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더그아웃 직캠과 움짤 금지, 뉴미디어 계약 역풍[SS 시선집중]

윤세호 2020. 5. 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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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와 두산 베어스가 2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연습경기를 진행한 가운데, 조명탑이 불을 밝히고있다. 2020.04.2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정당하게 권리를 획득한 만큼 마냥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청에 무심히 등 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난해 2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이 체결한 5년 1100억원 뉴미디어 계약의 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계약 2년째를 맞이했으나 여전히 과도기다. KBO는 물론 구단들도 통신·포털 컨소시엄 측과 여러가지 사안을 두고 유권해석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윈터미팅에서는 10구단 마케팅 팀장과 컨소시엄 관계자가 더그아웃 직캠을 두고 논의했다. 야구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더그아웃 직캠이 컨소시엄 계약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회의 결과 10구단 모두 더그아웃 직캠 카메라 앵글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더그아웃 직캠은 구단 유튜브 핵심 콘텐츠다. 더그아웃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구단 카메라로 담아 야구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끝내기 안타시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장면이 더그아웃 직캠을 통해 고스란히 야구팬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모습은 더그아웃 만으로 철저히 제한된다. 구단 영상 카메라는 오직 더그아웃으로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카메라 앵글을 그라운드로 돌리는 순간 계약 위반이다. 올해 더그아웃 직캠은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윈터미팅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수도권 구단 마케팅 팀장은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팬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하지만 컨소시엄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거액을 투자했고 투자한 금액은 고스란히 각 구단에 전달되고 있다. 계약을 준수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야구팬들로부터 아쉬움을 사고 있는 움짤(TV 중계 화면을 GIF 등 움직이는 이미지 파일로 재가공) 금지도 같은 맥락이다. 거액을 투자한 컨소시엄 측은 직접 제작한 편집 영상이 널리 배포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움짤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은 컨소시엄 입장에서는 권리를 빼앗기는 행위이자 손해다. 올해부터 KBO리그 중계를 시작한 트위치의 경우 이를 두고 홍역을 앓기도 했다. 당초 트위치는 중계 영상 클립 제작과 공유를 허용했다가 최근 입장을 번복했다. 컨소시엄 측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면서 개막일인 지난 5일부터 중계 영상 클립 제작을 금지시켰다. 트위치 클립으로 움짤을 대체하려고 했던 야구팬들은 깊은 한 숨을 내뱉고 있다.
교류전 당시 트위치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클립(움짤)을 만드는 과정. 간단하게 장면을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었으나 정규시즌 개막 후에는 클립 제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SNS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다. KBO리그 장면 역시 SNS 움짤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고 이는 더할나위 없는 홍보수단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수많은 KBO리그 움짤이 SNS로 퍼져나갔고 미국 야구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KBO도 움짤이 지닌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성사된 계약을 뒤엎을 수는 없는 일이다. KBO 관계자는 “최근 컨소시엄 측에 움짤에 대한 문의를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컨소시엄 측에서 검토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새롭게 유권해석이 내려질 여지는 생겼지만 움짤 금지가 철회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계약 당시만 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5년 110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계약에 앞선 이사회(구단 대표이사 회의)에서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한 구단이 무리하게 계약을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구단들은 전세계인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매김한 유튜브에도 문을 열자는 취지였으나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다수의 구단이 공들여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해놓고 정작 경기 영상은 담지 못하는 데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O와 통신·포털 컨소시엄 뉴미디어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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