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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억' 키움 오주원, 고난과 시련의 아이콘(?)

양형석 입력 2020.01.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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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작년 18세이브2.32 기록하고도 2년 7억 원에 FA 계약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 SK와이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교체로 들어온 키움 오주원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의 마무리 오주원이 팀에 잔류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자격을 얻은 좌완 투수 오주원과 계약기간 2년 총액 7억 원(계약금2억+연봉2억+옵션1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키움의 김치현 단장은 "(오주원은) 베테랑으로서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다. 2020 시즌 중요한 순간마다 팀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첫 해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된 오주원은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작년 3승 3패 18세이브 3홀드 2.32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의 마무리 투수라는 위치에 비해 썩 만족스럽지 못한 대우를 받은 오주원은 앞으로 2년 동안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며 자신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짧았던 봄날, 2004년 신인왕에게 '꽃길'은 열리지 않았다

청원고(구 동대문상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오주원은 서울권 1차 지명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가 중앙고 유격수 김재호, LG트윈스가 배명고 투수 장진용(LG 3군 투수코치)을 선택하면서 오주원은 2차 1라운드(전체5순위)로 현대에 지명됐다. 당시 현대에서는 1차 지명에서 연고구단의 외면을 당한 오주원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장진용보다 딱 100만원 더 많은 1억5100만원의 계약금을 오주원에게 안겼다.

당돌한 루키의 자존심을 세워준 현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오주원은 루키 시즌부터 '디펜딩 챔피언' 현대의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10승 9패 3.99의 호성적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중고신인 권오준(11승 5패 2세이브 7홀드 3.23)을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루키 시즌부터 1군 풀타임 선발 투수와 두 자리 승수, 한국시리즈 우승에 신인왕까지. 그야말로 오주원의 앞날엔 '꽃길'이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오주원의 봄날은 하룻밤의 꿈처럼 짧았다. 2005년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마운드에 오른 오주원은 1승 11패 6.01로 극심한 2년 차 징크스를 겪었고 2006년엔 장원삼(롯데 자이언츠), 이현승(두산) 같은 뛰어난 대졸 좌완 투수들이 입단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결국 오주원은 2006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후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2010년 9홀드, 2011년 20홀드를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불펜을 이끌었다.

오주원은 2012년 8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2013년 전반기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2013년 후반기 선발로 변신해 4승 1홀드 2.40을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주원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014년 5승 6패 6.45로 부진했고 2015년에는 고관절 부상으로 2패 9.33라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신인왕을 받았던 루키 시즌에에 올린 10승을 빼면 오주원은 11년 동안 단 16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한때 KBO리그를 이끌어갈 좌완 유망주였던 오주원은 좌완 투수가 부족한 히어로즈 마운드에서도 거의 존재감이 없는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많은 야구팬들이 오주원의 커리어가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니냐고 전망했지만 그에게는 아직 투지가 남아 있었고 이는 2016년부터 시작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부활로 이어졌다.

임시 마무리로 키움의 준우승 이끌고도 FA 시장에선 '찬밥'

2016년 55경기에서 3승 2패 2세이브 7홀드 4.41을 기록하며 앞선 2년의 부진을 털어버린 오주원은 2017년 2승 7패 1세이브 18홀드(홀드3위), 2018년 3승 6패 1세이브 15홀드(홀드8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당시 히어로즈 불펜에 좌완 불펜 요원이 오주원과 신예 김성민, 이승호 정도 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2016년부터 3년 동안 173경기에 등판한 오주원의 팀 공헌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8년 베테랑 김상수가 뒷문을 지켰던 키움은 작년 시즌 성폭행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상우가 복귀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조상우는 4월까지 1승 12세이브 평균자책점0을 기록하며 '특급마무리'로 대활약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조상우는 5월부터 갑작스런 부진에 빠지더니 6월 어깨 통증으로 팀을 이탈했고 장정석 감독은 통산 세이브가 6개에 불과한 오주원에게 뒷문을 맡겼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마무리 오주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지만 오주원은 3승 3패 18세이브 3홀드 2.32의 성적으로 키움의 마무리 투수로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오주원은 SK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1승1세이브를 챙겼다. 하지만 오주원은 히어로즈의 첫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던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해 1패 18.00이라는 끔찍한 악몽을 경험하며 키움 패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정규리그에서 1할대에 허덕이다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5할의 맹타를 휘두른 두산의 오재원은 3년 최대 19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건만, 한 시즌 내내 잘하다가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오주원의 가치는 뚝 떨어졌다. 오주원은 정규리그에서의 활약을 앞세워 좋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단의 입장은 단호했고 결국 2년 총액 7억 원이라는 다소 실망스런 금액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키움의 손혁 감독은 올 시즌 팀의 뒷문을 책임질 마무리 투수로 일찌감치 조상우를 낙점했다. 올해 히어로즈 마운드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오주원은 다시 좌타자를 주로 상대하는 계투요원으로 신분(?)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오주원으로서는 계약기간 2년 동안 좋은 활약으로 건재를 보인 후 연봉 협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인정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고난과 시련은 오주원의 야구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친구'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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