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Dream] LG 트윈스 구본혁

대단한미디어 입력 2020.05.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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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구본혁입니다.” 아직은 앳된 목소리의 그가 전화를 받았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전화 인터뷰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요즘, 2년 차 신인 선수에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 예상했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대답하는 시간은 짧았고, 고민의 시간은 길었다. 그래서 더 풋풋했던 20여 분의 통화. 언젠가 구본혁이 LG 내야의 중심이 돼 후배들을 이끄는 나이가 됐을 때 오늘의 인터뷰가 귀여운 추억거리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말이다.

Photo LG 트윈스 Editor 소경화




#대체자에서 본혁코인으로

데뷔 시즌, 탄탄한 수비력을 통해 부상으로 빠져있던 오지환의 대체자로 1군에 모습을 드러낸 구본혁은 LG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의 기대를 사기 충분했다. 야구팬 사이에서 흔히 통용되는 단어인 ‘코인’을 잔뜩 사게 하는 민첩한 스피드가 엿보였고, 부드러운 핸들링과 노련한 플레이 역시 신인답지 않았다.

다만 .176(85타수 15안타)에 그친 타율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부족한 근육량과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현수 헬스 교실을 찾았고,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훈련에 힘을 쏟으며 달라질 2020시즌을 꿈꿨다. 벤치가 아닌 그라운드에서의 시작을 그리는 구본혁의 오늘은 어떤 하루였을까?

반갑습니다. 뭐 하고 있었어요? (4월 3일 인터뷰)

오늘 쉬는 날이라 집에서 휴식하고 있었어요.

지금 일어난 건 아니죠?

사실 일어난 지 별로 안 됐어요. (수면 인터뷰 같은 건가요?) 약간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이따 해도 똑같을 거예요.

지면으로 10장이 나와야 하는데 큰일이네요.

안 나올 것 같은데요? (웃음) 전화 인터뷰는 아직 어렵네요. 잘 부탁드려요.

개막 연기로 의도치 않게 비시즌이 길어지고 있는데 어떤 사이클로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지금 LG는 연습-청백전-휴식 턴이거든요. 오전에는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해서 야구하고 저녁이면 집에서 쉬는 게 다예요. 밖에 돌아다닐 상황이 아니다 보니 주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거나 TV 시청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요즘 너무 할 게 없다 보니 달고나 라테를 만들어 먹는 선수들도 있더라고요.

아! 보긴 했어요. 근데 저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아서 해보진 않았어요.

선수단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개막 일정이 정확히 나오지 않아 좀 어수선해요. 관중 없이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빨리 사태가 진정돼 팬분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어요. 무관중으로 하면 재미없으니까요.

소속팀 투수들의 공을 치고 타자들의 공을 잡는 기회가 흔하진 않잖아요. 직접 경험해본 팀 전력은 어떤 것 같나요?

전력은 비밀인데. (웃음) 지금 보면 투수, 야수 골고루 잘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2020시즌 예상 팀 순위는?

작년보다는 잘하지 않을까요?

동료끼리 여러 피드백도 오가겠어요.

청백전을 통해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양하게 보고 배우고 있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꼭 물어보죠. 조언을 하도 많이 들어서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형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오)지환이 형한테 자주 물어봐요. 일단 수비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중일 감독이 수비에 대해 많이 칭찬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는 스타일이라 정말 기뻤어요. 수비 위치를 잡는 것은 물론 여러 노하우도 가르쳐주셨죠. 지난 시즌에 믿고 기용해주신 덕분에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어요.




#성장을 기대케 하는

2019 2차 6라운드 전체 55순위로 입단한 대졸 신인 구본혁의 프로 인생에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찾아왔다. 2019년 6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데뷔 첫 안타로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15타수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수비’만 기대케 했던 그에게 새로운 기대감이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팬들의 뇌리에 박힌 또 한 번의 순간으로 7월 3일 전설의 수훈 선수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첫 경험에 긴장한 탓인지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일관했고 “엄마 온다 했는뎅 동상.. 동생이랑”이라는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비록 이후 유지현 코치에게 한소리 들었지만 팬들에게는 귀여운 에피소드로 기억될 그 날의 단상 인터뷰. 어쩌면 능숙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더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잦은 개막 일정 변동으로 몸을 만드는 일도 만만치 않겠어요.

형들은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지만, 저는 주전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부르면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들고 있어요. 백업 선수니까 항상 열심히 해야죠.

예년과 다르게 준비한 점도 있나요?

작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했다면 올해는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바꿔나간다는 점이요. 사실 지금도 그렇게 아는 건 없지만 이번에 처음 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작년에 못 가봤거든요.

김현수 헬스클럽의 효과는 못 봤나요?

지금도 계속 다니고 있는데 나날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몸이 커진 건 아니지만 살짝 근육질로 변했고 야구할 때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팀에서는 누가 제일 몸이 좋은가요?

박용택 선배님이요.

체력이나 스윙 스피드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했는데 이 점은 끌어올렸는지 궁금해요.

안 그래도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야간 훈련 때 스윙 연습을 진짜 많이 했어요.

지난해에는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기억에 남는 타구도 몇 개 있어요. 특히 데뷔 첫 안타를 투런 홈런으로 장식 후 한 인터뷰가 큰 화제였어요.

그냥 제 말투대로 한 건데 그렇게까지 화제 될 줄은 몰랐어요. (인터뷰 못 한다고 많이들 놀리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연습 많이 했어요.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 ‘이런 질문이 오면 이렇게 대답해야겠다’라고 미리 생각해놓죠. 지금은 꽤 늘었어요.

오늘 인터뷰 기대해도 되나요?

오늘은 전화 인터뷰라 어렵네요. 그리고 요즘 인터뷰를 잘 안 해요. 다들 저한테 관심이 없어요. 딱히 물어보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서운했나 보네요. <더그아웃 매거진> 섭외 받고 놀랐겠어요.

그렇죠. 평소에도 자주 봤거든요. 라커룸에 몇 권 돌아다니는데 시간 나면 읽어보는 편이에요. 이번엔 구단에서 사진을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못 찍게 돼서 아쉬워요.

개막을 어린이날 시리즈에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어린이날 개막하면 정말 재미있겠는데요? 제가 원래부터 LG 팬이었거든요. 엘린이 때 맨날 잠실야구장에 유니폼 입고 왔어요. 작년에 운 좋게 어린이날 시리즈에 경기를 뛸 수 있었는데 엄청 꿈꾸는 것 같았어요.




#그를 둘러싼 주변인

부모님, 류중일 감독, 유지현 수석 코치, 이병규 타격 코치, 캡틴 김현수, 선배 오지환. 구본혁이 팬들의 눈에 띄기까지 무한한 믿음으로 그를 성장시킨 이들이다. 그리고 이를 알기에 그는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다.

장충고와 동국대 시절 큰 부상 없이 내야의 중심에서 기본기를 다진 구본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수비와 리드오프에 걸맞은 높은 출루율로 2017 유니버시아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으며, 꾸준한 도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기에 도루에 대한 욕심도 있을 법해요. 장충고 선배인 KIA 타이거즈 박찬호 선수가 지난 시즌 도루왕을 차지했는데 학창 시절에는 누구의 주력이 더 빨랐나요?

저랑 형이랑 비슷했죠. 찬호 형이 별로 빠른 발은 아닌데 노하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려고요. 근데 물어본다고 바로바로 알려주는 건 아니에요.

전에 만났을 때 “내게 박찬호는 악당”이라고 표현했는데 진짜인가 봐요.

형은 제가 물어보면 알려주질 않아요. 놀리기만 하고 딱히 잘 알려주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친합니다.

멀리 보면 도루왕 자리도 탐나겠어요.

아직 그건 아니에요. 저한테는 나중 얘기죠.

존경하는 유지현 코치를 따라 6번을 달고 싶다고 했는데 올 시즌 등 번호를 25번으로 변경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6번을 달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구단에서 아무 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남는 번호 달았더니 바로 찬호 형한테 연락 왔어요. 왜 자기 따라서 25번을 다냐고요. 형 따라 한 게 아니라 남는 거 단 거라고 말해줬죠.

구본혁에게 유지현 코치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바로 말하려니 입이 안 떨어지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인터뷰 때마다 제 칭찬을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분이자 롤모델이요. 진심입니다.

평소에도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나 봐요.

사실 야구장에서는 전혀 못 느껴요. 다른 선수들이랑 너무 똑같이 대해주세요.

이참에 임찬규 선수의 통신사 고발 사건도 해명해볼까요?

그건 가족 휴대폰이 다 KT로 결합해 있어서 그런 건데 지금 팀에 KT 쓰는 사람 진짜 많거든요. 모두 선배라 제 입으로 말할 순 없지만, 찬규 형도 LG를 쓰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일의 구본혁

사태가 진정됐다고는 하나 아직 언제 개막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체 연습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KBO리그. 4월 21일부터 타 팀과의 교류전도 예정돼있지만, 경기가 실제로 시작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의 위기를 내일의 기회로 바꾸는 것 또한 선수의 몫이다. 특히 비주전 선수인 구본혁에게는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꿀맛 같은 수련일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치면 안 된다. 긴장을 풀어서도 안 된다. 이제야 출발선을 넘었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내가 팀에 필요한 선수가 돼야 한다. 소년의 티를 벗고 일취월장할 구본혁의 밝은 내일을 기대한다.

나중에 임찬규 선수 보면 물어봐야겠네요.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막 엔트리에 들어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에 있는 거요. 이를 위해 수비도 수비지만 타격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건 절대 용납 못 한다’ 하는 자신만의 플레이 기준이 있다면?

집중이요. 수비할 때 집중을 안 해서 실수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요.

사실 외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97년생 같지 않은 동안 외모로 주목을 받고 있죠.

외모 이야기는 조금 부끄러워요. 사실 전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못생겼죠. 동안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마 피부 때문이 아닐까요?

맞아요. 피부가 좋더라고요.

딱히 관리를 하진 않아요. 로션 바르는 것도 귀찮아서 자주 빼먹을 정도니까요.

그럼 타고난 건가요?

하나 비결이 있다면 선크림을 챙겨 바르는 거예요. 아무래도 해를 많이 보니까요. 선크림을 바르고 난 뒤에는 샤워할 때 클렌징폼으로 꼼꼼히 지워요. 아침에도 클렌징폼을 사용해 세안하고요. 고등학생 때는 가끔 트러블도 났는데 지금은 거의 안 날뿐더러 손을 대지 않으면 금방 없어져서 무신경하게 살고 있어요.




빼앗고 싶은 피부의 소유자도 없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LG에는 없네요. (웃음) 그냥 저로 살래요. 제 피부가 제일 좋고, 만족합니다. 하나 소망이 있다면 지금보다 하얘지면 좋겠어요. 너무 까만 것 같아서요.

동기인 정우영 선수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에이 달라요. 우영이는 원래 까만 거고 저는 햇빛을 많이 봐서 까매진 거예요.

이제 인터뷰도 마무리할 시간이에요. 앞으로 어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가요?

엘린이 출신으로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먼 꿈이라고 생각하고요.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끝으로 개막일만 기다리고 있는 팬 여러분께 메시지 남겨볼까요?

제가 개막 엔트리에 들지 안 들지 모르겠지만 만약 들게 된다면…. 잠시만 시간 좀 주세요. 생각 좀 해도 되죠? (고민) 빨리 코로나바이러스가 안정돼서 여러분을 야구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작년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더그아웃 매거진 10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9호(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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