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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리 LIVE] '이런 축구는 안 돼'.. 잠깐만을 외친 정정용 감독, 이유는?

김태석 입력 2020.01.24. 12:56 수정 2020.01.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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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리 LIVE] '이런 축구는 안 돼'.. 잠깐만을 외친 정정용 감독, 이유는?



(베스트 일레븐=촌부리/태국)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이 선수단 미팅 때 내놓는 메시지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단순히 질타를 하는 게 아니라, 프로 선수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인 팬을 위한 자세를 기반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려 했다.

<베스트 일레븐>은 지난 23일 정 감독이 이끄는 서울 이랜드 선수단이 다가오는 2020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촌부리 훈련 캠프를 방문했다. 숙소가 자리한 칸타리 호텔 아마타 방파콩 내 연회장에서 진행된 비디오 분석 미팅을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현재 선수들이 소화하고 있는 훈련 상황, 그리고 2019시즌 서울의 득점 및 실점 패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정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비디오 분석관이 공들여 파헤친 영상 자료를 곰곰이 살피며 다음 훈련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선수들에게 요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비디오를 통해 문제점을 일일이 거론하고 지적하는 건 오롯이 비디오 분석관에게 맡기며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훈련 영상에서 “잠깐만 멈추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앞으로 나가 강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자체 청백전을 분석했던 해당 영상 내용은 이렇다. 공격 측이 볼을 미드필드에서 잡을 때 효과적인 움직임 없이 무의미한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했다. 이때 수비측은 서서히 라인을 밀고 올라가다 볼을 탈취한 후 전광석화처럼 상대 수비 배후를 공략하는 역습으로 슛까지 연결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당시 이란 원정 경기에서 호되게 당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떠올리면 된다. 당시 한국은 무의미한 백패스와 횡패스만 남발하며 점유율은 잔뜩 끌어올렸지만 이란의 강한 카운터어택에 무너져 패배한 바 있다.

정 감독이 여기서 문제를 삼은 건 바로 무의미한 횡패스와 백패스였다. 그는 축구 경기기 진행되다 보면 이와 같은 플레이를 펼쳐야 할 때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이처럼 점유율만 가져가는 어설픈 패스 플레이를 하다 자칫 역습에 휘말릴 경우 속절없이 당하는 건 팀적으로도 문제지만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서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정리하자면 정신없이 공수가 오가는 흐름이 펼쳐져야만 축구팬들의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즐길 수 있는데, 너무 안전하고 나약한 팀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이다. 지켜보는 이들이 지루하고 짜증날 수 있는 플레이는 되도록 삼가라는 게 정 감독의 요구 사항이었다.

비디오 분석 미팅이 끝난 후 정 감독과 나눈 간단한 대화에서 “선수들이 볼을 잡으면 상대와 승부를 보지 않고 대책 없이 다른 선수에게 볼을 넘기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정 감독은 “어려서부터 베인 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어렸을 때 볼을 잡으면 절대 빼앗기지 말고 주변에 패스하라는 강압적인 지도법을 받아선지, 볼을 쥐었을 때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해 이런 무의미한 패스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바라볼 때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서울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의 문제라는 게 정 감독의 견해다.

정 감독은 최근 수년 간 바닥을 전전했던 서울 이랜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서울 이랜드에 필요한 건 가장 확신할 수 있는 ‘승리 해법’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아무리 승리를 추구한다고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될 덕목이 있다고 봤다. 바로 재미다. 모험적이면서도, 빠른 공수전환이 오가는 화끈한 경기를 해야 팬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그의 의중이 서울 이랜드 선수들의 몸에 베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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