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캠프인터뷰] '돌아온 주장' 이용규, "그저 '잘했다'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배영은 입력 2020. 3. 4. 05: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 베이스볼콤플렉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한화 주장 이용규. 배영은 기자
한화 이용규(35)에게 지난 1년은 여기저기 구겨진 자국만 남은 '백지'나 다름없었다.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 터져 나온 공개 트레이드 요청, 구단의 단호한 거절 그리고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 다른 누구도 아닌 '이용규'였기에 한화는 더 강한 철퇴를 내렸고, 다른 누구도 아닌 '이용규'였기에 한화는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이용규도, 한화도 웃지 못한 채 한 시즌이 흘러갔다.

폭풍 같던 1년이 지나고 이용규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한화의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그가 올해는 선수단의 새 리더로 금의환향했다. 한화 선수들은 돌아온 이용규에게 직접 주장 완장을 채워 주면서 말보다 더 확실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축 처졌던 이용규의 어깨에 다시 날개를 달아줬다.

이제 이용규는 지난해 이맘때와 아주 다른 선수가 됐다. 어떻게 한화와 함께 더 높이 날아오를지 고민하고, 어떻게 후배들을 더 단단하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고심한다. 주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선수로서 해내야 할 역할 중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그는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단 한 번도 후배들에게 대충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 뒤 "올해는 시즌이 끝난 뒤 그저 '잘했다'는 한 마디를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이용규는 그렇게 달라졌고, 그렇게 한결같다.

캠프에서 훈련 중인 이용규의 모습. 사진=한화 제공

-주장으로서 처음 맞는 스프링캠프다. 분위기는 어떤가. "무척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린 친구들이 욕심을 갖고 훈련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 더 좋은 것 같다."

-선수들이 직접 뽑은 주장으로 선출됐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젊은 선수들이 봤을 때, 저 선배 성격이라면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구단에 잘 전달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주장이라는 자리가 딱히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다만 어릴 때부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 늘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절대 대충하는 일이 없고 늘 잘하려고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 부분을 젊은 친구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주장이 될 거라고 예상은 했나. "생각도 못했다.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도, 누가 뽑히든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후보로 올려줬는데 내 맘대로 기권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가만히 있었을 뿐, 주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런데 갑자기 새 주장으로 이름이 불려서 깜짝 놀랐다."

-주장 선거를 하는 과정은 어땠나. "투표 전 매니저님이 주장 후보들에게 각오 비슷한 얘기를 한 번씩 하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그냥 솔직하게 이런 얘기를 했다. '주장 선거는 자기와 친하고 잘해주는 선배를 뽑는 인기 투표가 아니다. 팀을 어느 정도 잘 이끌어가야 하고, 구단도 그런 선수에게 주장을 맡기기 위해 투표를 하기로 한 것이니, 신중하게 잘 생각해서 한 표를 던지라'고. 팀을 중심에 두고 장난 삼아 표를 행사하지 말라는 의미로 얘기한 것인데, 정작 내가 될 거라고는 1%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한 시즌 공백이 있으니 야구로 뭔가 보여주고 싶은 한 해일 텐데,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주장 자리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지만, 지난 1년의 공백을 생각하면 올 시즌을 치르는 데 걱정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 잘하면 다행이겠지만, 성적이 안 나오면 그 전에 받았던 질타보다 두 배 더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1년 못 뛰어서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는 건 그냥 핑계만 될 것 같다. 못해도, 잘해도 그게 내 실력이다. 그저 야구를 잘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내 몫이다."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준비하나. "1년간 경기를 제대로 못 뛰었으니 타격폼을 조금 바꿔 더 잘 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폼이 좀 컸는데, 조금이나마 작아질 수 있게 신경 쓰면서 훈련한다. 어느 순간부터 스윙부터 시작해 너무 밀어치려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나왔어야 하는데, 억지로 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 좋았을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그 부분을 깊이 생각해보고, 습관은 어느 정도 나오더라도 최대한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같은 파울이라도 더 강한 스윙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외에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시즌 개막 전까지는 큰 이상 없이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말 유망주들 위주로 진행되는 교육리그에 참가한 것도 이용규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데뷔 후 교육리그에 처음으로 가봤다. 신인 시절에도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후배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저 내 것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솔직히 가기 전에 많은 부분을 고민했다. 내가 가도 될지,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어린 친구들하고 가니까 여러 가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결국 다짐한 건 하나였다. 그냥 내가 하던 대로, 가식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던 모습 그대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후배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선수단으로 복귀하면서 이런저런 염려가 많았을 텐데, 주장으로 뽑히면서 어느 정도 안심이 됐을 듯하다. "사실 1년 떠나 있는 동안에도 선수들과는 워낙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복귀 후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이 내가 괜찮을지 눈치를 보고 염려하는 게 보여서 더 미안했다. 주장을 시켜준 것은 지난해 못한 만큼 올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두 배 더 많이 뛰어달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 2월 '엄지 척' 세레머니를 제안했던 이용규. IS포토

-주장이 된 뒤 '엄지 척' 세리머니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나는 (TV로 야구를 보는) 시청자 입장이지 않았나.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중계를 보는데, 팀 전체가 한 세리머니를 함께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밝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 팀이 지난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었는데, 경기 중에 그런 세리머니를 한다면 다른 선수가 던지거나 칠 때도 하나가 되고 더 집중해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또 팬들은 우리에게 열심히 응원을 해주시는데, 우리는 보답할 게 별로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와 팬이 함께할 수 있는 세리머니가 생기면 팬들이 야구장에 와서 응원할 때 또 하나의 재미도 있는 것 같고,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될 것 같았다. 우리가 엄지를 들 때 팬들도 똑같이 받아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세리머니 얘기를 들은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일부러 모두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김)태균이 형을 비롯한 고참 형들에게만 '후배들이 잘하면 은근슬쩍 한번 씩 해달라'고 부탁했다. 점점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따라하게 되면 캠프 중간 쯤 '우리가 올해 이 세리머니를 하기로 했다'고 귀띔해주려고 했던 거다. 처음부터 무작정 하라고 하면 너무 억지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선수들이 너무 빨리 알게 됐다.(웃음) 지금은 자연스럽게 누가 엄지를 치켜세우면 상대방도 같이 해주고 있다."

-동작을 '엄지 척'으로 정한 이유는? "그 동작에 여러 가지 의미가 많은 것 같다. '멋있다'도 되고, '잘했다'도 되니까. 너무 장난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 그것으로 결정했다."

-남다른 마음으로 시작하는 시즌이다. 올해 팀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팀 전체적으로는 끈질기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나부터 변하려고 한다. 선수들에게 올해는 땅볼 하나를 치더라도 무조건 전력질주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선수들끼리 서로 믿음이 생기면서 밝게 야구할 수 있을 것이고, 팬들도 더 야구장에 모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한화 야구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 팀이 활기차고 밝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반면 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큰 욕심이 없다. 그저 시즌이 끝나고 '이용규라는 선수가 2020년에는 참 잘했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성공일 것 같다."

배영은 기자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