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아산의 '늪 축구', 대전이 극복한 세 가지 이유

김태석 2020. 5.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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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의 '늪 축구', 대전이 극복한 세 가지 이유



(베스트 일레븐=대전 월드컵경기장)

객관적 전력상 한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에 먼저 선제골을 내주면 고난은 피할 수 없다. 작심하고 뒷문을 걸어잠그는 수비는 아무리 이 악물고 두들겨도 쉽게 열리지 않는 법이다. 대전하나 시티즌은 바로 그 고비에 직면했다. 그러나 역경을 극복하고 승점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17일 저녁 6시 30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2라운드 충남아산전에서 2-2로 비겼다. 대전은 전반 45+5분과 후반 36분에 두 골을 만들어 낸 안드레의 맹활약에 힘입어, 전반 14분 충남아산의 주 공격수 무야키치, 후반 26분 장순혁의 득점을 앞세운 충남아산과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외견상 대전이 압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던 경기였다. 하지만 충남아산의 실력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충남아산은 배수용을 중심으로 한 짜임새있는 포백 수비를 바탕으로 빠르고 저돌적인 대전 공격수들이 침투할 공간을 막았다. 좌우 측면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했고, 김강국·박세직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수비라인과 최대한 가깝게 위치하며 대전 공격수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없앴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뒷문을 걸어잠그는 팀을 상대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역습이다. 생각지도 못한 실점을 하게 될 경우, 더욱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전이 이러한 일격을 당했다. 전반 14분 무야키치에게 실점한 것이다. 골을 내주는 과정이 썩 좋지 못했다. 상대에 역습을 가하던 상황에서 볼을 가진 충남아산 스트라이커 김찬에게 너무 많은 수비가 쏠렸고, 김찬이 골문 앞으로 크로스할 때 무야키치를 마크하는 선수가 없었다. 박스 안에 네다섯 선수가 있었으나 무야키치를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이규로가 그나마 가까이 붙었으나 슛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점을 내준 후 충남아산의 수비가 더 강화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 무야키치와 김찬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극단적인 방어로 대전을 괴롭게 했다. 실점 후 대전은 오랜 시간 볼을 소유했으나 상대 박스 안에서 골 찬스를 잡는 게 너무 힘들었다. 충남아산 수비가 워낙 극단적이라 빌드업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골이 터진 후 1분 뒤 조재철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박인혁의 헤더슛이 왼쪽 골문 기둥을 때린 게 전반 40분까지 거의 유일한 득점 기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충남아산이 원하는 흐름대로 경기가 흐를 공산이 컸다.

이 위기를 세 가지 요소 덕분에 돌파했다. 첫 번째는 투박하더라도 좀 더 빠른 템포로 상대 박스 인근까지 패스를 전개하는 것이었다. 패스 전개 속도가 느려 밀집 수비를 깨뜨리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빠른 템포로 공격 방법을 바꿨는데 덕분에 멀게만 느껴지던 충남아산 박스 인근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안드레의 득점은 표면적으로는 페널티킥으로 이어진 파울을 범한 무야키치의 범실 때문이지만, 그 이전 상황에서 박스에서 슛 찬스를 만들어 낸 대전의 공세가 결국 토대가 됐다.

두 번째는 새로 바뀐 페널티킥 규정이다. 이번 시즌 K리그는 보다 강화된 페널티킥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키커가 킥을 하기 전 골키퍼가 골라인에서 발을 떼고 앞으로 나올 경우 어게인이 선언되며, 자꾸 그러한 파울을 범하게 될 경우 경고 등의 조치를 당하게 된다. 대전 키커 안드레의 슛은 사실 처음에는 막혔다. 함석민이 방향을 읽고 킥의 궤적을 쫓아 쳐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킥보다 함석민의 반응이 더 빨랐다는 게 문제였다. 안드레가 킥을 하자마자 부심의 기가 주심의 호각 소리보다 먼저 올라갔다. 갑갑한 공격을 거듭하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득점 기회를 날릴 뻔했던 대전은 덕분에 페널티킥을 다시 찰 기회를 얻어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에이스 안드레의 존재감이다. 안드레는 앞서 언급한 페널티킥뿐만 아니라 1-2로 끌려가던 후반 36분 대단히 귀중한 동점 헤더골을 성공시켰다. 거칠고 덩치가 큰 충남아산 수비수들의 견제를 뚫고 완벽한 위치 선정을 해냈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선수임에도 헤더 골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부적인 득점 감각을 가진 선수라는 걸 이 득점 장면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했다. 안드레는 후반 40분에도 박스 안에서 통렬한 왼발 슛으로 해트트릭을 만들어낼 뻔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등 충남아산 수비수들에게 커다란 공포감을 줬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1-1 동점 이후 대전이 상대의 밀집 수비에 상당히 고생하는 흐름은 변함이 없었고, 도리어 후반전에도 1-2로 끌려가는 상황이 나오고 말았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상대의 밀집 수비라고 하지만, 그걸 뚫어내고 승리를 가져와야 강호로 군림할 수 있다. 어쨌든 자칫 질 수 있었던 경기에서 승점을 가져온 건 찬사받을 만한 일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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