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LG 전설' 박용택, 2500안타-우승 꿈 이룰까?

조회수 2020. 1. 11. 00: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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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용택, 마지막 시즌 그에게 남겨진 목표는?

2020년에는 KBO리그를 주름잡아온 ‘리빙 레전드’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프로 데뷔 후 총 2439안타로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보유한 LG 트윈스 외야수 박용택이다.

2020시즌 종료 뒤 은퇴가 예고된 LG 박용택 (사진 : OSEN)

1979년생 박용택은 휘문고를 졸업한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로부터 2차 우선 지명을 받았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해 2019년까지 18시즌 동안 LG의 줄무늬 유니폼만 입었다.

그야말로 ‘원 팀 맨’이다. 올해로 만 41세 시즌을 보내게 될 박용택은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이자 유일한 1970년대 생 선수다.

# LG 박용택 프로 통산 기록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019시즌을 앞두고 박용택은 2년 총액 25억 원에 개인 통산 세 번째 FA 계약을 LG와 맺으며 FA 계약 만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2020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가 미리 결정된 것이다. ‘LG의 심장’이라 불리는 박용택의 프로 야구 선수로서 남긴 족적을 되돌아본다.


#1. 데뷔 첫해 ‘PO MVP’ 선정

박용택은 2002년 4월 26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그는 우월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하며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향한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대졸 신인 박용택은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9홈런 55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826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2.4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KBO리그는 ‘타고투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9명에 불과했다. 규정 타석을 충족시킨 박용택은 리그 타율 17위에 올랐으며 팀 내에서는 이병규(타율 0.293)에 이은 2위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이었다. 구단의 공모를 통해 ‘쿨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박용택 (사진 : LG 트윈스)

신인 박용택의 방망이는 포스트시즌에 불타올랐다.

정규 시즌 4위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물리친 뒤 플레이오프에 올라 KIA 타이거즈를 만났다. 2승 2패로 양 팀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최종 5차전에서 박용택은 홈런 2개를 폭발시키며 LG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20타수 7안타 2홈런 4타점 OPS 1.145의 박용택은 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다.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LG는 압도적인 전력의 정규 시즌 1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2승 4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용택은 신인으로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지만 이후 2019년까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무대를 밟지 못했다. LG는 2002년 이후 2012년까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에 돌입한다.


#2. 2% 부족했던 20대의 박용택

긴 암흑기가 이어지는 동안 박용택은 LG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 잡는다. 프로 3년차였던 2004년에는 타율 0.300으로 데뷔 첫 규정 타석 3할 타율을 달성한다. 2005년에는 90득점과 43도루로 득점왕 및 도루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부상으로 낙마한 박한이를 대신해 대표팀에 선발되었다. 박용택의 프로 선수 내내 유일한 대표팀 경력이다.

2005년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박용택 (사진 : OSEN)

하지만 당시만 해도 박용택은 본인이 가장 싫어한다고 밝힌 ‘찬물택’이라는 별명처럼 어딘지 모르게 ‘껍질을 깨지 못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2002년 데뷔 후 2008년까지 7번의 시즌에서 2004년이 유일한 3할 타율이었다. 선수로서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내내 3할 타율을 한 번 밖에 작성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2008년에는 96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57 2홈런 32타점 OPS 0.648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몸쪽 떨어지는 낮은 유인구에 무릎을 꿇으며 헛스윙하는 박용택의 약점은 되풀이되곤 했다.


#3. 2009년 0.372로 타격왕 차지

만 30세가 된 2009시즌 박용택은 활짝 만개했다. 시범 경기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박용택에게 암운이 드리워지는 듯했다. 4월말이 되어야 1군에 복귀했다.

전화위복이었을까?

뒤늦게 시즌을 출발한 박용택은 타율 0.372 168안타 18홈런 74타점 OPS 0.999 WAR 4.6으로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특히 타율 1위로 타격왕을 차지하며 데뷔 첫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2009년 홍성흔(롯데)와 타격왕 경쟁을 벌인 박용택 (사진 : OSEN)

하지만 박용택의 타격왕 타이틀 획득을 놓고서는 논란도 있었다. 정규 시즌 막판 그가 홍성흔(전 롯데)과 타격왕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LG는 9월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을 치렀다. 팀 당 133경기에서 LG는 132경기 째, 롯데는 133경기 째 최종전이었다.

이날 박용택이 끝내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LG 투수들은 홍성흔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볼넷 4개를 내줬다.

결국 박용택이 타율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3년 임기를 마치고 재계약에 실패한 LG 김재박 감독은 물론 당사자 박용택도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박용택은 LG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지막 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쟁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해 용서를 구했다.


#4. 11년만의 가을야구 복귀

2009년 타격왕 등극을 기점으로 박용택은 본격적으로 방망이에 눈을 뜨게 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연속 3할 타율의 기록을 수립했다. 2012년 이후 2018년까지는 7년 연속 150안타를 쳤다.

그러나 박용택은 2002년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가을야구를 다시 맛보지 못해 갈증에 시달렸다. 그의 갈증은 11년 만인 2013년에야 해소된다.

2013년 LG는 베테랑 타자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의 맹활약과 마무리 봉중근, 셋업맨 이동현 중심의 필승조를 앞세워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특히 정규 시즌 최종전인 10월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LG의 순위는 2위부터 4위까지 달라질 수 있었다.

2013년 LG의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린 박용택 (사진 : OSEN)

LG가 두산에 5-2 역전승을 거둔 가운데 경쟁팀 넥센 히어로즈가 한화 이글스에 1-2로 패해 2위를 확정지었다. 박용택은 2002년 한국시리즈를 함께 경험했던 이동현과 더불어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극적인 정규 시즌 마무리를 감안하면 LG의 상승세는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LG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11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할지 주목받았다. 게다가 상대가 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과 최종 5차전까지 치르는 혈투를 거쳐 LG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LG는 잠실 라이벌 두산에 1승 3패로 밀리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11년만의 가을야구로 큰 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비롯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11년전 플레이오프  MVP였던 박용택은  돌아온 가을야구에서 17타수 8안타 타율 0.417에 홈런 없이 2타점 OPS 1.173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최종 4차전에서 쐐기점 실점과 직결된 치명적인 외야 수비 실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5. ‘양신’ 양준혁 넘어선 '기록'택

2016년 박용택은 좌익수로 27경기 180이닝 소화에 그치며 지명타자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프로 데뷔 후 어깨 부상을 당한 박용택은 송구 능력의 약점이 두드러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타구 판단 능력과 빠른 발로 LG의 주전 좌익수를 굳건히 맡아왔지만 30대 후반에 이르러 수비에서 에이징 커브를 숨기지 못했다.

2017년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용택 (사진 : OSEN)

박용택은 2017년 타율 0.344 14홈런 90타점 OPS 0.903 WAR 3.7로 지명타자로서는 처음이자 개인 통산 4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LG는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해 현재까지 박용택은 LG의 ‘마지막 골든 글러브 수상자’로 남아있다.

2018년 박용택은 ‘양산’ 양준혁(전 삼성)이 보유하고 있던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인 2318안타를 넘어섰다. 6월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고효준을 상대로 우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통산 2319안타를 작성한 것이다.

하지만 타자로서 박용택의 에이징 커브는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수립한 2018년에 왔다고 분석된다. 타율 0.303 15홈런 76타점 OPS 0.828 WAR 1.1을 기록했는데 전년도에 비해 타율-OPS-WAR의 하락이 현격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소위 ‘볼삼비’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2017년 박용택은 8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72개의 볼넷을 얻어 삼진 대비 볼넷, 즉 ‘볼삼비’가 0.82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107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47개의 볼넷을 얻는 데 그쳐 ‘볼삼비’가 0.44로 크게 나빠졌다.

2019년 LG는 정규 시즌 4위에 올라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만 40세로 불혹이 된 박용택은 64경기 출전에 그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를 치른 시즌이 되었다. 옆구리 부상 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1군 등록 일수가 94일로 말소 일수인 98일보다 적었다.

타율 0.282 1홈런 22타점 OPS 0.684를 기록하며 11년 연속 3할 타율에 실패한 것은 물론 55안타에 그쳐 8년 연속 150안타도 좌절되었다.

그럼에도 LG는 더 이상 박용택의 공백을 찾아볼 수 없는 타선을 구축하게 되었다. 김현수, 이천웅, 이형종, 채은성의 4인의 외야수가 지명타자까지 나눠 맡게 되면서 ‘박용택 = 붙박이 지명타자’ 공식이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6. 우승 반지, 박용택의 마지막 꿈

2020년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박용택에 대한 1차적인 관심사는 통산 2500안타 돌파 및 통산 최다 경기 출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까지 2439안타를 기록한 박용택은 61안타만 추가하면 전인미답의 2500안타를 달성하게 된다.

현재 KBO리그의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은 2018시즌을 끝으로 KIA에서 은퇴한 정성훈이 보유하고 있는 2223경기다. 2019년까지 2139경기에 출전한 박용택은 2020년 84경기에 출전하면 정성훈과 타이기록을 수립하며 85경기에 출전하면 단독 신기록의 보유자가 된다.

박용택의 2500안타 및 최다 출전 기록의 수립을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 조건이다. 2019년과 같이 불의의 부상에 시달릴 경우 두 개의 기록 수립은 자칫 위협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용택의 2020년 최종 목표는 개인 기록이 아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승이다. 2002년 프로 데뷔 이래 한국시리즈 경험이 한 차례밖에 없었으며 우승 반지를 획득하지 못한 그는 은퇴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안아 올리는 피날레가 누구보다 절실하다.

2018년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달성한 박용택 (사진 : OSEN)

2019년 ‘3강’을 형성했던 두산, 키움 히어로즈, SK가 외국인 선수의 교체 등으로 인해 전력이 약화되었지만 과연 LG가 그 틈을 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별한 유출 없이 기존 전력을 온존했지만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LG는 1994년 두 번째 통합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박용택의 우승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후배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설령 박용택이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한다 해도 KBO리그 레전드로서의 그의 명성은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그의 등번호 33번이 LG에서 영구 결번 되는 것도 사실상 확정적이다. ‘4년’을 손해 보는 대졸 출신임에도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2020년 박용택의 ‘마지막 질주’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O카툰] '기록택' 박용택, '명전행' 예약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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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이용선 칼럼니스트/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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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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