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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삼례여중 축구부 해체유감" 슈팅걸스 시사회 찾은 여축스타★

전영지 입력 2020.05.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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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여중 축구부의 왼쪽부터 여자축구 맹다희, 전가을, 조소현

"삼례여중은 해체됐는데… 아, 정말 너무 아쉽네요."

스크린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상영관 출구에서 '프랑스여자월드컵 캡틴' 조소현(웨스트햄 위민)과 마주쳤다. 스크린 속 '슈팅걸스'의 우정은 여전히 아름다운데, 현실 속 삼례여중은 사라져버린 기막힌 현실. 가슴이 먹먹한 채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단 13명의 선수로 2009년 여왕기전국대회 우승 기적을 쓴 고(故) 김수철 삼례여중 감독의 감동 실화에 바탕한 영화 '슈팅걸스'는 2017년 제작된 지 3년만인 내달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여자축구 영화 '슈팅걸스' 시사회 현장엔 잉글랜드 여자축구 슈퍼리그(WSL)에서 활약중인 조소현과 전가을(브리스톨시티 위민), U-20 월드컵 대표 출신 WK리그 '폭풍수비' 맹다희(23·화천KSPO) 등 반가운 여자축구의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전가을은 "여자축구 영화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반갑다. 영화를 보며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우리 선수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는 소감을 전했다. 조소현, 전가을, 맹다희는 삼례여중 해체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어린 선수들과 국가대표를 꿈꾸는 후배들이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길 바랐다. "여자축구 파이팅! 슈팅걸스 파이팅!"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공교롭게도 개봉을 불과 두 달 앞둔 지난 3월 10일 '전북 지역 여자축구 명가' 삼례여중 축구부는 20년만에 해체됐다. 16명의 어린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갈 길을 잃었다. 올해 삼례여중이 삼례중과 통합 이전되면서 삼례여중 축구부에 위기가 닥쳤다. 삼례여중이 쓰던 인조잔디구장은 지역 청소년문화시설로 전환됐고, 합숙소 이용은 금지됐다. "교육부 규정이 초중학생들의 합숙을 금지하는 것"이라는 원칙론이었다.

중학교의 경우 집 근처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다. 축구를 하고 싶은데 집 근처에 '축구부' 중학교가 없다면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를 찾아 전국을 헤매야 한다. 위장전입은 불가피하다. 주소지를 이전해 해당 학교로 배정받는 편법을 쓰지 않으면 축구를 계속할 수가 없다. 학교가 집과 떨어져 있으니 합숙이 불가피한데, 중학교 합숙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법을 어기지 않고는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합숙과 운동장을 둘러싼, 수개월에 걸친 실랑이의 끝은 팀 해체였다. 삼례중은 3월 10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여자축구부 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영화 속 '슈팅걸스'는 가진 건 없지만 콩 한쪽도 나눠먹을 줄 아는 심성 곱고 의리 있는 아이들이다. 실업팀 감독으로 일하다 아내를 잃은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김수철 감독은 장수풍뎅이 판매와 축구부 감독을 겸하며 무기력한 시골학교 감독직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골보다 즐기는 축구를 가르치려 하지만 학원축구에선 골만 먹는 꼴찌팀은 통하지 않는다. 잇단 패배 속에 사표를 제출하지만, '슈팅걸스'를 지키기 위해 결국 다시 돌아온 김 감독은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절실함을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십으로, "가시나들은 축구를 해도 말짱 꽝이라 그러드만"이라던 세상의 편견을 짜릿한 환호로 되돌려 놓는다.

시사회 후 삼례여중 학부모에게 어린 선수들의 안부를 물었다. "2명은 축구를 그만뒀고, 나머지 아이들은 축구부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일부는 강릉 하슬라중, 일부는 대전 한밭여중으로…. '슈팅걸스'개봉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착잡했답니다. 운동을 하고싶은 학생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불법 위장전입을 해야만 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하루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27일 전북도의회 두세훈 의원(행정자치위원회)은 제37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대정부 건의안을 통해 "불가피한 경우에도 초, 중등 체육특기생의 거주지 외 전입학을 허용하지 않아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지난 3월 삼례여중 축구부 해체처럼, 원거리 학생선수를 위한 기숙사 운영 없이 합숙소가 폐지됨으로써 많은 학교체육부가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국대회 우승의 감동을 안긴 영화 '슈팅걸스' 주인공 삼례여중 해체 결정은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중학교의 경우에도 원거리 학생선수 개념을 인정해 학교체육진흥법에 보장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의 꿈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슈팅걸스' 속 김수철 감독은 부모가 없다고, 집안이 가난하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도망치는 아이들과 스스로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없고, 돈이 없는 건 내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내 책임이다."
용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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