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발인 다음날, 대한체육회장은 골프장에 있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20. 7. 5. 15: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맨 왼쪽)이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협회 주최 자선 골프에서 시타를 하고 있다. SNS 캡처

폭언과 폭행 속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씨의 발인 직후 한국 체육계 고위급 인사들은 한데 모여 골프를 치고 있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은 강원도 춘천의 골프장에 있었다. 사태 파악에 온 힘을 기울어야 할 시기에 자선 골프 행사 참석은 현 스포츠계의 사태 인식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노준 안양대 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협회는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의 한 골프장에서 자선 골프 대회를 열었다. 주식회사 싸이노스의 후원을 받아 열린 이번 자선 골프 대회는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을 위한 장학금을 모은다.

이 골프 대회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조재기 공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신치용 진천선수촌장도 초청받았지만 정성숙 진천선수촌 부촌장이 참가했다. 이들의 골프 행사 참석 장면은 SNS를 통해 공개됐다. 이기흥 회장이 힘껏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시타 장면도 담겼다.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를 거친 유망주는 감독과 팀 닥터, 선배들의 폭행, 폭언에 괴로워했고, 수차례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30일은 최숙현의 발인이 끝난 직후였다. 이날 오후 관련 기사가 처음 나왔고 이튿날인 1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후 사건 관련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숙현은 앞서 여러 차례 폭행·폭언 관련 신고를 했음에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도 이미 지난 4월8일 폭력 신고를 했지만 센터는 최숙현에게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만 되풀이했을 뿐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증거 조사도 ‘최숙현과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최숙현은 조사관에게 ‘이거(피해 입증) 다 제가 해야하는 거예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협회 주최 자선 골프에서 조재기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후원금을 전달하는 장면 | SNS 캡처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1일 입장문을 통해 ‘조속하고 엄중한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건 발생 직후가 아닌 사건이 널리 알려진 뒤에야 움직였다. 폭행·폭언에 따른 극단적 선택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체육회장은 발인 직후 열린 자선 골프 대회에 참석했다.

이번 사태 관련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인사는 “최숙현 선수 관련 사건을 알고도 자선 골프 대회에 참석했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발인이 끝나도록 그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라운딩을 하지는 않았다. 시타 행사 등에 참석한 뒤 다른 대회 방역 점검을 위해 이동했다”며 “클린센터를 통해 체육회가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27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