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매년 '억대' 배구협회 수익 안겨.. 위로금도 '기부'

김영국 입력 2020. 2.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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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투혼과 연봉 삭감까지 희생.. 배구협회, 이재영·김희진에게도 '위로금 전달'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 박진철 기자
 
김연경이 한국 대표팀의 도쿄 올림픽 진출을 위해 쏟아부은 희생을 스스로 감당하기로 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김연경 선수에게 지급한 '특별 위로금'도 배구 유망주와 장애인 배구팀을 위해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이는 배구협회로부터 위로금 지급 결정이 난 순간부터 이미 결정했고, 현재 기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연경은 지난달 7~12일 태국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에서 복근 부상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진통제를 맞고 결승전에 출전해 양 팀 통들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소속팀 에자즈바쉬로부터는 부상으로 장기 결장에 따른 '연봉 일부 삭감'을 당하게 됐다. 특별 위로금은 배구협회가 그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지급하기로 결정한 금액이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 중 대표팀에서 부상을 입고 장기간 경기 출전을 못한다는 이유로 연봉 삭감을 당한 경우는 김연경이 유일하다. 배구협회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고 현재도 치료·재활 중인 이재영(흥국생명), 김희진(IBK기업은행)에게도 특별 위로금을 전달했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1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대표팀에서 부상을 입거나 악화된 선수들의 치료·재활 비용은 예외 없이 배구협회가 책임지고 지급한다"며 "이번에는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이라는 중차대한 성과를 올렸고, 국민들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주며 공을 세웠다. 때문에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선수 위주로 특별 위로금을 추가로 마련해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 위로금은 김연경 선수뿐만 아니라 이재영, 김희진 선수에게도 이미 지급을 완료했다"며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오한남 회장께서 '배구협회가 생색낸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으니 조용하게 지급하자'고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연경 측 "애초부터 뜻깊은 곳에 기부할 생각"... 입금 즉시 진행

김연경 소속사와 매니지먼트사는 11일 "김연경 선수는 배구협회가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올 때부터 개인적으로 쓸 생각이 아예 없었다"며 "어떻게 하면 뜻깊은 곳에 사용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연경 매니지먼트사는 배구협회로부터 특별 위로금을 받자마자 곧바로 기부 절차를 진행했다. 기부 방식은 전국의 중·고등학교 91개의 배구팀과 이전에도 후원을 해왔던 대전 원명학교 지적장애인 배구팀 등 총 92개 팀에게 '배구 훈련 용품'을 직접 구매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김연경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특별 용품'을 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용품 제작사 측의 공장이 중국에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방향을 바꿔 국내에서 프린팅 작업을 하기로 했고, 11일부터 후원 용품 제작에 들어갔다.

결국 김연경의 연봉 삭감 부분은 한 푼도 보전이 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손해로 남게 됐다.

연봉 삭감 감수하고, 도쿄 올림픽 위해 '치료 전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 박진철 기자
 
김연경의 복근 부상은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본선 출전권 획득을 위해 모든 걸 걸고 투혼을 불태우다 발생했다. 이재영, 김희진은 소속팀에서도 부상이 있었고, 대표팀에서 투혼을 발휘하면서 악화됐다.

특히 김연경은 본선 티켓이 확정되는 태국과 결승전에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음에도 '진통제'를 맞고 출전을 강행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2득점)을 올렸고, 이재영, 김희진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 선수뿐만 아니라 대표팀 14명 전원이 한국 여자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영광스런 금자탑을 쌓은 전사였고 영웅이었다.

한 해외 매체는 부상 투혼을 발휘한 김연경을 향해 "도쿄 올림픽 예선전의 진정한 영웅"으로 선정해 극찬을 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자신의 부상 치료와 재활 방법, 부상 공백 기간 동안 연봉 조정 문제로 소속팀인 에자즈바쉬와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터키로 가서 에자즈바쉬 구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치료·재활을 위한 한국 일시 귀국과 장기간 경기 결장에 따른 연봉 일부 삭감에 합의했다.

협상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희생한 것이 아니라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가 됐다"며 "에자즈바쉬 구단은 김연경 선수에게 언제까지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도 걸지 않았다. 구단도 경기 복귀를 서두르다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 또다시 부상이 재발할 경우 모두에게 더 큰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김연경은 지난달 28일 일시 귀국했고, 현재 국내에서 순조롭게 치료와 재활을 진행 중이다. 김연경이 국내에서 치료·재활을 강하게 원한 이유는 '편한 마음으로 제대로 치료해서 중요한 경기에서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서'였다. 김연경에게 중요한 경기는 3~5월에 몰려 있는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결승, 그리고 7~8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본선이다. 중요한 경기에 좋은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부상 치료와 재활을 완벽하게 해놓은 것이 선결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연경 해외 이적료, 매년 '1억 이상' 배구협회에 입금
 
 '여전히 세계 최고'... 김연경,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베스트 레프트 상' 수상 (2019.12.8)
ⓒ 국제배구연맹
 
배구협회 위로금이 화제가 되면서 새삼 부각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김연경이 매년 대한민국배구협회에 벌어다 주고 있는 '해외 이적료 금액'이다.

김연경은 터키 리그로 진출한 2011-2012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매년 자신이 받는 연봉의 10%를 대한민국배구협회에 수익금으로 안겨줬다. 이는 한국 남녀 배구 전체 선수 중 김연경이 유일하다.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김연경 1명뿐이기 때문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에 따르면, 모든 선수는 해외 리그 팀으로 이적할 때 소속 국가의 배구협회에 연봉의 일정 비율을 '이적료'로 지급해야 한다. 보통은 해당 선수를 영입한 구단 측이 그 선수의 국가 배구협회에 이적료를 입금한다. 그래야만 해당 선수의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되고, 그 팀에서 경기를 뛸 수 있다. 국내 프로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 해당 선수의 국가 배구협회에 이적료를 입금해야만 ITC가 발급된다.

그런데 이적료 금액 비율은 각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내규로 해당 선수 연봉의 10%를 이적료로 지급하도록 규정했었다. 그러다 2년 전 오한남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적료 비율를 다소 낮춰줬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김연경 선수가 새로운 팀과 협상을 하는 데, 보다 유리한 길을 터주기 위해서 이적료 비율을 낮춰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연경의 경우 여자배구 선수 중에서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매년 터키 리그 구단이 대한민국배구협회로 입금하는 이적료 액수가 1억 원이 넘는 거액이라는 점이다. 배구협회는 김연경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매년 1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김연경이 해외 리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발생하지도 않았을 돈이기 때문이다.

에자즈바쉬 구단은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을 영입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 그리고 연봉과 별도로 거액의 이적료를 대한민국배구협회에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김연경 선수의 이적료 입금액은 배구협회 수익 계정으로 잡힌다. 때문에 성인 국가대표팀 이하 청소년, 유소년 대표팀 등 각급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비용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 결국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단순히 해외 진출만 한 것이 아니라, 지난 9년 동안 매년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거액의 기금까지 벌어다 바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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