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Dream] SK 와이번스 박민호

대단한미디어 입력 2020.03.3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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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빛을 내는 스타

우리말 ‘별’과 영어의 ‘스타’는 정확히 같은 의미는 아니다. 별 중에는 스타도 있고, 스타처럼 보이는 행성도 있다. 스타는 스스로를 태워 빛을 발하는 별을 말한다. 지난 시즌 SK 불펜에서 유독 빛이 나던 선수가 있다. 15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불과 한 해 만에 2점대까지 끌어올린 박민호다. 커리어 하이를 찍은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어둠 속에서 드디어 출구를 찾은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빛나는 건 그가 찾은 출구일까, 그 자체일까. 그는 지금의 빛을 내기 위해 어떻게 자신을 태웠을까. 크게는 식단부터 작게는 팔꿈치의 미세한 각도까지, 그가 했던 그동안의 노력을 들어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송서미 Location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




#함께하는 스프링 캠프

만나서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과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2월 12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SK 와이번스 박민호입니다. 저는 <더그아웃 매거진>이 익숙해요. 열렬한 구독자거든요.

정말요? 언제부터요?

지난 시즌부터 구독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주변에 인터뷰한 사람이 있으면 그 잡지를 얻어서 봤거든요. 그러다가 아예 구독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정기 구독을 해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지난 2월부터 11월 호까지 전부 챙겨 봤어요. 그런데 어제 갑자기 연락이 와서 놀랐죠. 평소에 구독하는 잡지에 나간다니 정말 기뻤어요.

스프링 캠프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컨디션은 좀 어때요?

컨디션도 좋고 날씨도 화창해서 만족해요. (플로리다는 몇 번째인가요?) 벌써 다섯 번째예요. 올해도 덥네요. (작년보다 더 더운가요?) 날씨는 매년 비슷한데, 추운 한국에 있다 와서 그런지 더 덥게 느껴져요. 원래 플로리다가 비가 많이 오거든요. 이번에는 날씨도 좋고 비도 잘 안 내리네요.

지난 마무리 캠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치중했다고 들었어요. 스프링 캠프에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요?

지난해 체력적으로 부족했어요. 그래서 마무리 캠프 때 새로 오신 이지풍 코치님이 웨이트에 집중해서 보완해 보자고 했어요. 스프링 캠프에서도 비슷한 루틴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이지풍 코치와는 잘 맞나요?

이전에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에 계셨잖아요. 당시 그 팀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파워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타자며, 투수며 역할에 상관없이 선수 모두 힘이 넘쳐 보이더라고요. 이번에 함께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어떤 이유가 있던가요?

코치님은 막힘이 없어요. 강의하시는 걸 들어도 그렇고, 함께 훈련을 해도 막힘이 없으세요. 부산 사투리로 쿨하게 “해라! 그냥 해라”라고 하시는데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솔직히 따라가는 게 힘들긴 하지만 좋은 결과를 체감하니까 코치님에게 기대를 하게 돼요.

식단 조절도 하고 있다고요.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기와 채소를 골고루 먹으려고 해요. 코치님이 면, 밥, 밀가루 음식을 줄여야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셨거든요. 채식도 추천해주셨어요. 시즌 때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효과가 확실히 있나요?

다른 선수들이 다 좋아졌다고 해요. 저는 제 모습을 매일 보니까 잘 모르겠어요. (웃음)

캠프를 함께 한 사이드암 투수가 셋이나 돼요. 김주한, 최재성과 비교했을 때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원래 둘씩 경쟁하는데 이번엔 세 명을 한 번에 붙여주셨어요. 주한이랑도 오래 함께했고 재성이는 룸메이트예요. 둘 다 가까운 사이고 야구도 진짜 잘해요. 저만의 경쟁력이라면 꾸준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군필’입니다. 둘은 군대에 가야 하잖아요. 제 마음이 다 무거워요.

SK는 투수진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특히 어떤 투수와 마음이 잘 맞나요?

모두와 잘 지내요. 특히 친구인 (박)종훈이나 (김)태훈이 형, (문)승원이 형하고 친해요. 후배들과도 가까운 편이라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승원이 형이 임시 투수조장인데 며칠 전에 사비로 피자랑 치킨도 사줬어요. (먹으면 안 되잖아요?) 많이 안 먹었어요. (웃음)

훈련이 없는 날은 주로 어떻게 지내요?

대부분 숙소에서 지내요.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피곤하니까 방에서 쉬고 싶더라고요. 게다가 자주 오는 곳이라 볼 것도 없어 이번 휴일에는 쇼핑도 하고 드라마도 봤어요. 요즘 하고 있는 야구 드라마도 정말 좋아해요. (‘스토브리그’요? <더그아웃 매거진> 3월 호 표지가 백승수 단장이에요.) 진짜요? 와, 싸인 받아야 하는데!




#아직 리즈가 아니야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2.68로 개인적으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어요. 스스로도 만족하나요?

부끄럽죠. 물론 여태까지 커리어를 봤을 때는 가장 잘한 해예요. 주변에서도 잘했다고 칭찬해주는데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어요. 아직 반도 안 돼요. ‘커리어 하이지만 아직 진짜 커리어 하이는 오지 않았다’라고 말하면 모순인가요? (웃음) 앞으로 더 뛰어난 기록을 만들 자신 있어요. 잘 준비해서 보여드릴게요. 지난해는 ‘못하지 않았다’라고만 평가할게요.

본인은 만족하지 않지만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군 복무 직후여서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평균자책점이 15점대였는데 적응을 잘 못 했던 것 같아요. 전역하자마자 잘 던지고 싶은 욕심도 컸고요. 욕심을 부린 게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어요.

이후에 달라진 비결이 있나요?

입대 전에도 1군에서 몇 번 던진 경험이 있지만 꾸준하진 못했어요. 2년 동안 상무 야구단에서 저만의 루틴을 만들려고 했어요. 전역하고 풀타임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훈련한 내용을 시험해본 시즌이었어요. 덕분에 어떤 게 괜찮고 부족한지 깨닫게 됐죠.

올 시즌은 더 기대될 것 같아요?

기대되긴 해요. 그래도 결과는 본격적으로 시작해봐야 알겠죠.

본인만의 루틴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건가요?

SK 선수 모두 있을 거예요. 감독님이 루틴을 가지라고 주문하셨어요. 제 루틴은 일단 호흡을 하고 던지고자 하는 지점을 보는 거예요. 사실 투수들은 다 똑같긴 해요. 팀 매뉴얼이 있거든요.




투구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난해 조금 변화를 줬다고 들었어요.

포스트시즌 전에 시간이 조금 있었는데 그때 팔각도를 약간 내려 봤어요. 기존에는 각도가 높아 자꾸 위에서 덮고 찍어 내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사이드 투수는 공이 빠지는 게 많아져요. 그래서 플레이오프 때 팔을 내리고 던졌는데 느낌이 괜찮더라고요.

제구가 잡혔나요?

네, 그래서 이번 캠프에도 이렇게 준비해서 2020시즌을 해보려고요. 아직 훈련밖에 안 해봤지만 연습 게임도 해보고 실전에서 시도해보면 나아질 것 같아요.

더 가다듬고 싶은 구종도 있나요?

입대 전에는 선발과 계투를 옮겨 다녀서 다양한 구종을 던지려고 했어요. 지금은 불펜만 전문적으로 하게 돼 슬라이더랑 체인지업, 직구, 투심 정도로 줄였어요.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 거죠. (커브도 던지지 않았나요?) 이제는 안 써요. 어차피 1~2이닝만 책임지니까 커브를 쓸 타이밍도 안 나고 사실 잘 못 던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코치님과 상의해 커브를 아예 빼고 다른 구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보직에 만족하는지 궁금해요. 선발투수에 대한 욕심은 더 이상 없나요?

입대 전에는 선발투수가 하고 싶었어요. 1군에서 선발로 던진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욕심보다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선발인지 불펜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제대를 하고 나서야 꾸준하고 전문적인 계투가 되자고 결심했어요.




#슼린이 민호

인천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SK팬이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어린 박민호를 사로잡게 됐나요?

연고지가 인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SK의 이기는 야구가 특히 매력적이었어요. 2007, 2008, 2010년 전부 우승했잖아요. 제 어린 시절 기억에 SK는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팀이었어요. 지고 있어도 역전해서 이기고 앞서고 있는 경기는 ‘벌떼 야구’로 불렸던 불펜이 지켜냈고요. 프로에 가게 되면 꼭 SK에 가고 싶었어요.

슼린이 시절 응원하던 선배가 있나요?

조웅천 코치님이랑 정대현 선배님이요. 저와 폼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등번호도 42번, 21번을 달고 뛰었어요.

야구의 묘미는 직관이잖아요. 경기장에도 자주 갔나요?

대학 때도 자주 갔어요. 야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프로 선수가 되고 나서는 관중석에서 야구를 못 봐 아쉬워요. 경기장 안에서는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긴장돼 편하게 못 보겠더라고요.

SK 자랑을 자랑해본다면?

집이랑 가깝고요. SK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어요. 늘 서로 챙겨주고 함께 야구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못하면 “야 좀 잘해”라고 하면서 뭐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게 좋아요. 경쟁자 입장에서 상대가 못하면 신경을 안 쓸 수도 있잖아요. 또 역사가 오래된 팀은 아니지만 우승도 많이 해봤고요. 이번에 20주년 맞아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하고 있어요. 바뀐 유니폼도 멋지고 야구장도 좋고 전광판도 커요. 야구 볼 맛도 나고요!

인천에서 나고 자란 만큼 팬들은 박민호 선수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길 바라요.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제가 다른 구단에서 뛰다가 SK에 왔거나, 인천에 있다가 다른 팀에 가게 됐다면 이렇게까지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저를 믿고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길 바라는 팬들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눈웃음 때문에 ‘미노찡’, ‘빵민호’ 등 귀여운 애칭이 많은데 팬들에게 불리고 싶은 별명이 있나요?

빵민호가 편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빵집을 하셔서 자주 들었거든요. (지금도 인천에 있나요?) 인천에서 쭉 하시다가 시흥으로 옮겼어요. ‘투민스 베이커리’인데, 갔다가 팬분들도 자주 만났어요.




#스토브리그 짱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과몰입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안 보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요. (웃음) (촬영 현장에도 다녀왔죠?) 찾아간 건 아니에요. 비시즌에 송도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바이킹즈와 드림즈의 구단 버스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가까이 가봤더니 촬영 중이었어요.

배우들과도 다 만났나요?

백승수 단장님, 이세영 팀장님을 비롯해 프런트 직원분들은 없고 투수들만 있었어요. 강두기, 로버트 길, 장진우 선수요. 마침 식사를 하고 있어서 인사드리고 공을 왜 그렇게 던지느냐고 핀잔도 좀 했어요. 유민호 선수한테는 팔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투구를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올 시즌에 꼭 우승하라고 말하고 돌아왔어요. (웃음)

드라마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야구 드라마이자 오피스 드라마잖아요. 현장보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롭더라고요. 보면서 ‘아 저렇게 나를 지명했구나’, ‘드래프트에서 저런 일이 있었구나’, ‘스카우트를 저렇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실제와 같은 부분이 많다고 느꼈나요?

아뇨. 단장님한테 반말하고, 차도 부시고 너무 까불더라고요. 솔직히 경기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니까 좀 어색했어요. 그래도 내용은 다 재미있었어요. 특히 프런트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팬들도 좋아하셨던 게 아닐까요?

드라마 시청 외에 또 좋아하는 취미가 있나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요. 선수들끼리 쉬는 날에 종종 하기도 해요. 롤을 주로 합니다. 게임 말고는 책을 읽기도 해요.




#한 번 더 커리어 하이

지난 시즌에 탈삼진이 다소 적었는데 어떻게 극복할 예정인가요?

속구는 구속에 비해 나쁘지 않았어요.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하지 않겠구나’라고 던지면서도 스스로 느꼈어요. 다만 변화구에서 결정구가 없어 위닝샷이 아쉬웠어요. 탈삼진은 작년보다 2배 정도만 끌어올려도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아요. 공이 맞지 않아야 변수가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체인지업 각을 더 크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지금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시합에서 어떨지 궁금해요.

평소 꿈꾸던 박민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미래라고 표현하기는 좀 부담스러운데 한때는 제 상황이 터널 같았어요. 출구가 전혀 안 보였죠. 선발투수를 할지 불펜을 할지 군대는 또 언제 가야 할지… 모든 게 고민이었어요. 근데 이제 어떻게 투구하고, 맞는 자리가 어디인지 확신을 가지면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이도 30대에 접어들었는데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요. 마냥 개인의 성장만 바라기보다 아름다운 마무리도 생각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60경기, 60이닝을 소화하는 거요. 홀드 같은 기록적인 수치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반면에 경기와 이닝은 스스로 건강을 잘 유지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면 가능한 거니까 목표로 설정했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SK 와이번스 팬 여러분, 박민호입니다. 스프링 캠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빨리 좋은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가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고 <더그아웃 매거진>도 저처럼 사랑해주세요. (웃음) 감사합니다!

***

모두 커리어 하이를 얘기했지만 박민호는 아직 본인의 리즈 시절은 오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미세한 팔각도의 변화부터 철저한 자기 분석까지 만족이 없는 그는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을 다듬고 있다. 한때는 어두운 통로에 갇힌 적도 있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장점에 더 집중하다 보니 이제는 출구가 보인다고 말한다. 이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하루라도 빨리 그를 환한 야구장에서 만나고 싶다.


더그아웃 매거진 10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8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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