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든 적토마..이병규 코치가 만든 LG의 이색 프리배팅 [스경X현장]
LG 타자들은 요즘 타격 훈련 때 초집중한다. 새로 생긴 프리배팅의 규칙 때문이다. 찰나의 집중력이 그날의 ‘명예’를 좌우한다.
날아오는 공이라고 전부 쳐서는 안 된다. 약 120개 들어가는 연습구 박스 안에는 특별한 공들이 준비돼있다. 한쪽 면을 빨갛게 칠한 공들이 섞여있다. 이 빨간 공이 들어올 때는 치지 않는 것이 요즘 LG 프리배팅의 새로운 규칙이다. 전체가 아닌 한 면만 빨갛게 칠해진 공이 회전하며 들어올 때 순간적으로 알아채고 멈추려면 구종과 코스를 판단해야 하는 실전못지 않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치다보니 묘하게 중독된다.
LG 타자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이 이색 타격 훈련은 이병규(46) LG 타격코치가 만들었다. 개막을 기다리며 지쳐가는 선수들을 위한 아이디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연기되면서 KBO리그 선수들은 벌써 석 달째 사실상의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중이다. 타 팀과 연습경기도 못하고 자체 청백전만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장기간 반복되고 있는 훈련에 지루함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다. 개막까지 좋은 페이스를 유지시켜야 하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지쳐가는 것은 현재 모든 구단 코치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올시즌 LG의 메인 타격 코치를 맡은 이병규 코치 역시 깊은 고민 끝에 간단하지만 선수들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새 규칙을 만들었다.
이병규 코치는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그냥 맹목적으로 치게 될 수도 있다. 좀 더 집중력을 갖고 공을 보면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현장 직원들과 고민하다 이야기가 나왔다”며 “연습이지만 공 하나라도 안일하게 보내지 말자고 시작한 것인데 다행히 선수들이 재미있어 한다. 혼자만 실수하기 싫어서인지 다들 초집중 한다”고 웃었다.
빨간 공을 치는 자에게는 소정의 벌금이 부과된다. LG 선수단은 실수를 되새기며 차곡차곡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벌금보다 피하고 싶은 것은 그날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승부욕이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것이 선수들이 특징이라 프리배팅 시간 집중력은 훨씬 높아지고 있다. “꿈에도 빨간 공이 날아온다”며 묘한 ‘중독 증세’를 보이는 선수도 있다. 내가 칠 때뿐 아니라 남의 타격도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걸리는 선수라도 나오면 서로 약올리고 농담이 오가니 훈련 분위기도 한층 활기차다.
LG의 이색 프리배팅은 21일 시작될 공식 연습경기 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미 열흘 정도 훈련한 지금, 공을 보고 골라내는 것이 직업이다보니 선수들의 눈이 어느 정도 적응됐다. 이병규 코치는 “공을 바꿔야겠다. 면이 아니라 실밥 한 줄만 빨갛게 칠하겠다”며 “초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웃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KBO리그는 유례 없는 기다림의 봄을 보내고 있다. 모두가 힘겨운 봄날, 빨간펜을 든 이병규 코치의 반짝 아이디어가 잠실 그라운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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