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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Conditioning] KT 위즈 강백호

대단한미디어 입력 2020.02.04. 12:21 수정 2020.02.2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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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진화

고교 시절 포수, 1루수, 투수로 활약한 한 괴물 신인이 입단했다. 그는 데뷔하자마자 29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왕을 꿰찼다. 2년 차에는 한층 정교해진 타격과 선구안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로 진화했다. 그리고 2020년, 그의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됐다. 이번엔 또 어떤 일을 벌일까. 강백호의 내일은 늘 우리의 예상보다 앞선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소경화 Location A-SPEC 트레이닝 센터


벌써 네 번째 만남입니다. 처음 만난 서울고 2학년 시절의 강백호가 야심에 차게 했던 말이 있어요. 바로 미국 진출이요. 요즘 여러 KBO리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다시 야망이 생기진 않나요?

이제는 TV로 봤던 형들이라기보다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선배들이 도전하는 걸 보는 거잖아요. 좋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고, 저도 열심히 준비해서 언젠가는 가고 싶어요. (언젠가요?) 사실 시기는 잘 모르겠어요. 작년에 예상치 못한 부상이 있었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먼 미래보다는 하루하루 해나가야 할 것만 생각하려고 해요.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인 프리미어12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기에 더 자신감이 생겼을 듯해요.

자신감보다는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배님들과 한 팀으로 뛸 수 있어 영광스러웠어요. 워낙 팀의 간판인 분들이잖아요. 선배님들이 하는 행동과 루틴을 보고 배우다 보니 좋은 방향으로 늘어가는 게 느껴졌고, 이번 프리미어12가 저한테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한 뜻깊은 대회였어요.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주로 대타로 출전했어요. 출장 부족에 따른 아쉬움은 없었나요?

나가고 안 나가고의 여부는 감독님이 결정해주시는 거고 저는 언제 나가든 최선의 것을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런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프로 선수로서 맞은 두 번째 비시즌,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올해는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서울 역삼에 자취방을 얻었고요. 이곳 센터에 와서 운동도 하고 조금씩 기술 훈련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캠프 가기 전까지 5kg 감량을 목표로 체중 관리도 병행하고 있어요.

운동 외에도 다양한 자선 행사 참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최근에 은퇴 특수견 후원 기금 마련 행사에도 참여했죠.

(이)정후 형이 의미 있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선뜻 수락했는데 직접 참여해보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저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자선 야구에서는 투수로 나서기도 했어요. 이정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을 보니 여전하더라고요. 다만 147km/h 강속구는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그렇게나 던졌어요? 몰랐어요. 사실 일화가 있는데 원래는 투수로 올라갈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거의 마지막 회가 됐고 정후 형이 4번이었는데 마침 타선이 걸리더라고요. 이종범 감독님한테 가서 바로 말했죠. 정후 형 때 내보내 달라고요. 제가 언제 그렇게 형이랑 투타로 맞대결을 해보겠어요. 팬분들도 많이 오셨고 즐거운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더 집중해서 세게 던졌어요.

계속해서 투타 겸업설이 나오는 이유는 가진 재능이 아까워서겠죠. 본인은 겸업 욕심이 없다고 못 박았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요?

제가 투수를 한다고 잘할 것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는걸요. 지금 팔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라 다시 투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아예 없어요.

한 달 후면 스프링 캠프가 시작돼요. 이번 캠프, 어디에 주력할 계획인가요?

수비 훈련이요. 신인 때보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더 보완하고 싶어서 수비에 매진할 계획이고요. 타격도 선배님들의 비법을 배워서 지금보다 단단해진 모습으로 미국에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미국이 처음이 아니라 적응은 수월하겠어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캠프를 갔는데 그땐 음식이 안 맞아 힘들었어요. 근데 프로에 들어와 보니 음식도 잘 나오고 생활적인 부분도 훨씬 좋아서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2019시즌 안타까운 부상이 있었습니다. 당시 <더그아웃 매거진> 100호 특집 인터뷰가 잡혀 있었는데 아쉽게 취소하게 됐죠.

그러니까요. 그때 집에서 깁스한 채로 요양하고 있었거든요. 백호가 제 이름인데 너무 아쉬워요.

데뷔 첫 부상, 어떤 심정이었나요?

야구선수한테 그렇게 갑작스러운 부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거든요. 조금씩 증상이 드러나는 부상은 관리를 할 수 있는데 이건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 저도 당황했고 병원에 가는 길에도 ‘아니겠지, 아니야,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결과는 결국 안 좋게 나왔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면 그나마 괜찮은 쪽이 찢어진 거라 금방 회복할 수 있었어요.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어요.

그렇죠. 8주 진단이 나왔는데 6주 만에 돌아갔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아픈데 참고 빨리 복귀했어요. 팀이 잘하고 있을 때 얼른 합류해 보탬이 되고 싶었고, 5강 싸움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좀 무리해서 들어갔어요.

6주간 어떤 생활을 했나요?

이건 재활도 못 해요. 실밥 풀 때까지 2주 정도 집에만 있어야 하고 그 후에도 재활 운동이라는 게 딱히 없어요. 물리 치료만 받다가 5주 차부터 조금씩 스윙 돌리고, 6주 때 2군에서 시합을 뛰기 시작했죠. 합류하고 나서도 계속 통증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은 괜찮습니다.

부상 때문에 외야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나서다 보니 골든글러브 후보에 들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컸겠어요.

원래 못 받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상은 내년에 받으면 되고 기회는 많으니까요. 언제가 됐든 꼭 한 번쯤은 타고 싶은 상이에요.

그런데도 팀 내 타율 1위를 기록했어요. 괴력의 원천이 궁금해요.

솔직히 다른 운동선수보다 그렇게 힘이 뛰어난 편은 아닌데 어릴 때부터 풀스윙으로 힘을 실어 때리려고 한 게 습관이 됐어요.

공인구 교체로 인한 타격 하락이 예상됐으나 타율과 OPS가 매우 증가했어요. 체감하기에는 어떻던가요?

진짜 잘 맞은 공은 넘어갑니다. 똑같이 넘어가요. 근데 그동안은 배트 중심 포인트에 맞지 않아도 어느 정도 좋은 타이밍에 맞으면 그대로 넘어갔거든요. 2019시즌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이거 될 것 같은데?’ 싶은 것도 전부 잡혀서 여러모로 바뀐 걸 체감한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팀원 선배님들 그리고 다른 팀 형들한테 물어봐도 같은 반응이었고요.

홈런이 줄긴 했지만, 한층 정교해진 모습이에요.

2019년은 심리적으로 편안한 시즌이었어요. 감독님께서 “너는 우리 팀의 막내지만 주축이기도 하다. 부담감 느끼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해라. 네가 고개를 숙이면 팀이 고개를 숙이는 거니까 항상 가슴 펴고 팀의 간판이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내가 지켜봐 주겠다”라고 해주셨거든요. 선배님들 역시 “네가 죽으면 안 된다. 선배들이 감당할 테니 자신 있게 네 스타일대로 해라”라고 하셨고요. 그런 믿음이 제게 큰 힘이자 동기 부여가 됐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어요.


믿음과 활약으로 팀이 창단 첫 5위 싸움을 했어요. 감회가 남다른 해였겠어요.

신인 때 꼴찌 싸움을 하다가 5, 6위 싸움을 하니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솔직히 아쉽지만, 팀 분위기가 좋아져서 만족해요.

아쉽게 가을야구에 가지 못해서인지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중석에서 관람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알아요? (근처에 있었어요.) 사실 1차전 보고 나서 고척으로 4차전도 보러 갔어요.

잠시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역 선수가 관중석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에요.

제 눈으로 한국시리즈를 한번 보고 싶었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직접 앉아 보니 열기가 엄청 뜨거웠어요. 그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어요.

안에서 뛸 때랑 밖에서 바라보는 게 크게 다르던가요?

분위기는 관중석이 더 신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야구는 직접 해야죠.

강백호 선수는 쫀다고 할까요? 야구장에서 기 죽는 모습이 전혀 없어 보여요.

같은 야구선수끼리 기 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감독님, 선배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자신 있게 해야죠.

그런데도 지금까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쉬운 거 하나 없이 다 어려워요. 그렇게 많은 경기를 뛰었는데도 여전히 매 타석이 힘들고, 수비도 힘들고, 전력 분석도 어렵고, 꾸준히 루틴을 지키기도 쉽지 않네요.

앞으로 홈런형 거포와 중장거리 타자 중 본인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궁금해요.

제가 지금 말한다고 그대로 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계속해봐야 알 것 같아요. 물론 2018시즌과 2019시즌을 섞는 게 최고죠. 다만 제가 홈런을 엄청 많이 친 것도 아니고 에버리지가 꾸준히 좋았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몇 시즌을 더 해봐야 스스로 제 정체성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야구 장비에 대한 관심도 많아 보여요.

어릴 때부터 관심사가 프로 선수들이 쓰는 야구 장비가 뭔지 구경하는 거였어요.

스포츠 고글은 주로 어떨 때 착용하나요?

주말 낮 경기나 시합 전에 연습할 때는 무조건 끼고요. 여름에는 야간 경기를 해도 3회까지 너무 밝아서 그때 주로 착용해요.


야구 장비 중 스포츠 고글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솔직히 전 해가 떠 있을 때 고글을 안 쓰면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갑자기 공이 날아와서 해에 들어갈 경우 그 짧은 시간에 모자로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착용하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바로 착용을 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꼭 모자 위에 올려놓고요. 특히 전 하늘을 자주 보는 포지션이다 보니 그 중요성이 더 커요.

고글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요?

디자인을 유심히 봐요. 겉에서 보는 색 말고 안에서 밖을 보는 렌즈 색이 고글마다 다르거든요. 또 착용했을 때 흔들리는 제품은 안 돼요. 신인 시절 여러 브랜드를 써봤는데 오클리가 흔들림 없이 꼭 맞아 확실히 좋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바로 갈아탔어요.

비시즌인 만큼 개인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부모님이 홈구장 앞에 이디야 카페를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저도 몇 번 가봤는데 거의 강백호 카페더라고요.

‘호디야’라고 하죠.

강백호 선수 물건 말고도 다양하던데, 선배들이 기증한 건가요?

기증보다는 강탈이죠. 선배들한테 가서 “주세요”라고 해요. 카페 한쪽에 원정 선수존이 있는데 원정팀이 올 때마다 2개씩 바꿔서 걸어놔요. 다른 팀 팬분들도 많이 오시라고요.

직접 관리도 하나요?

제가 하지 않아도 부모님이 알아서 맞게 잘하세요. 저는 유니폼만 갖다 드리는 거예요. (이참에 홍보해요.) 그건 안 할래요. 각자의 삶이니까 알아서 홍보하셔야죠. 전 충분히 도와드린 것 같습니다. (웃음)

대쪽 같네요. 새해에는 보통 목표를 세우기 마련입니다. 강백호의 2020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팀이 5강에 드는 게 목표이자 새해 다짐이고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야구선수로서 제일 큰 목표입니다. 또 그냥 사람으로서는 큰 사고 없이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 여자친구도 만들고 싶네요. (어떤 사람을 좋아해요?) 이상형은 딱히 없지만, 키가 크고 마음이 착하신 분이 좋습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바이오에 적힌 ‘예브’가 여자친구 애칭인 줄 알았어요.

KIA 타이거즈 최원준 형이 고등학교 선배인데 그때 ‘예!’라고만 하면 딱딱하니까 ‘예브!’ 이렇게 귀엽게 대답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 고등학교 때 자주 써서 장난식으로 해놓은 건데 바꾸기도 귀찮고 다 재미있게 보시더라고요. 이후에는 사람들이 ‘예브’가 뭐냐고 물어봐도 그냥 웃고 지나갔어요. (그러면 여기서 최초 공개네요.) 그렇죠. 별 뜻 없는 대답입니다. 여자친구 애칭이라… 슬프네요.

어릴 때 사인을 못 받은 경험이 있어서 팬한테 잘하려고 노력한다던데 그때 사인 안 해준 선수는 데뷔하고 다시 만났나요?

다른 팀 코치로 만났어요. 근데 그게 아주 오래전 일인데도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은 아무리 늦어도 최대한 해주려고 해요. 기다리시는 모든 분께 사인해드리는 게 팀의 문화가 되기도 했고요. 퇴근 시간에는 거의 한 시간 넘게 한 적도 있어요. 다만 사인받을 때 옷만 안 잡아당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끔 뒷덜미도 잡히는 데 그럴 때면 저도 사람인지라 당황합니다.

비시즌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을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무리할까요?

팬분들은 잘 지내실 것 같은데. (웃음) 안녕하세요. 강백호입니다. 벌써 시즌이 끝난 지도 오래고, 캠프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저는 적당히 먹을 테니까 살 많이 찌시고, 좋은 한 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저희가 꼭 5강 갈 수 있게 열심히 준비 잘해서 올 테니까요. 앞으로도 KT 위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수원 야구장도 자주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10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6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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