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기 감춘 'KK' 김광현 스플리터 꺼내들면 깜짝 놀랄걸?

장강훈 2020. 3. 1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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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2일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스플리터 그립이 선명하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K’는 다 계획이 있다. 모두가 슬라이더에 집중할 때 숨겨둔 무기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다. 메이저리그(ML) 연착륙뿐만 아니라 풀타임 선발 가능성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얘기다.
김광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슬라이더 투수다. 최고구속 144㎞까지 측정된 고속 슬라이더는 ML 입성 초기 세인트루이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슬라이더 위력을 실제로 보니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런 김광현이 지난 10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홈런 군단인 미네소타 정예 타선을 상대로 3이닝 무실점 역투를 뽐내자 “알고보니 커브볼러”라는 찬사를 불러냈다. 지난달 23일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부터 미네소타전까지 네 경기에서 8이닝을 던져 5안타 무실점에 삼진 11개를 솎아내 한국의 에이스인 이유를 증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2일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불펜에서는 스플리터를 적극 점검하는 모습이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스로는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선발이냐 불펜이냐는 그 다음 문제”라며 과도한 경쟁을 경계했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감춰둔 매력을 양파처럼 드러내는 중이다. 이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강력한 포심과 슬라이더 조합만으로 ML에서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강력한 포심과 슬라이더 콤비네이션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ML를 주름잡은 랜디 존슨으로 대표된다. 장신(208㎝)인데다 익스텐션(투수판에서부터 볼을 끌고 나오는 거리)이 길고 투구 궤도마저 자연 백도어(좌타자 기준)라 구종 두 개만으로도 ML를 평정했다. 하지만 현대 야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현미경 분석이 대세라 아무리 강력한 포심-슬라이더 조합을 갖고 있더라도 선발로 롱런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데뷔 초기 김광현이 불펜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 시절 김광현은 ML 진출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스플리터와 커브를 꼭 가져야 할 구종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6월 1일 문학 한화전에서 스플리터를 던지고 있는 김광현. 사진제공 | SK와이번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범경기에서 세 번째 구종으로 커브를 먼저 꺼내 들었다. 앞뒤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는 빠른 공 하나에만 포커스를 맞춘 타자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다. 미네소타전에서 이 완급이 타자를 얼마나 괴롭게 만드는지 점검했다. 문제는 커브가 확실하게 떨어지지 않고 느슨하게 날아들 때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몸쪽(우타자 기준)으로 도는 구종뿐이라,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더라도 오프 스피드 피치가 필요하다. 김광현이 감추고 있는 스플리터를 꺼내들 타이밍에 눈길이 모이는 이유다.
김광현은 ML 진출을 염두에 둔 시점부터 스플리터 장착에 열을 올렸다. 150㎞짜리 포심에 같은 폼으로 던지는 130㎞대 스플리터는 타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구종이다. 다른 구종과 릴리스포인트를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광현은 ML 데뷔를 앞두고 “커브와 스플리터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이미 커브볼러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만큼 스플리터도 적재적소에 구사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KBO리그에서 던진 김광현의 구종별 분포도는 스플리터가 14.5%로 커브(9.4%)보다 높았다. 포심-슬라이더 조합이 73%를 상회했는데 힘있는 ML 타자를 상대하려면 브레이킹 볼과 오프 스피드 피치 비율을 높여야만 한다.
ML 시범경기에서 네 차례 등판해 8이닝을 소화하자 현지에서는 김광현을 ‘커브볼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물론 공인구에 완벽히 적응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왼손 투수가 던지는 느린 스플리터는 ML에서도 희소구종으로 평가 받는다. 꼭 스트라이크존을 걸치지 않더라도 보더라인 언저리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류현진의 체인지업만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관건은 자신감이다. ML 타자에게도 통한다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마운드 위에 선 KK가 스플리터로 삼진을 잡아내는 순간이 김광현의 진짜 모습이다. 김광현이 공인구를 손에서 떼지 않고 완벽하게 손에 익을 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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