의 기대가 높아질 거로 예상해요. 그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만들고 싶고요. 팀적으로는 통합 우승, 개인적으로는 도쿄올림픽 엔트리에 뽑혀서 메달을 따오는 게 목표입니다. 꼭 일본을 이기고 싶어요.

갈수록 포수 포지션이 희귀해요. 야구 꿈나무들에게 포수의 매력을 어필해볼까요?

포수는 다양한 걸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예요. 진짜 잘 치는 타자를 병살로 막고, 도루를 저지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요. 반대로 점수를 내주면 힘들고 지치지만, 그 와중에 느끼는 것도 많고요. 야구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어요.

아버지처럼 훗날 지도자의 욕심도 있을 법해요.

은퇴할 때가 되면 또다시 배우고 싶은 게 생길 거라고 확신해요. 그때 좋은 걸 배워서 후배들에게 가르쳐줘야죠. 물론 은퇴는 아주 늦게 하고 싶어요.


최고령 포수가 되면 좋겠어요.

최고령 포수가 조인성 코치님으로 알고 있는데, 그 기록을 넘어보고 싶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길게 가야죠.

야구는 어떤 존재인가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게 야구라 다른 길은 상상해본 적도 없어요. 저한테는 야구가 전부고,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그리고 포수를 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언제나 뜨거운 목소리로 응원하는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해요.

올 한 해도 저와 팀 두산을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팬분들께 약속한 통합 우승을 지킬 수 있어 기뻤고, 내년에도 열심히 준비해서 또 한 번의 통합 우승을 약속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야구장 많이 찾아주세요.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해냈다, 해냈어. 세혁이 해냈어. 허슬두!


더그아웃 매거진 10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5호(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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