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의 다이아몬드+] KIA 마음 울린 30만원 기부..스타보다 큰 불펜포수 이동건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0. 3. 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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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

등번호 105번. 이동건(27)은 KIA의 1군 불펜 포수다.

광주일고와 인하대를 졸업하고 프로 입단의 꿈을 꾸었지만 지명받지 못한 이동건은 2016년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정식선수가 되지는 못한 채 불펜포수로 전환했다. 박봉에 서울살이가 힘겨울 때 고향 팀의 부름을 받았고 2017년 KIA로 갔다.

투수가 피칭훈련 할 때 공을 받아주며 오늘의 컨디션은 어떤지 확인해주는 불펜 포수는 그라운드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투수가 가장 의지하는 중요한 사람이다. 계약은 선수로서 하고 선수들과 같은 훈련 시간에 움직이며 더 많은 땀을 흘리지만 경기에 뛰지 않으니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보조선수’로 불리는 이들의 연봉은 프로 선수들의 최저연봉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나 KIA 불펜포수 이동건의 마음은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보다 훨씬 크다.

이동건은 KIA가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친 지난 14일 상을 받았다. KIA는 해마다 스프링캠프를 종료하며 선수단 중 뽑는 MVP를 대신해 올해는 MIP를 선정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 선정한 ‘가장 중요한 선수’로 이동건을 포함한 보조선수 4명이 뽑혔다. 불펜포수가 된 이래 처음으로 상이라는 것을 받으며 박수도 받았다.

윌리엄스 감독이 수여한 상금 1000달러(약 120만원)는 네 선수에게 250달러(약 30만원)씩 나눠졌다. 생각지 못했던 상에 갑자기 생긴 보너스였다. 언제나 선수단 뒤에 가려져있으면서도 최선을 다한 노력을 칭찬한 윌리엄스 감독의 메시지에 이동건은 큰 마음으로 화답했다. 이 상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30만원은 몇천만원부터 수십억원까지도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쉬워보일 수 있는 액수지만, 계약직으로 박봉 속에 운동하고 생활하는 보조선수들에게는 정말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상금을 받은 이동건은 곧장 주장인 양현종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기부할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동건은 최근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에 기부한 양현종의 안내를 통해 소중한 상금 30만원을 대한적십자 대구지사에 기부했다.

이동건은 “우리나라 모두가 힘든 시기라 나도 뭐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뜻깊은 상금을 받게 되니 의미있게 쓰고 싶었다. 상을 받은 선수들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기분일까 했는데 아주 조금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기부액도 너무 적어 혼자 조용히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양)현종 형에게 물어봤다. 여유가 없다보니 늘 마음만 갖고 있었던 기부를 이렇게 하고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동건은 불펜포수로는 드물게 일부 야구팬들에게 이미 얼굴이 알려진 선수다. 지난해 5월 경기중 KIA 포수 한승택의 역전타가 나오자 더그아웃에서 펄쩍 뛰며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 종료 직후에는 KIA 선수 모두가 우승 확정의 기쁨에 흥분해있던 와중에도 그라운드에 떨어져있던 우승 공을 착실히 챙겨 양현종에게 전달한 똘똘한 보조선수다. 어쩌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더 팀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KIA 유니폼을 입고 있다.

팀이 준 의미있는 상에 큰 마음으로 화답한 이동건의 모습은 사실을 아는 KIA 선수들에게 이미 큰 울림을 주었다. 양현종은 “항상 우리와 가장 가까운 데서 제일 많이 도와주고 열심히 하는 후배”라며 “기부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용기를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기특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것이 중단된 3월, 연봉은 가장 적지만 생각은 그 어떤 스타보다도 큰 불펜포수 이동건의 훈훈한 마음이 얼어버린 프로야구의 봄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수 있지 않을까.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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