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아까운 유튜브 시장, KBO리그 세계화 발목 잡은 이사회

장강훈 2020. 4.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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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C가 자체 유튜브 채널로 중계한 평가전에는 텍사스 스포츠매체 기자가 '집관'했다.

당시 KBO는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싶어 했지만, 이사회(사장회의)에서 사실상 부결됐다.

해당 임원은 그룹 이익에 눈이 멀어 KBO리그가 도약할 길을 스스로 차단한 뒤 최근 퇴사했다.

코로나19로 KBO리그를 향한 전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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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지난달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온라인 중계를 위한 카메라가 그라운드를 비추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최근 NC가 자체 유튜브 채널로 중계한 평가전에는 텍사스 스포츠매체 기자가 ‘집관’했다. 롯데 박세웅은 메이저리그(ML) 칼럼니스트에게 분석(?) 당하며 극찬을 받았다. KBO리그의 글로벌 마케팅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안타깝게도 팀간 교류전을 시작하는 21일부터 이런 모습이 사라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어둠의 경로로 KBO리그를 접할 수는 있지만,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한국 야구를 접할 기회는 공식적으로 차단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LG SK KT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 2곳이 연합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에게 5년 총액 1100억원에 뉴미디어 중계 및 콘텐츠 저작권을 판매한 탓이다. 당시 KBO는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싶어 했지만, 이사회(사장회의)에서 사실상 부결됐다. 5G 통신망 확대와 가입자 확충을 노리는 이동통신사와 이들을 모기업으로 둔 일부 구단의 적극적인 반대가 빚은 촌극인 셈이다. KBO 관계자는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할 얘기가 없다. 우리가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다른 구단에 비해 비교적 일찍 유튜브채널을 운영해 구독자수 10만명을 뛰어넘었다. 출처=두산 유튜브 캡처
유튜브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야구가 사실상 올스톱 됐을 때에도 응원하는 구단 선수들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구단 자체 영상 사이트로 몰렸다. KIA가 운영 중인 유뷰트 채널 ‘갸TV’는 스프링캠프부터 자체 홍백전 중계 종료까지 한 달 여 만에 구독자 8500명이 증가했다. 허문회 감독 체제로 개편해 공격적인 스토브리그를 치른 롯데도 청백전 중계 이후 약 3주 만에 구독자 4000이 증가했다. 동영상 사이트는 구독자가 일정 수준 이상 생기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급력을 과시한다.
특히 잠재적 소비 계층인 1020세대에 끼치는 영향력을 상상 이상이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분석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이 지난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조사했더니 1020세대가 유튜브를 가장 오랜시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대가 월평균 41시간 40분, 20대가 월평균 31시간 22분간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야구가 멈춘 한 달 동안 각 구단 자체 채널도 1020세대가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관중수 하락과 흥행저조 등에 이미 황색등이 켜진 KBO 입장에서는 반드시 끌어 들여야 할 주 고객층이다. 그러나 순간 판단 착오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을 끌어들일 기회를 10개구단 스스로 박탈했다.
KBO리그 콘텐츠를 사실상 모두 제작하는 각 방송사는 양질의 콘텐츠를 해외시장에 알릴 기회를 사실상 원천 봉쇄당한 셈이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방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당초 뉴미디어 계약 관련 시나리오에는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자는 취지였다. 합의가 끝난 사안이 이사회 이후 원점으로 되돌아가더니 돌연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낙찰 받았다. 구단당 연평균 2억원 정도 더 받는 수준인데, 지금 생각하면 명백한 실수”라고 토로했다. 당시 이동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수도권구단 사장은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KBO 이사진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마케팅 자회사인 KBOP 이사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임원은 그룹 이익에 눈이 멀어 KBO리그가 도약할 길을 스스로 차단한 뒤 최근 퇴사했다. 해당 과정을 모두 지켜본 또다른 구단의 마케팅 관계자는 “구단들이 동의해서 중계권 계약을 한 셈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결국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숲을 보지 못한 꼴”이라고 한탄했다. 코로나19로 KBO리그를 향한 전세계 스포츠팬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아쉽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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