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terview] SK 와이번스 제춘모 투수코치

조회수 2020. 4.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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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내가 있을게

공자는 자신의 잘못을 누군가 지적해주는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지적이 상처가 된다.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1군 투수코치 제춘모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친형처럼 선수들을 대하면서도 혹시나 경기 결과에 상처받지 않을까 늘 신경 썼다. 지적보다 위로가 먼저라는 그는 선수들이 힘들 때 돌아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터뷰 현장에서 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인터뷰 내내 오히려 선수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며 장난을 치고 말을 건넸다. 도대체 그의 어떤 매력이 이렇게 모두를 매료시킨 걸까. 유쾌했던 인터뷰 현장을 함께 돌아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송서미 Location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컴플렉스




#춘모의 봄 캠프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에요. (2월 12일 인터뷰)

처음이라 굉장히 떨리네요. (너무 늦게 찾아온 것 같아요.) 아유, 아닙니다. 그저 감사하고 긴장될 뿐이에요.

스프링 캠프는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나요?

캠프를 네다섯 번 정도 왔는데 그동안은 계속 2군에 있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1군 코치로서 오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조금 더 긴장돼요. 그만큼 잘 준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행도 순조로워요.

이번엔 보직이 바뀌었는데 마음가짐이 어떤가요?

이렇게 말하면 오해할 수도 있는데 이전에는 책임감이 조금 덜했어요. 선수들 수비하는 걸 조금씩 도와주는 역할이었거든요. 지금은 선수들 플레이 하나하나 더 집중해서 보려고 해요. 함께하는 시간도 늘었고요.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투수조 분위기는 어때요?

제가 있으니까 분위기는 정말 좋죠. (웃음) 진지할 때는 진지하게 하지만 재밌고 즐겁게 훈련하는 걸 선호해요. 선수들도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캠프를 시작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데 현재는 어떤 훈련을 하고 있나요?

피칭을 포함해 수비, 팀플레이 연습을 하고 있어요.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어 와서 막힘없이 스케줄대로 편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선수들과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훈련 외에도 시간을 함께 보내는 편인가요?

쉴 때는 가능하면 떨어져 있으려고 해요. 같이 있으면 돈이 많이 나가요. 애들이 엄청 먹거든요. 장난이고 선수도 자기 일정이 있을 테니까 쉬는 날은 내버려 두고 싶어요.

선수들이랑 정말 가까워 보여요.

예전부터 SK에 있어서 편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코치지만 어릴 땐 형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직도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선수도 있어요. 사복을 입었을 때만 형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친한 만큼 많이 알 텐데 캠프에서 특히 변화가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요?

지금은 변화의 시기예요. 기존 선수들이 빠지고, 젊은 선수가 많아져 분위기 자체가 젊어졌어요. 마무리 캠프지였던 호주 캔버라에서부터 최상덕 코치님과 함께 준비한 유망주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해요. 이원준이나 최재성, 이재관, 김정빈 선수가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돼요.




#SK의 봄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어요. 그럼에도 SK 투수조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난 시즌은 2군을 비롯해 1군 선수까지 돕는 역할을 해서 쉽지 않았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죠. 하지만 그 아쉬움이 오히려 오늘의 훈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더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특히 어떤 부분에서 달라진 게 느껴지나요?

모든 플레이를 보면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요. 작년의 실패가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어요. 힘들었던 시기가 도리어 약이 됐어요.

그럼 SK가 앞으로 재도약을 위해 보완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보완보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을 잘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최상덕 코치님이 잘 이끌어주시면 저는 곁에서 보조를 잘해야죠. 현재로는 (김)광현이나 앙헬 산체스가 나가고 1, 2, 3선발이 새로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선발투수들이 이닝을 얼마나 채워주느냐가 관건이에요. 그에 따라서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하고요. 아직은 물음표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봄털이 형

선수 인터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그만큼 제춘모 코치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데 사랑을 받는 비결이 뭘까요?

오랫동안 함께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선수 시절에는 무서워하는 후배들이 있을 정도로 호랑이 선배였어요. 그때도 나중에 코치가 되면 친한 형 같은 지도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제 코치관이에요.

초반에는 후배들이 적응을 못 했을 것 같은데요?

(김)태훈이나 (박)종훈이, (서)진용이 같은 친구들은 저와 선수 생활을 같이해서 어색해하더라고요. 특히 제가 지금 신인 선수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불만이 많더라고요.

과거에 문승원 선수가 시상자로 등장한 제춘모 코치를 보자마자 울었던 일도 자주 거론돼요. 여러 선수를 챙기고 있겠지만 최근에 각별하게 여기는 후배가 있나요?

이미 소문이 났지만 승원이요. 일화가 있는데 승원이가 상무 야구단에 다녀온 직후 스프링 캠프에 갔을 때 1군 캠프에 합류했다가 2군으로 떨어지게 됐거든요. 감독님이 승원이를 데리고 2군 캠프지인 대만으로 가라고 했어요. 그때 승원이가 비행기 안에서 펑펑 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옆에 있어 줬어요. 저는 선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대신 말없이 곁에 있죠.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 옆에 말없이 있어 주는 게 더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일이 있어서 저를 더 신뢰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반면 말을 좀 안 듣는다고 생각하는 선수도 있는지 궁금해요.

태훈이요. 서로 많은 걸 알고 있거든요. 워낙 어릴 때부터 저와 동고동락한 친구예요. 지금도 같은 건물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유독 말을 더 안 듣는 것 같아요.

솔직히 스스로가 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뛰어난 입담 덕에 팬들이 정말 좋아하잖아요.

제가 뭘 특별히 준비한 건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막 튀어나와요. 일종의 본능이죠. 사투리를 쓰는데 그게 더 입담을 살리는 것 같아요. 팬들이 재밌어해 주시니 저야 감사하죠.

과거에 꽃미남 선수로 이름을 날렸어요. 지금 SK에서 어떤 선수가 본인의 뒤를 이을 꽃미남 스타가 있을까요?

진용이는 워낙 유명하고 박민호도 잘생겼어요. 요즘 잘생긴 선수가 너무 많아요. 특히 SK예요. (웃음)

그렇다면 제춘모 코치가 뽑은 SK 미남 1위는 누구인가요?

원준이요. 전 남자답게 생긴 선수가 좋더라고요. 약간 마이크 타이슨처럼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근데 이런 얘기 하면 애들이 분명히 저한테 뭐라고 할 거예요. (때마침 지나가는 선수들이 한마디씩 건네자) 저거 봐요. 바로 뭐라고 하잖아요.

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인기가 많았어요.

부담 없이 선수들과 편하게 찍은 건데 엄청난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는데 과분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자제하고 싶어요. 이제 막 1군 코치가 됐으니 먼저 선수들에게 집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컨디션 관리나 메커니즘, 루틴 만들기 등 여러 부분으로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코치 제춘모

여러 부분에서 조력자로 노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선수들의 정신력이에요. 멘탈 강화를 위해 어떤 코칭을 하고 있나요?

그때그때 달라요. 선수의 성향에 맞춰서 관리해주려고 노력해요. 제 장점이기도 한데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니 선수의 장단점을 잘 알아요.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이요. 등판 일에는 어떤 말을 해주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 케어 해야 할지도 잘 알아요.

어떤 식으로 조언해주나요?

사실 잘 던진 날은 어떤 말을 해도 다 잘 받아들여요. 못 던졌을 때는 걱정이 크죠. 그래서 제가 대신 핑계를 대줘요.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 말하거나 다른 변명거리를 만들죠.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요?

본인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거든요. 본인 탓만 하게 되면 문제에 대해 회피하게 돼요.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만 이게 계속되면 그 선수는 발전을 못 해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게 하려고 제가 대신 핑계를 대는 거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날은 곧바로 위로해주는 편인가요?

웬만하면 다음 날 아침에 말해요. 구단에서 멘탈, 코치 교육을 받으면서 깨달은 건데 그날 바로 얘기해주면 안 돼요. 저도 선수 때 경기가 마음대로 안 풀리면 누구의 말도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옆에서 대신 핑계를 대주고 그다음에 같은 곳을 보면서 걸어요. 고민을 털어놓든 아니든 그저 기다리죠. 저만의 방식이라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선수들이 가족처럼 느낄 수밖에 없겠네요. 반대로 이렇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거나 아쉬웠던 기억도 있나요?

칭찬을 많이 해주지 못한 게 아쉽네요. 단둘이 있을 때는 일부러 칭찬을 안 해요. 오히려 좀 더 누르는 편이죠. 다른 사람이 있거나 단체로 모여 있을 때는 더 많이 칭찬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것 같아요.




코치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가 올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에도 연락 오는 선수들이 있죠?

잘했다고 연락이 와도 행복한데 결과가 안 좋은 날 “코치님 경기 보셨어요?”, “요즘 밸런스가 안 좋아요”라며 연락이 올 때가 있어요. 저를 믿고 의지하는 느낌이 들어 고맙죠. 누군가가 필요한 힘든 순간에 저를 찾은 거잖아요. 꼭 야구와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고민을 털어놓으면 정말 고마워요. 그럴 때가 가장 뿌듯해요.

선수 시절 2002년 SK 2차 1라운드 특급 유망주였는데, 그런 제춘모의 눈에 띄는 SK의 유망주는 누구인가요?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친구는 원준이에요. 2군에서부터 하나씩 본인의 것을 채워나가고 있거든요. 3~4년 차 정도 되면 쌓아 올렸던 것들이 빛을 발할 거라 예상해요. 그 순간이 너무 기대돼요.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면 앞으로 잘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도록 더 많이 도와주려고 해요. 우리 원준이 올 시즌 무조건 잘할 겁니다!

오랜 기간 팀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재활 선수들과 함께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 친구들을 케어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바라보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던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는 게 괴로웠어요.

본인도 긴 재활을 한 만큼 마음이 더 안 좋았겠어요.

저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요. 그래서 야구보다 다른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저야 이제 은퇴를 했으니 사실 못 던져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하지만 애들은 그만둔 상태도 아닌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오랜 시간 재활하는 선수들 눈빛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야구의 봄

앞으로 1군 코치로서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가요?

위치가 바뀌었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어요. 항상 힘이 되는 코치이자 형으로서 그 자리에 있을 거예요. 보직만 바뀌는 것뿐이지 인간 제춘모가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지금처럼 늘 똑같이 할 거예요. 다만 감독님이 하시는 얘기나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훈련법도 더 많이 익혀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다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2020시즌 SK의 야구를 전망해본다면?

2020년은 우승이죠. 반드시 해야 합니다! ‘누가 빠져서 안 된다’, ‘누가 없어서 안 된다’라고 하는 건 다 핑계예요. 올 한해 선수들과 잘 준비해서 작년에 빼앗긴 트로피를 찾으러 가야죠.

SK맨으로 꼭 이루고 싶은 바가 있나요?

팀의 문화를 정확하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선수 때도 SK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강했어요. 코치를 하면서 더 짙어졌고요. 우리 팀만의 문화, 생각을 장착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하네요. 10년 후 제춘모 코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야구판에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만약 그때도 코치를 하고 있다면 지금보다는 높은 곳에 있으면 좋겠어요. 더 높은 위치에서 지금처럼 선수들과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SK 와이번스 제춘모 코치입니다. 마춘텔 코치라고 불렸는데 새롭게 1군 코치에 합류하게 돼 설레네요. 이렇게 제게 관심을 가져 주신만큼 더 열심히 선수들을 지도하겠습니다. 올 시즌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팬 여러분도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시고 저희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걸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개를 돌렸을 때 옆에 있어주고 싶다는 제춘모 코치. 그도 같은 길을 걸어 왔기에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것이다. 결과에 대해 경기 당일이 아닌 다음 날 아침에 평가해주는 섬세함부터, 친형처럼 가깝지만 쉬는 날만큼은 온전히 개인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배려심까지. 코치로서도 형으로서도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선수들도 언젠가 그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아마 그때가 되면 지금의 제춘모 코치를 그리며 한 번 더 진한 감동을 받지 않을까. 물론 그때가 되면 그는 더 높은 곳에서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더그아웃 매거진 10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8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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