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라이트 복귀'.. IBK기업은행, 강팀 DNA 되찾을까

김영국 입력 2020. 2. 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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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김우재 감독 "김수지-김현정 센터진 대안 생겨.. 김희진, 라이트 투입"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김희진(IBK기업은행)... 2019-2020시즌 V리그 경기 모습
ⓒ 박진철 기자
 
김희진(29세·185cm)이 조만간 라이트 공격수로 코트에 복귀할 예정이다.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라이트인 김희진은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이 종료된 직후인 1월 14일 2019-2020시즌 V리그가 재개된 이후부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종아리 부상 치료 때문이었다.

그리고 18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잠깐씩 '원 포인트 블로커'로 투입됐다. 본격 출전을 앞둔 코트 적응 차원이었다.

김희진의 부상은 소속팀에서 V리그 경기 중에 발생했고, 대표팀에서 투혼을 발휘하면서 심화됐다.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김희진을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합류시킬지를 놓고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김희진은 대표팀 합류를 강하게 원했고,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1월 11일 대만과 준결승전에서는 김연경이 복근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위기 상황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18득점)을 올렸다. 올림픽 티켓이 확정되는 태국과 결승전에서도 김연경, 이재영과 함께 공격 삼각편대의 한 축을 충실히 수행했다.

김희진은 결승전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부상 상태가 어떻든, 태국전은 정말 중요한 경기다. 아픈 것 다 잊고 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 확정된 순간,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대표팀이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귀국했던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도쿄 올림픽에서는 아프고 뭐고 없다. 어디 부러져도 죽어라 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을 꼭 따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희진은 그런 선수였다. 대표팀 주전 라이트 공격수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였다. 치열한 노력 끝에 2019 월드컵 대회에서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진정한 라이트 공격수로서 면모를 선보였다. 이번 도쿄 올림픽 이사아 예선전에서도 라이트 공격수로서 경쟁력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많은 팬들이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책임감을 감당하느라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포지션 변경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에서는 대표팀과 달리 센터 공격수로 경기를 뛰었다. 김수지와 짝을 이루는 센터 한 자리가 약점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메워줘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팬들은 "대표팀에서 1년을 공들여 제대로 된 라이트로 성장시켜 놨더니 소속팀에서 망가뜨리고 있다"며 감독과 구단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자긍심과 투혼, '두 책임감' 사이에서 마음고생
 
 대표팀에서 김희진 경기 모습(맨 오른쪽)
ⓒ 박진철 기자
 
그런 사정들 때문에 김희진의 복귀는 그 자체보다 어느 포지션으로 경기를 뛰느냐가 더 큰 관심사가 됐다.

김희진은 오는 22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전부터 본격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은 18일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김희진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오늘은 코트에 적응시키기 위해 잠깐씩 기용했다. 다음 경기에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재 감독은 17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김희진의 라이트 투입 구상에 대해서도 구제척으로 밝혔다.

그는 "김희진의 종아리 부상 부위는 거의 완치된 상태"라며 "상체 운동은 이전부터 해왔다. 지금은 볼을 때리고 점프 운동을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정이 트레이드로 영입되기 전에는 센터 포지션 한 자리가 대안이 없었다. 김희진이 그 자리에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김현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센터진이 김수지-김현정 라인으로 대안이 생겼기 때문에 김희진은 라이트로 들어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센터도 병행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라이트로 투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희진이 라이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표승주는 원래 자리인 레프트로 돌아간다. 어나이-표승주가 레프트를 맡게 될 것"이라며 "표승주가 흔들릴 때는 김주향, 백목화가 언제든지 교체 투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진이 복귀하면 공격진 전체가 선수 운용 폭이 한결 넓어지고 두터워진다는 뜻이었다.

IBK기업은행은 4라운드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월 13일 GS칼텍스와 2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러면서 GS칼텍스 소속이었던 센터 김현정(22세·180cm)을 영입했다. 김현정은 현재 김수지와 함께 IBK기업은행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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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의 짐... 감독·세터가 함께 들어줘야 성공
 이나연 세터(IBK기업은행)
ⓒ 박진철 기자
 
관건은 김희진의 라이트 복귀가 IBK기업은행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김희진 혼자만의 활약으로 떠넘길 수 없는 점이 분명 존재한다. 감독과 주전 세터 이나연(28세)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희진이 대표팀에서 라이트 공격수로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한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라이트 공격수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여론에 흔들림 없이 줄기차게 김희진 카드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라이트 토스에 강점이 있는 이다영, 염혜선 세터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누가 뭐라 해도 IBK기업은행의 강점은 김희진, 김수지의 존재다. 두 선수를 적극 활용해야 강팀들을 상대로 더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다. 

경기가 안 풀리고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해서 두 선수의 활용도를 줄이고,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거나 레프트 위주의 단순한 플레이를 계속한다면, IBK기업은행의 부진은 개선되기 어렵고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 지금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플레이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토대를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

'신생팀 모범생' IBK... 여자배구·V리그에 '큰 혜택'

여자배구에서 IBK기업은행은 가장 늦게 창단한 막내 구단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 발전과 V리그 흥행에 신생팀으로서 IB기업은행이 안겨다 준 혜택은 매우 크다.

IBK기업은행은 2011~2012시즌 V리그에서 첫선을 보였고,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3회,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KOVO컵 우승 3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면서 여자배구 '최강 팀'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구단 프런트의 적극적인 투자, 이정철 감독의 역량과 외국인 선수 선택에서 탁월한 안목, 국내 선수의 경쟁력 등이 어우러진 합작품이었다.

그러면서 '팀 수가 늘어나면, 리그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배구 유망주들이 경기를 뛸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IBK기업은행이 배구단에 적극 투자를 하면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구단에게 자극을 준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여자배구 대표팀, 유소년·생활체육 배구 대회 등에도 많은 후원을 해왔다. 신생팀 하나가 창단되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선순환이 발생하는 지를 잘 보여준 산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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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한 '골짜기'... 돌파냐 추락이냐

그러나 영원한 왕조는 없다. IBK기업은행도 올 시즌 최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다. 창단 이후 최초의 일이다. 5~6위권에서 맴돈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승승장구해 온 과정에서 한 번은 겪어야 할 큰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지금 맞닥뜨린 골짜기에서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느냐가 최대 과제인 셈이다.

V리그에서 소위 '만년 하위 팀'으로 불리는 남녀 구단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보여 온 공통의 특징이 있다. 시즌 중반까지는 하위권에서 고전하다 후반기에 연승을 하며 다음 시즌은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그러면서 시즌 중에 드러난 본질적 문제점들에 대해 확실한 개선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똑같은 하위권 패턴을 반복한다. IBK기업은행이 그 길을 갈지 말지는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다.

사실 IBK기업은행의 현재 선수 구성을 따져보면, 꼴찌를 하고 있어야 할 팀이 아니다. 대표팀의 주전 라이트 김희진, 주전 센터 김수지, 백업 레프트 표승주가 있다. 주전 세터 이나연도 지난해 라바리니 체제의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외국인 선수도 지난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

김희진의 라이트 복귀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면, 언제든지 1~2위 팀도 무너뜨릴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난 1월 중순 1위 팀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고, KGC인삼공사도 꺾으면서 기세를 올린 적이 있다. 

결국 '강팀 DNA'를 되찾기 위해서는 올 시즌의 시행착오를 진솔하게 대하고, 개선하겠다는 치열한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이 시즌 막판 모두가 두려워하는 '고춧가루 부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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