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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양보' 김연경, 흥국생명은 어떤 결단을 할까

김영국 입력 2020.06.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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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자배구 신생팀 창단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김연경 선수
ⓒ 박진철 기자
 
이쯤되면 가히 '김연경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경의 국내 복귀에 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해외 리그에서 '연봉 22억 원'을 받던 세계 최고 선수가 후배 선수들이 연봉 삭감, 방출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신의 연봉을 3억 5천만 원으로 대폭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국내 복귀를 결심한 핵심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리그의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한 데다 감염 위험 등 건강 불안감이 존재하고, 내년 도쿄 올림픽 준비를 위해서는 국내 리그에서 뛰는 게 몸 관리와 경기력 유지에 더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11년 동안 오랜 해외 생활에 따른 피로 누적도 이유 중 하나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연경은 중국 등 해외 리그 팀들로부터 영입 제안이 있었고 논의를 해 온 상태였다. 어떤 방식이든 해외에서 계속 뛴다면, V리그 규정상 여자배구 1인 최고 연봉 상한선인 7억 원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연봉 대폭 삭감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김연경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느 프로 리그를 막론하고 선수의 실력과 대중적 인기·위상에 따라 연봉이 책정되고,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경우 다른 선수의 이적 등이 뒤따르는 건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까지 선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 프로 리그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그러나 김연경은 자신의 것을 계속 움켜쥐기만 할 경우,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기득권을 내려 놓았다. 김연경은 한때 여자배구 최저 연봉인 3000만 원만 요구할 생각까지 했었다고 한다. 다만, V리그 품격이 지나치게 희화화될 것을 우려해 접었다.

결국 김연경은 흥국생명 측에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연봉 부분을 사실상 백지 위임했다.

통 큰 양보 김연경... '우리 선수' 강조한 흥국생명
 
 캡틴 김연경(맨 오른쪽)과 여자배구 대표팀 '승리 환호'
ⓒ 박진철 기자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복귀하면서 팀 전력 극대화하게 됐다. 물론 모기업인 흥국생명 입장에서도 엄청난 광고·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흥국생명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흥국생명도 부담과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대의를 위해 기득권을 크게 양보했는데, 흥국생명은 계속 움켜쥐기만 한다'는 시선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그동안 줄곧 '김연경은 우리 선수'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빛낸 세계적인 선수를 위해 통 큰 결단을 해준 부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배구계에서는 김연경 복귀와 관련해 지금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거나, 신생팀 창단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결단을 해줬으면 하는 목소리다.

사실 두가지 방안 모두 논의의 출발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연경이 국내로 복귀한 이후부터나 가능한 대안들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FA(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는 기간은 2년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거나 국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하는 건, 지금 규정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연경이 다른 팀에서 남은 FA 기간을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김연경 트레이드·신생팀 대안이 거론되는 이유

트레이드와 신생팀 창단 방안은 김연경 복귀로 발생하는 난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우선 김연경의 연봉을 1인 최고 상한선인 7억 원으로 즉시 회복시킬 수 있다. 두 방안 모두 김연경과 연봉 계약을 새롭게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트레이드를 할 경우 해당 선수가 전 소속팀과 계약한 연봉 액수와 같거나 그 이상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

김연경의 연봉을 회복하는 건, 다른 스타급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지금 상태라면, 김연경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는 적지 않은 압박감이 될 수 있다. 물론 다른 스타급 선수들의 높은 연봉이 잘못된 건 아니다. 프로구단들이 현재 프로야구 못지않게 V리그 여자배구 인기가 치솟은 현실을 반영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도 흥국생명이 다른 대안들을 차단한 상황에서 자신의 연봉을 깎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연봉 문제로 특정 선수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트레이드나 신생팀 창단 방안이 그런 우려들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또한 흥국생명이 소속팀 선수의 이적, 연봉 삭감 조치 등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 다른 우려 사항인 특정 팀의 압도적 우세와 전력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

특히 신생팀 창단은 배구계에서 이구동성으로 '최상의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배구계 전체에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이 여자배구 숙원 사업 해결 차원에서 신생팀 창단시 김연경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겠다고 공약할 경우, KOVO의 창단 작업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희생 요구' 당연한 권리 아냐... 존중과 결단 동시 필요
 
 흥국생명 홈구장 인천 계양체육관... 2019-2020시즌 V리그
ⓒ 박진철 기자
 
김연경 본인의 의사도 매우 중요하다. 신생팀 창단이 된다고 당연히 그 팀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김연경 입장에서는 전력상 불리한 여건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연봉 자진 삭감에 이어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 대목에 대한 존중과 적절한 보상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연경의 평소 성격으로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신생팀은 김연경의 이름값으로 만들어낸 팀이 될 수밖에 없다. 은퇴 전에 한국 배구 전체를 위해 큰 자산을 남긴다는 측면도 있다.

한 남자배구 프로구단 관계자는 "제3자 입장에서 봐도 김연경 복귀와 신생팀 창단으로 연결되는 그림이 최상"이라고 촌평했다. 또 다른 프로구단 관계자는 "흥국생명도 신생팀 창단의 경우 결단하기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구협회 한 관계자는 "프로배구 신생팀 창단은 KOVO 소관이기 때문에 배구협회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KOVO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창단 의사는 있었지만 외부 요인 때문에 진행을 못했던 기업들도 김연경이 온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방안이든 충분한 대의명분은 있다. 그럼에도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희생도 동반된다는 점을 존중해줘야 한다. 결국 결단의 문제다. "우리가 왜 그래야 되는데"라고 답할 경우 길은 막힌다. 한편으론 모두가 "설마 그렇게 하겠어"라고 말할 때,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어야 감동의 파장도 커진다. 김연경이 이미 그 점을 보여주었다. 흥국생명도 기업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갖는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입장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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