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축구일기] 소중한 팬,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한 2020년의 시작

조회수 2020. 2. 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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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제가 있는 이곳은 아직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큰 영향이 없어서 몸소 체감을 할 수 없지만, 요즘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건강 문제와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되네요. 모두들 예방 잘 하시고 조심 하셔서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새해를 맞이하고 2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축구일기를 연재하게 되었는데 제가 축구일기를 적으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이 각각 생겼습니다. 먼저 힘든 점은 이야기 소재가 있어야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를 전해드리는데 아무래도 제 생활 패턴이 반복적이기 때문에 이야기 소재가 없는 점이 힘들어요. 그렇지만 좋은 점은 제가 경험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야기를 적는 과정에서도 저도 다시 한번 그 때의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이번에는 마침 제가 여러분들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는 소재가 생겨서 이렇게 일기를 적어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2020년 시작!

여러분들은 어디에서 어떤 마음으로 2020년 새해를 맞이 하셨나요? 저는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면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교인이 아니시기 때문에 집에 혼자 계셨는데, 새해맞이를 어머니와 함께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종교는 각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언젠가 저희 가족이 함께 같은 마음으로 새해를 보내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2020년에는 어떠한 큰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목적보다는 저 스스로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새해를 맞이해서 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과 약속한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스스로의 약속

 1. 매일 독일어 일기를 쓰기로 약속했습니다. (제가 독일에 온 지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독일어 실력이 제자리 걸음입니다. 어느정도 듣고 가벼운 의사소통은 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 스스로 독일어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다고 판단하고 느꼈기 때문에 올해에는 독일어 일기를 쓰면서 독일어 실력을 늘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번은 독일어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2. 한달에 책 한권 읽기. (운동과 경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비행기나 원정경기 하러 이동시간에 시간이 남는데 무엇을 하면 나에게 더 좋을까 생각하다가 책을 읽으면 지식도 얻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라서 한달에 한권은 읽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주시고 제가 읽은 것들은 인스타에 올려 놓을테니 확인해보세요.)

3. 라면, 햄버거 한달에 한번만 먹기. (저는 평소에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먹는 거에 있어서는 어떤 음식이든 잘 먹자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몸에 좋지 않다는 음식은 절제 해보자는 마음으로 정해보았습니다. 경기 끝나고 쉬는 날 특히 몸에 좋지 않은 자극적인 음식들이 땡기는데(?) 잘 참아 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데 올해를 되돌아보는 연말에도 잘 지켰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짐했던 것들을 꾸준히 잘 지키시고 이루시길 바랍니다.


프리시즌 후 후반기 시작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킬로 복귀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갑자기 콧물이 계속 나와서 고생했는데 도착해서는 더욱 심해져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이틀을 쉬었습니다. 이틀 쉬고 괜찮아지는 증상이 보여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운동한 게 무리였는지 더 큰 감기가 걸리는 바램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됐죠. 결과는 감기 바이러스가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팀원들과 함께 프리시즌을 함께 가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서영재 선수도 식중독으로 인해 프리시즌을 못가서 한국인 선수 둘다 킬에 남게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게 혼자 집에 남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감기에 좋다는 독일 감기차를 달고 살면서 요리도 직접 해먹으면서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어요. 일주일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쉬었더니 다행히도 많이 회복했고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괜찮다는 결과를 받은 후에 개인훈련을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훈련을 며칠 하고 후반기 리그 시작을 일주일 남기고 팀 훈련에 합류했어요. 프리시즌동안 저보다 열심히 훈련한 동료들이 있었고 저는 아직 경기에 나설 몸의 준비가 덜 된 상태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경기 당일 선발명단에 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경기에 나갔고 포지션도 최전방 공격수였기에 경기를 앞두고 상당히 부담이 많이 됐어요. 최전방 공격수로서 골을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습니다. 아쉽게도 결과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지만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프리시즌동안 열심히 준비한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다행히도 경기가 끝난 후에 동료들도 저에게 다가와서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격려해줘서 마음이 한결 편안했고 열심히 뛴 저의 마음을 알아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다음 경기에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는데 경기 중에 결정적인 골 찬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못 넣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다른 포지션을 볼 때에는 골에 대한 압박감이 없었는데 최전방 공격수라는 자리에서 뛰다 보니 골에 대한 압박감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어느 위치에서 뛸지 모르겠지만 남은 후반기 일정도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부상없이 잘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소중한 팬들과의 만남

한국에 있을 때와 지금 이곳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팬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더 편해진 게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는 감사하게도 많은 팬분들이 경기장이나 훈련장에 찾아오시기 때문에 한분씩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없을뿐더러 요청하신 사진과 사인을 다 못 해드리는 경우가 많아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었는데 이곳에서는 한국 팬분들이 쉽게 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한분씩 인사도 드릴 수 있고 경기후에 다음 팀 일정이 있기까지는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참 좋습니다.

모든 팬분들에게 감사함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곳 킬까지 오시는 분들에게는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까지 오는 여정이 정말 오기가 힘든 곳이고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기사에서도 소개가 되었지만 승호(백승호 선수, 다름슈타트)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승호의 인기 덕분인지 많은 한국 팬분들이 킬 경기장까지 찾아와주셨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팬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사진과 사인을 해드리고 집으로 퇴근을 하려고 했는데 영재가 오랜만에 많은 한국 팬분들이 찾아오셔서 기분이 좋았는지 “오늘 재성이형 집으로 가자”라는 말을 즉흥적으로 내뱉는 순간 팬분들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졌고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또 밤 경기였고 시간이 늦어서 춥고 식당은 다 닫아서 결국에는 원래 계획에 없었던 저의 집까지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와서 다들 처음에는 서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어색했는데 간단한 자기소개와 간단한 게임과 한가지 공통점인 축구이야기로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나이도 다르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축구라는 이유로 이렇게 알게 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이곳에 와서 저를 처음보는 팬분들도 계셨고 전북에 있을 때부터 보던 팬분들도 계셨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축구를 좋아하시고 우리 선수들을 생각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이야기 하는 도중에 어머니께서 차와 떡볶이를 만들어 주셨고, 피자를 시켜서 다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팬분들과 헤어지고 나서 저에게 따로 정말 감사하다고 여행 중에 좋은추억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팬분들이 돌아가고 메세지를 받고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참 소중한 추억이었고 내가 하루하루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저 말고도 다른 축구선수들도 경기장에 찾아와 주시는 모든 팬분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대표팀 경기와 K리그 경기가 끝난 후에 많은 분들이 선수들을 기다려 주시고 계시는데 모든 팬분들께 팬 서비스를 못하는 점을 선수들도 아쉬워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최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항상 마음과 다르게 부족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와 함께 한 여행

이번에 이틀간의 휴식이 주어져서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베를린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베를린에 가기 전에 피곤해서 전날 밤까지 갈지 안갈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당일 아침에 놀러가자는 말에 아무 계획없이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킬에서 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출발했습니다. 어머니와 번갈아 운전해서 4시간만에 도착했고 먼저 숙소에 체크인 하고 구경을 시작하였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베를린에 왔는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처음 구경하러 간 곳이 이스트 갤러리라는 곳인데 걸으면서 구경해야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우여곡절 속에 첫번째 곳을 구경하고 구글맵으로 관광지를 찾아보면서 여러군데를 돌아다녔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비가 그치고 구경하기에 한결 편해졌습니다. 어머니와 사진도 찍고 돌아다니면서 많은 곳을 구경했고 저녁을 먹은 다음 숙소로 돌아와 편하게 쉬다가 일찍 잠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다시 나가서 어제 가보지 못 한 곳들을 구경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킬로 돌아가기 전에 독일에서는 먹기 힘든 짬뽕을 하는 한식당이 있어서 오랜만에 탕수육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베를린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날씨도 좋지 않아서 힘들고 짜증도 났지만 독일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 첫 여행이라는 의미에서 좋았고 저도 베를린이라는 곳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요즘 패션에 관심이 생겨서 그런지 아쉬운 것은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패션의 성지라고 불리는데 옷 구경을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서  제대로 옷 구경을 하고 싶네요.

아무 계획없이 시작된 짧은 여행 이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되었고 나는 어떤 여행을 선호하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쉬는 날에도 많은 곳들을 돌아다녀 볼 예정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재성의 축구일기를 읽고 계신 분들이 어디에 계시든지 항상 건강하시고, 여러분들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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