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전의 돈보따리, '삼성맨' 박철우 마음 잡았다

황규인 기자 2020. 4.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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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019∼2020 V리그가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얻은 라이트 박철우는 원 소속팀 삼성화재의 연장 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전력에 입단하기로 결정했다.

한 프로배구 팀 관계자는 "한국전력에서 나경복에게 연간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준비했다고 들었다"면서 "나경복이 우리카드에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전력에서 이 예산을 박철우에게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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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20일 FA 박철우 입단 발표
2010∼2011시즌부터 10년 가까이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던 박철우가 전격적으로 한국전력으로 이적한다. 토종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는 그의 한국전력행은 올해 남자 프로배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적으로 꼽힌다. 동아일보DB
박철우(35)는 왜 한국전력을 선택했을까?

프로배구 2019∼2020 V리그가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은 얻은 라이트 박철우는 원 소속팀 삼성화재의 연장 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전력에 입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력은 20일 박철우의 입단 및 계약 조건 등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 남자프로배구 ‘에어컨리그’ 최대 뉴스로 떠오른 박철우의 한국전력행은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적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계약 조건이다. 박철우 스스로 ‘파격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한국전력은 두둑한 금액을 제시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우리도 박철우에게 구단 역사상 FA 최고 금액을 제시했지만 한국전력을 따라가기에는 차이가 너무도 컸다”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연봉과 옵션을 합쳐 삼성화재보다 두 배 가까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 최소 소진율(70%)조차 채우지 못했다. 뒤집어 말하면 특급 선수 영입에 쓸 여유 자금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추가 예산도 확보했다. 배구계에는 한국전력에서 FA 최대어인 레프트 나경복(26·우리카드)을 영입하려고 ‘실탄’ 확보에 나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한 프로배구 팀 관계자는 “한국전력에서 나경복에게 연간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준비했다고 들었다”면서 “나경복이 우리카드에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전력에서 이 예산을 박철우에게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지난 시즌에도 444득점(7위), 공격 성공률 51.5%(6위)를 기록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창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나경복과 이미 선수 생활 황혼기를 맞은 박철우의 몸값이 동급일 리는 없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와 함께 OK저축은행에서 뛰던 레프트 이시몬(28)과도 FA 계약을 했다.

한국전력에서 권영민 수석코치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도 박철우의 마음을 흔든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박철우는 경북대사범대부설고를 졸업한 뒤 2004년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성인(실업) 배구 무대에 데뷔했다. 권 코치는 당시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로 박철우와 호흡을 맞췄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권 코치가 직접 박철우와 만나 ‘시작할 때 같이 했으니 끝날 때도 같이 뛰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면서 “장병철 감독 역시 박철우를 직접 만나 ‘팀 에이스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에도 최하위에 그치는 등 만년 하위권을 전전했던 한국전력은 박철우를 영입하며 다음 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린다.

반면 계약이 만료된 신진식 감독과의 재계약 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삼성화재에서는 코칭스태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웠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협상 진행 과정에서 박철우가 ‘은퇴하기 전에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박철우가 만족할 만한 선택을 해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박철우가 삼성화재 시절이던 2013년 소속팀 사령탑이자 장인인 신치용 전 감독(현 진천선수촌장)을 업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박철우는 “삼성화재 팬들이 눈에 밟혀 끝까지 결정을 망설였다”면서 “장인어른(신치용 진천선수촌장)께서 ‘너를 인정해 주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게 프로다. 프로답게 선택하라’고 하셔서 결국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23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창단 감독과 단장을 맡았던 신 촌장도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선수와 코치로 한국전력에 몸담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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