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혼란에 빠진 도쿄올림픽, IOC·일본의 강행 의지에도 번지는 우려

김희선 2020. 3.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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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가 확산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유명 시사 평론가이자 '국민 언론인'으로 불리는 이케가미 아키라(70)가 3일, 일본 주간지 문춘의 온라인판을 통해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탑승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요코하마 앞바다에 격리돼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집단 감염 사건을 두고 "격리 방법에 문제는 없었냐"고 묻는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케가미는 "처음에는 전원 격리가 된다고 생각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지만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서로 오가며 접촉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결과가 음성인 사람을 대중교통으로 귀가시킨 판단에 대해서도 경악했다"며 "일본 관공서의 위기 관리 능력이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일본은 국제적으로 신용을 잃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가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 그리고 도쿄 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IOC와 도쿄 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대회 개최에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사진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도쿄 올림픽 준비하라", "개최에 문제 없다" IOC·日 주장에도 불안 가중

개막까지 141일을 남겨 놓은 2020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 풍랑에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쿄 올림픽이 무사히 열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집단 감염 사건 이후,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서 지역 감염이 확인되며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대회 개최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해왔다. 그러나 현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재직 중인 딕 파운드 위원이 지난달 26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해당 위원의 발언은 IOC의 공식 견해가 아니고 (해당 위원도) 예정대로 대회 개최를 향해 IOC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대회를 둘러싼 불안과 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IOC는 예정대로 도쿄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IOC는 4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력(full commitment)을 다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 선수들에게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라"라고 독려했다.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을 해결을 위해 취한 모든 조처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고 밝힌 IOC 집행위원회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있어 선수들과 국가올림픽위원회, 종목별 국제 연맹, 각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과 유연성을 환영한다. 모든 당사자가 코로나19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도 불안함은 계속 가중되는 중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미즈노 야스다카 글로벌헬스케어 클리닉 원장은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고 잠복기간이 긴 데다가 무증상 감염자도 있는 점을 들어 봉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치료약이나 백신 개발이 도쿄올림픽 개막 시점인 7월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2년 아시아권 등 약 30개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사스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종식 선언을 한 것이 이듬해 7월로, 발생에서 종식 선언까지 8개월 가량 걸렸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염력이 사스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남미와 아프리카를 포함해 이미 70여개국으로 퍼진 상태라 잦아드는데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건 역시 올림픽에 참가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 예선전이 속속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골프랭킹 5위 더스틴 존슨(36·미국)이 3일 매니저를 통해 도쿄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혀 직접적인 '보이콧' 의사를 전했다. 존슨의 매니저가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돼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취소 안되면 연기라도… 日 여론도 회의적

IOC가 성명을 내기 하루 전인 3일, NHK의 보도에 따르면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회 연기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올림픽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하시모토 담당상은 "유치 협약상 '본 대회가 2020년 중 개최되지 않는 경우'라고만 쓰여있으며, 이 해석에 따라 2020년 중이라면 연기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지난 1일 BS아사히가 '일요 스쿠프' 코너에서 공개한 계약서 내용과 같다. 이 방송에서 공개된 계약 내용은 '대회 참가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IOC가 독자적 재량으로 대회를 중지할 수 있다', '2020년 내에 대회가 개최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해지된다',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일본 측이 보상·손해배상 권리를 포기한다' 등이다. IOC가 임의로 올림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데다 손해배상 권리까지 포기한다는 내용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불공정 계약'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하시모토 담당상의 발언은 곧바로 외신을 통해 전달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 그리고 로이터 통신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올림픽 담당 장관이 대회를 2020년 연내로 연기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 역시 하시모토 담당 장관이 "2020년이라면 언제라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기사화했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도 "도쿄 올림픽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물론 하시모토 담당상은 "조직위원회, IOC, 도쿄도가 7월 24일에 개최하는 것을 전제로 모든 힘을 다하고 있으며 국가로서도 확실하게 지원을 다 할 것"이라며 대회 연기보다 정상 개최 쪽에 무게를 뒀지만 일본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하시모토 담당상의 '올림픽 연기 가능성' 발언이 외신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는 데일리 스포츠의 기사에는 12시간 만에 2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 기사에 댓글을 단 한 일본 네티즌은 "어차피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각 나라에서 모두 중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6월 경까지 (코로나19가)수습된다고 해도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어떻게든 개최할 거라면 최대한 빠른 단계에서 연기하는 것이 참가국들의 일정이나 선수들 사정에도 맞추기 쉽다. 아슬아슬하게 끌고 가다가 직전에 연기하는 건 최악의 방법이다. 어쨌든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 2만 명이 넘는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IOC가 도쿄 올림픽의 강행을 선언한 이번 성명문에 대해서도 자조적인 반응이 많다. "지금까지 올림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온 일본을 배려해주는 발언"이라는 냉소적인 평가와 함께 "지금 상황에서야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부터 세계 각국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가 높아지다보면 결국 멀지 않은 시기에 IOC가 중지를 선언할 것이라 본다"는 예상도 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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