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케이비리포트] 진화하는 천재 이정후, 200안타 벽 넘을까?

조회수 2020. 6. 16. 14:08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KBO리그] 완전체 타자로 성장한 키움 이정후의 성장 비결은?

한 시대를 지배한 스타 플레이어의 2세가 프로 스포츠에 입문할 때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아버지나 어머니의 그림자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선대의 화려했던 현역 시절과 비교 당하며 이로 인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입문 당시 많은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2세 플레이어들 중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소리소문 없이 현역을 떠나곤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키움 히어로즈의 4년차 외야수 이정후(키움)는 특별한 사례다. 

이정후가 '야구천재'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떼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고교 졸업 후 데뷔 시즌(2017년)에서 주전으로 도약,  총 179안타를 기록하며 아버지 이종범도 받지 못한 신인상을 수상했고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를 꼽을 때 이정후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2018-19시즌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


출처: KBO 야매카툰

그렇다면 이정후는 어떻게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리그 정상급 타자로 진화했을까? 그 진화의 동인은 기록의 변화를 통해 확인된다.

 

#1. 더 좋아진 선구안

2017시즌 이후 현재(6/14기준)까지 주요 타격 기록을 살펴보자. 

올시즌 현재 36경기에 출장해 50안타를 기록 중인 이정후는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144경기 환산 기준으로 200안타를 기록할 수 있다. 올시즌 현재까지의 이정후가 커리어하이였던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4년간 이정후의 성적 지표. 볼넷, 삼진 비율을 잘 살펴보면 지난 시즌부터 수치가 변했다.)

 타자로서 그의 진화가 드라마틱하게 확인되는 대목은 바로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다.

프로 1-2년차였던 17~ 18시즌의 이정후는 이미 A급이라고 볼 수 있는 타자였다. 호리호리한 체형 탓에 장타력이 다소 아쉬웠지만 교타자라로서는 리그 정상급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굳이 아쉬었던 ‘한 가지’를 꼽아보자면 삼진과 볼넷 비율이었다.

그런데 지난 19시즌부터 볼넷/삼진 비율이 1을 넘기 시작했다. 올 시즌(6월 14일 마감 기준) 역시 볼넷(15개)이 삼진(12개)보다 많다. 

본래 컨택 능력이 뛰어난 타자였는데 이제는 볼을 고르는 재주까지 갖춘 타자로 진화한 것이다. 단순히 선구안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올시즌 이미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아쉬웠던 장타력까지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2. 효율의 증가

올 시즌 이정후의 타격이 지난 3시즌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세부 지표를 통해 확인해 보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타자의 덕목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 온 투구를 공략해 얼마나 많은 안타를 생산하느냐'이다. 

그렇다면 지난해까지의 이정후는 스트라이크를 얼마나 공략했을까?


(이정후의 지난 3년간 스트라이크, 볼에 반응 지표)

데뷔 시즌인 2017년 이정후는 총2512개의 투구를 상대로 총 1,007개의 타구를 만들었고 이 중 179개를 안타로 연결해 17.8%의 안타 성공률을 기록했다. 

2018시즌에는 이 지표가 무려 20%를 넘겼고 지난해 역시 20%에 육박했다. 

데뷔 시즌에 비해 배트 컨트롤 능력이 더 향상됐고 타구가 페어 지역 안으로 더 많이 들어간 것. 지난 시즌 100안타 이상 기록 한 선수들의 평균 안타 성공률은 15.1%인데  이정후는 19.6%로 리그 최고였다.

다음으로 따져 볼 기록은 ‘볼에 배트가 나오는 비율’이다. 이 비율을 보면 17~19시즌 3년간 볼에 반응하는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였다. (23.1%->25.1%->25.6%)

그런데 설령 볼에 스윙이 나와도 타격에 성공하는 비중 역시 증가했다. 스트라이크가 아니라고 해도 배트에 맞췄기 때문에 그만큼 안타로 이어지는 확률도 오른 것이다.



#3. 신중한 선구와 화끈한 스윙의 조화

아래 표는 지난 2019시즌 100안타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이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193안타를 기록해 두산 페르난데스(197안타)에 이어 최다 안타 2위에 올랐다. 그런데 페르난데스가 때려 낸 전체 타구(1147개)의 수는 이정후보다 160개나 많지만 안타 숫자는 고작 4개 차이다. 

지난해 이정후는 타구를 날리는 경우 페르난데스(17.2%)에 비해 안타 생산 효율(19.6%)이 좋았으며 리그 정상급 교타자로 평가 받는 NC 박민우(2위, 18.0%)와도 꽤 차이가 났다. 


(지난 시즌 안타 확률 TOP20위의 선수들. 이정후가 친 타구의 안타 확률이 가장 높았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이 볼에 반응하는 비율이다. 

지난 시즌 볼에 가장 반응을 하지 않았던 타자는 박민우(nc)로 19.7%였다. 지난 시즌 100안타 이상 기록한 선수들의 평균이 28.6%를 감안 해 그는 볼에 쉽게 반응하지 않은 것. 

이에 비해 이정후는 25.6%으로 박민우 수준 까지는 아니지만 평균보다 낮았다. 그렇지만 볼을 맞춰내는 비율도 100안타 이상 기록한 타자들 중 전체 2위였다. 

자신만의 확실한 타격 존이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안타 효율성이 높은 가장 큰 동인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투구를 컨택하는 능력’이다. 

이정후는 스트라이크에 들어오는 공에 스윙하는 확률이 지난 시즌 56%로 100안타 이상 기록한 타자들 중 최하위(63위)였다. 그에 비해 스트라이크를 스윙 해 배트에 맞추는 확률은 96.2%로 리그 1위였다. 

박민우(NC)는 볼에 잘 스윙하지 않아 투수들을 힘들게 하는 타자라면 이정후는 스트라이크를 ‘고르고 골라’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투구에 반응했던 타자였다.


(3년간 이정후의 성적, 20 시즌 6월 14일 마감 이정후의 성적)

그렇다면 올 시즌은 어떨까? 

올 시즌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투구에 59.9% 반응하였다.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반응하면서도 타격 성공 확률도 97.5%로 지난해(96.2%)에 비해  더 올랐다. 

지난 시즌보다  더 자주 반응하고 맞추는 확률도 올라가니 페어 지역 안으로 타구를 떨어트리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이로 인해 타율(0.336->0.362), 출루율(0.386->0.427), 장타율(0.456->0.609)이 모두 상승했다. 


6/14 기준 최다안타 20위권 선수들 대상. 이정후는 여기서도 최상급이다

올시즌 장타력이 급증하며 완전체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는 여전히 스트라이크를 타격하는 비율(97.5%)에서 최상급 능력을 뽐내고 있다. 

올 시즌 현재 WAR 1위(2.7/케이비리포트)를 질주 중인 NC 강진성의 깜짝 활약에 다소 가려진 면은 있지만 타격 각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고 WAR 2.3을 기록 중인 이정후 역시 MVP  페이스다. 

BABIP(인플레이타구의 타율)이 0.457에 달하는 강진성이 조만간 조정기를 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정후의 올시즌 BABIP는 0.361로 통산 BABIP(0.366)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 아버지가 못 이룬 200안타의 꿈, 이정후가 이룰까?

이정후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친 타구를 어떻게든 페어 지역 안 쪽으로 더 넣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밝혔다. 

결국 선구안, 배트 컨트롤 등 여러 토끼를 이번 시즌 다 잡아보겠다 선언했는데 현재 여러 공격 수치에서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를 잘 유지한다면 2014시즌 서건창의 201안타(팀장 128경기 시절)에 이은 200안타 기록 갱신도 노려 볼 만하다. 아버지 이종범은 역대급 시즌으로 기억되는 1994년 124경기에서 196안타(타율 0.393)를 기록한 바 있다. 


출처: KBO 야매카툰

이정후가 200안타의 벽을 넘기 위해서 외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바로 빡빡한 시즌 일정. 

시즌 144경기라는 점에서 과거 아버지에 비해 유리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5월에야 개막했고 올스타 휴식기 없이 밀린 경기는 더블헤더 등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극심할 전망이다. 결국 시즌 중반 이후 체력적인 문제를 어느정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약점인 장타 생산능력마저 업그레이드하며 완전체 타자로 도약한 이정후가 아버지 이종범도 이루지 못한 200안타의 벽을 넘고 사상 첫 부자 MVP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관련 칼럼: 새 외국인 투수 10인, 누가 살아남을까? (클릭)

관련 칼럼:  새 외국인 타자 5인, 누가 살아남을까? (클릭)


관련 칼럼: 2020 선발진 파워랭킹은? (클릭)

관련 칼럼:2020 불펜 파워랭킹은? (클릭) 

관련 칼럼: 2020 타선 파워랭킹은? (클릭)

관련 칼럼: 2020 팀 수비 파워랭킹은? (클릭)

[원문: 장정환  칼럼니스트/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 비영리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후원 문의 [kbr@kbreport.com]

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