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탁구 국대 신유빈 "올림픽은 실력으로 뚫겠다"
[경향신문] ㆍ부산 세계선수권 ‘추천’선수로 참가…“고맙고 책임감 느낀다”
ㆍ5세 때부터 신동으로 유명세…기술 급성장하며 태극마크 달아
ㆍ다가온 도쿄 티켓 경쟁 “쉽지 않지만 관중 앞에서 즐겨보려고요”
“이젠 메달 욕심이 나요.”
신유빈(16·청명중)의 목소리에는 다부진 각오가 깊게 묻어났다.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느끼는 모양이다.
신유빈은 오는 3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부산 세계선수권에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추천’으로 참가한다. 1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 첫 경기에서 탈락했는데도 저를 추천해주신 게 고맙다. 책임감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불과 5살 때인 200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현정화 마사회 감독과 랠리를 벌이면서 이름이 알려진 탁구 신동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종합선수권에서 9살 위의 대학생 언니를 4-0으로 꺾는 등 쑥쑥 성장한 끝에 지난해 만 14세11월16일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연소 대표선수 기록(종전 15세)도 당연히 신유빈의 것이 됐다. 현정화 감독은 “장기인 빠른 백핸드와 감각적인 볼 컨트롤은 정말 뛰어나다”며 “협회가 괜히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무대에 유빈이를 추천 선수로 뽑은 게 아니다”라고 극찬했다.
탁구 신동이 이토록 급성장한 배경이 그저 재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또 흥미롭다. 신유빈은 진천선수촌에서 가장 먼저 훈련장의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고 있다. 휴대폰은 훈련 시간을 알리는 ‘탁상시계’일 따름이다. 그렇게 아낀 시간을, 국내에서 가장 탁구를 잘하는 오빠·언니들에게 기술을 배우는 데 투자한다. 이렇듯 모두에게 사랑받는 ‘막내 찬스’를 제대로 살리니 성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볼에 힘을 실어서 때리는 기술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키(1m68)가 자라면서 이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평가다. 신유빈은 “매일 훈련하느라 새벽 1시나 돼서 자는 게 힘들지만 기술이 달라지는 걸 느끼니 신난다”고 말했다.
아직은 태극마크 무게를 견디는 게 힘들 때도 있다. 많은 관중 앞에선 긴장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은 아빠(신수현 수원탁구협회 전무)의 마법 같은 한마디. 신유빈은 “아빠는 ‘즐기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만 바라볼 때면 무서운데 즐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생각을 바꾸니 진짜 힘도 난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신유빈은 올해 즐겨야 할 무대들이 즐비하다. 부산 세계선수권뿐만 아니라 도쿄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22일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세계단체예선전에서 단체전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릴 때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꿈을 꿨다”고 밝힌 신유빈의 꿈은 올해 현실이 될 수 있다. 신유빈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 다시 언니들과 경쟁해 3명 안에 들어야 한다. 올림픽은 추천이 없으니 실력으로 뚫겠다”고 강조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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