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미국 가는길 막힐라.. 부랴부랴 떠나는 한국 女골퍼들

민학수 기자 2020. 2.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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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확산으로 美입국제한 땐 LPGA투어 대회 나갈 수 없어
박희영·박인비·유소연·박성현 등 국내 휴식 포기하고 서둘러 출국
국가대표 경쟁에도 돌발 변수로

"모처럼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 먹고 친구도 만나면서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싶었는데." "주변에 피해를 보시는 분이 워낙 많아 빨리 이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박희영(33)은 3월 초 출발 예정으로 예약해 놓았던 비행기표를 바꿔 25일 밤 미국 LA로 돌아가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그는 이날 출국 전 용품 후원사에서 맞춰 놓은 새 클럽으로 시타를 해보고는 부랴부랴 공항으로 출발했다. 며칠간 골프장에서 샷 연습도 하고 레슨도 받아볼 생각이었지만, 이틀 전 미국 LA 집에 먼저 도착한 남편이 "혹시 모르니 서둘러 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마스크 쓴 박인비 -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가 마스크를 쓴 채 어머니 김성자씨와 포옹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인비(32)와 유소연(30)도 예정을 앞당겨 26일 미국으로 출발한다. 3월 초순쯤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미국에서 쉬는 게 더 좋겠다는 가족들 권유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호주 대회를 치르고 입국하던 지난 17일만 해도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우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호주 대회를 뛰지 않고 국내에 머물렀던 박성현(27)은 이미 22일 미국 올랜도로 떠났다.

당초 귀국 계획을 갖고 있던 선수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에 그대로 남았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고진영(25)과 LG전자는 지난 23일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동안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고진영은 이날 계약 발표에 맞춰 귀국할 예정이었다가 취소했다. 정식 후원 조인식은 7월 23일 프랑스 에비앙 챔피언십을 전후해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진영은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마련한 전지 훈련 캠프에서 예정보다도 훨씬 길게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에 머무는 김세영(27)은 몇 차례나 한국에 들어오려 했지만, 가족들이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대신 어머니가 지난달부터 함께 머무는 데다 여동생까지 24일 미국으로 들어갔다. 김세영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를 전후해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들이 고국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고 서둘러 미국행을 결정한 것은 언제 하늘길이 닫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확진자가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한국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만에 하나 사태가 더 심각해져 미국이 강경 조치를 취하면 미 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회에 나설 길이 막힌다. 미 LPGA투어는 지난 16일 호주여자오픈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음 달 19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는 파운더스컵으로 시즌을 재개한다.

2~3월 아시아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혼다 LPGA 타일랜드,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LPGA 블루베이 등 3개가 취소되면서 한 달간 공백기가 생겼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4명의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한 코로나가 돌발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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