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수원까지.. '박지수의 길' 따라 걷는 이용혁

임기환 2020. 1. 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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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수원까지.. '박지수의 길' 따라 걷는 이용혁

(베스트 일레븐=아부다비)


이용혁은 2020시즌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K3리그(3부)에서 K리그1(1부)으로 이적했다. 화성 FC에서 보인 활약을 인정받아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에 입단한 것이다.

2019시즌 FA(대한축구협회)컵에서 보인 활약이 이적에 크게 작용했다. 이용혁은 2019 FA컵에서 화성의 주전 수비수로 팀을 준결승까지 이끌었다. 프로 팀을 상대로도 위풍당당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대회 8강전에서 2019 K리그1 준우승 팀 경남 FC의 공격진을 막아내면서 2-1 승리를 뒷받침, K3리그 최초로 FA컵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홈에서 열린 수원과 4강 1차전에선 화성의 깜짝 무실점 승리(1-0)를 지켜 내기도 했다.

이용혁은 FA컵과 리그에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펼친 결과, 연말 K3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11을 수상했다. 같은 팀 동료 센터백 까를로스와 함께 최우수 수비수에 선정됐다. 이용혁은 당시 “이 자리에 있어 영광이다. 축구를 하면서 받아본 상이 없는데 이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내년에는 ‘제 2의 박지수’가 되겠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 사랑한다”라는 재치 있는 소감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이용혁이 언급한 박지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중앙 수비수다.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역이기도 하다.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인천에 입단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인천에서 방출 당했다. 이후 K3리그 소속의 FC 의정부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고, 2015년 테스트를 통해 당시 K리그2(2부)에 속해 있던 경남 FC로 이적하며 프로에 복귀했다.

그 시즌부터 꾸준히 기용(28경기 출전)되며 신임을 얻은 박지수는 2016시즌 35경기(1골), 2017시즌 33경기(2골)에 출전하며 입지를 굳혔고, 2017시즌에는 경남의 K리그2 우승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2018시즌 K리그1(1부) 33경기(2골)에 나서며 경남의 깜짝 준우승에 기여, 명실상부 K리그1 최고의 수비수로 올라섰다. 2018년 10월에는 벤투호 2기 명단에 깜짝 승선, 커리어 최초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다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1부) 명문 광저우 헝다로 이적, ‘차이나 드림’을 이뤄내며 마이너들의 워너비로 자리 잡았다.


이용혁은 이제 K리그1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현재까지 커리어 궤적을 보면 박지수와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이용혁은 강릉 중앙고를 졸업하고 대학 때부터 커리어가 꼬인 케이스다. 예원 예술대에 입학했는데, 1년 만 뛰고 크로아티아 무대로 진출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3부리그였고, 진출 이후의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에이전트 사기로 6개월만 하고 국내로 복귀하면서 전주 기전대의 부름에 적을 옮겼다.

그러나 김학철 감독이 이끄는 화성으로 이적했다. 이 이적은 신의 한 수 였다. 김 감독은 이용혁을 잘 지도했다. 선수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부각하는 쪽으로 이용혁을 이끌었다. 빌드업이 좋은 까를로스를 파트너에 둔 것도 센터백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용혁은 김 감독의 지도하에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K리그 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은 수비를 펼친 결과 수원으로 이적하는 평생의 꿈도 이뤘다.

이용혁은 17일 아랍에미리트(UAE) 야스 로타냐 호텔에서 <베스트 일레븐>과 만난 자리에서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수원에 가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그게 이뤄지니까 너무 신기했다. (염)기훈이 형, (홍)철이 형 등 스타 선수를 보는 하루하루가 지금도 신기하다. 수원 형들은 내 마음 속에 영원한 워너비다. 내 맘 속 스타플레이어들이다”라며 아직도 잊히지 않은 수원 계약 당일의 감동을 재현했다.

그러나 지난해 K3리그 시상식 소감에서도 밝혔듯, 그의 직접적 롤 모델은 K3리그에서 국가대표까지 올라선 박지수다. 이용혁은 “지수 형이 롤 모델이다. 형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내겐 희망 같은 선수다. (양)상민이 형, (민)상기 형 등 우리 팀 센터백 형들도 다 좋다”라더니 “(이임생 감독이 명수비수 출신이라고 하자) 아 롤 모델 감독님으로 바꿔주세요”하며 넉살도 부렸다.

이용혁은 “지수형이 SNS를 통해 직접 저를 언급해 주셨다. SNS로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 등 조언을 잘 해주셨다”라고 박지수와 인연을 밝힌 뒤 “(시상식 때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을 언급한 사건을 묻자) 내 앞에 벤투 감독님이 앉아계셨다. 주저 하지 않고 벤투 감독님 사랑한다고 했다. 그게 기사로 나와서 당황했다”라며 벤투를 언급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워너비인 박지수처럼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지만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었던 수원 입단의 꿈을 이뤘다는 이용혁은 자신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수원 가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 솔직히 닿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렇게 오게 되니 너무 신기하다. 지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안 깼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다. 수원에서 3년 안에 그 꿈을 이뤄보고 싶다. (박지수처럼) 열심히 해서 나 역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라며 눈망울을 번뜩였다. 스물다섯 살 신인 이용혁은 빠르진 않아도 하나하나 천천히 그만의 걸음을 걷고 있다. 이용혁의 꿈이 수원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라, 훗날 더 높은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임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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