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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단독 인터뷰 "기성용 사태, 2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박주미 입력 2020.02.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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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복귀를 결심했던 기성용(31)이 결국 국내가 아닌 스페인 리그 진출로 가닥을 잡으면서, K리그는 모처럼 찾아온 대형 스타 복귀라는 호재를 놓치게 됐다. 당연히 팬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여 년 전에도 '기성용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날쌘돌이' 서정원(50)의 국내 복귀 논란이었다. 독일에서 연수 겸 볼프스부르크 구단 훈련 참관을 마치고 지난 17일 입국한 서정원 전 수원 감독을 KBS가 만났다.

먼저 서정원 전 감독은 이번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부터 전했다. "독일에서 그 소식을 접하고, '아 또 내가 등장하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너무 마음 아팠다. 어떻게 보면 내가 처음으로 똑같은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선배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기성용과 서정원의 경우는 상당히 유사하다. 기성용은 지난 2009년 FC서울에서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할 때, 이적료를 선수와 구단이 절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이적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K리그에 돌아오게 될 경우 원소속 구단인 FC서울과 우선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 우선 협상이 결렬돼 K리그 내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에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을 첨부했다. 기성용은 과거 FC서울과 맺은 이 위약금 조항으로 끝내 전북 현대 이적이 무산됐다.

서정원 역시 마찬가지다. 1998년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소속으로 프랑스 리그에 진출했고, 이 과정에서 기성용과 유사한 조건을 계약했다. 이적료를 구단과 절반씩 배분하고, 다시 K리그로 돌아올 때는 '조건 없이 안양으로 복귀'라는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K리그 선수가 유럽 이적을 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 계약 조건이 제대로 이뤄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 안양에 입단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죠. 구단에서 승낙했기 때문에 안양으로 갔어요. 이후 많은 해외 팀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이적료 문제로 구단이 해외 진출을 승인을 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적료 50 대 50이라는 계약 조건을 내가 포기하겠다, 이적료 100을 다 가져가라고까지 말했는데 그럼에도 이적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래서 해외 팀과 이적에 최종 합의해놓고 취소된 적도 많았죠."

서 전 감독은 20여 년 전 독일 쾰른 이적을 마무리하고도 이적료가 부족하다는 안양 구단의 막판 반대로 무산된 경험을 되새겼다. 쾰른 현지에서 서정원을 환영한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당시 기사를 아직도 갖고 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줬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서정원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다. 힘겹게 해외 진출에 성공한 서정원. 그러나 프로축구 무대로 돌아올 때는 더 큰 고난이 찾아왔다.

"안양과 에이전트가 협상을 벌였는데, 최상의 몸 상태로 돌아갔는데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조건을 갖고 나왔었죠. 그래서 결렬이 됐고 이 과정에서 수원 삼성의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래도 안양이 제시한 조건을 맞춰주려 했는데 또 다른 조건을 이야기해서... 그때는 진짜 이건 너무나 말이 안 되는 (그런 제안이었죠). 조건을 맞춰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또 다른 조건을 내걸어 구단이 제시한 조건에 너무 실망했죠. 못하겠다 싶더라고요."

이 부분은 기성용-FC서울 간 협상 결렬과 비슷한 대목이다. 기성용이 자신의 연봉 조건을 대폭 낮추고 협상에 임했지만, 예상외로 FC서울 구단 측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부분과 유사하다. 서정원은 논란 끝에 수원 이적을 확정했고 안양 LG 구단과 법정 소송을 벌인 끝에 2004년 위약금 3억 원을 물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서정원 전 감독은 "그때 축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끝까지 강하게 싸우지 못한 걸 지금은 좀 후회하죠."라며 K리그의 구단-선수 간 계약 관행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제가 승소했죠. 마지막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서 위약금 7억 반환 요청 중 3억 원을 반환해줘야 했지만 이건 분명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FIFA까지 가 보려고 했어요. 그 상황에서는 무조건 제가 승소하는 거였죠. 그런데 한국 분위기에서 그렇게까지 하면 다시는 공을 못 찼을 거에요. 천하의 죽일 놈 됐을 겁니다. 당시에는 언론과 팬, 축구인들까지 모두가 비난을 쏟아냈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1995년 유럽에서 나온 보스만 판결 이후 자유계약 선수는 어느 팀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세계 축구계의 상식이었다.*)


21년 전이나 지금이나 K리그는 바뀐 게 없다고 생각한 서정원 전 감독은 마지막으로,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전체가 상생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기성용 사태 보고 정말 누구보다 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 선수들이 K리그를 뛴다는 상상만 해도 너무나 기분이 좋은데. 인기 선수들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국내 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K리그에서 뛰겠다고 돌아오겠다는데 구단이, 계약 때문에 막은 셈이 됐으니 국내 K리그가 어떻게 저런 선수들을 뛰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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