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연봉 삭감 논란', 그 오해와 진실

최용재 2020. 4.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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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내 소수의견이 전체의견처럼 확산돼
박항서 사진 = 연합뉴스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연봉 삭감 논란'이 일어났다.

이 논란은 최근 베트남 일부 매체가 "박항서 감독이 스스로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베트남에서 '국민영웅'인 박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베트남을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자진 연봉 삭감을 주장했다.

이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자 한국 축구팬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베트남의 배신", "박항서 감독님, 베트남을 빨리 떠나세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자 베트남 매체가 이 한국 팬들의 반응을 또 현지에 전하며 베트남 축구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핑퐁게임'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박 감독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4강·2019 동남아시아(SEA) 게임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의 '신화'를 썼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도 G조 1위(3승2무)를 질주하고 있다. 이런 박 감독으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은 뜨거운 관계가 됐다. 그런데 이 논란으로 인해 급격하게 차가워진 분위기다.

오해가 빚어낸 현상이다. 또 이 현상 속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숨어있다. 박 감독의 에이전시인 DJ매니지먼트 이동준 대표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논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베트남 언론에서 박 감독의 자진 연봉 삭감을 주장한 것.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베트남 내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힘이 실린 주장이 아니다. 소수 의견이다. 그것도 '극소수' 의견이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는 수천개의 매체가 있는데, 그 중 단 3개 매체가 이런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의견이 베트남 전체 여론인 것 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영웅'이고, 박 감독을 향한 긍정적 여론이 절대적이다.

3개 매체가 이런 주장을 한 배경에는 니시노 아키라 태국 대표팀 감독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니시노 감독이 코로나19 기간에 연봉 50%를 삭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태국은 베트남의 최대 라이벌이다. 경쟁 국가 감독이 연봉 삭감을 했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연봉 삭감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고통 분담을 위해 연봉을 삭감한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연봉을 삭감하지 않은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의무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과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한 베트남 3개 언론들은 라이벌 국가 감독이 그렇게 했으니 박 감독도 똑같이 하라고 떼를 쓰는 것과 같다. 두 감독의 상황도 다르다. 니시노 감독 연봉의 일부는 일본 기업이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상구 k마켓 회장이 지난3일 기부한 자리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함께했다. 연합뉴스 제공
그렇다고 박 감독이 어려운 시기 베트남을 외면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연봉 삭감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 다른 방법으로 박 감독은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 감독님은 그동안 꾸준히 베트남을 위해 기부를 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선행을 할 계획이다. 최근에도 베트남 내 가장 큰 유통기업인 K마켓과 함께 기부를 했다. 또 올해도 장학재단을 통한 기부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행한 장학재단 기부활동을 해왔고, 규모를 앞으로 키울 계획이다. 연말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떠밀리듯 연봉 삭감에 동참하는 것 보다 처음부터 생각하고 계획했던 기부 활동을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베트남축구협회는 연봉 삭감에 대한 그 어떤 메시지도 박 감독에게 전한 바 없다. 박 감독의 방식에 신뢰를 주는 것이다.

또 박 감독은 소수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 감독은 연봉 삭감 주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도, 흔들리지도 않았지만 외면하지도 않았다. 작은 목소리라도 박 감독은 소중하게 받아들였다. 이들마저도 품겠다는 마음이다.

이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특별히 대응을 하기 보다는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계획했던 기부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모두에게 박 감독님의 진심이 제대로 전해질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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