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3골 후반 14골' 기록이 보여주는 전북의 명과 암

김희선 2020. 7.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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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박태준이 공격을 하고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최악의 45분 그 이후, 두 골차를 따라잡아 기어코 동점을 만든 전북 현대의 모습을 보며 조규성의 말이 떠올랐다. 조규성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어떻게든 골이 들어가는 팀,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팀"이라고 묘사했던 적이 있다. 안방에서 치른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1라운드 성남 FC전에서 전북이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전반에만 두 골을 먼저 내주며 끌려가다 후반 두 골을 따라잡아 2-2 무승부를 만들며 패배에서 벗어났다. 무너질 수 있었던 경기를 기어코 따라잡는 힘, 전북의 후반 집중력이 만들어낸 값진 무승부였다.

그러나 패배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전북의 후반 집중력엔 뚜렷한 명과 암이 있다. 단단히 준비하고 원정길에 오른 성남은 전반 45분 동안 전북을 있는 힘껏 괴롭혔다. 베테랑 양동현,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 나상호 등 핵심 공격 자원은 모두 벤치에 앉힌 채 김현성과 박태준 등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기용한 성남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성남의 파격 라인업은 주중 FA컵을 고려해 로테이션을 기용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전반 3분 만에 이재원의 골이 터지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았다.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전북을 두들긴 성남은 전반 추가시간 박태준의 골을 더해 2-0으로 앞서 나갔다.

이승기가 동점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고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지금까지 전북의 선두 질주를 뒷받침한 후반 집중력이 아니었다면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후반, 한교원과 이승기의 연속골로 두 골차를 0으로 메웠다. 내친 김에 역전까지 노려봤으나 결과는 무승부. 승점 3점은 실패했어도 일단 안방에서 패하는 최악의 결과는 피했고, 끌려가다 다시 균형을 맞춘 만큼 전북 입장에선 손실이 크다고 하긴 어렵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패했다면 전북은 2017년 5월 3일 이후 실로 오랜만에 연패를 기록할 수도 있었다.

두 골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북에 특별히 절망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지 않은 건 올 시즌 더 강해진 '뒷심' 때문이다. 11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총 17골을 넣었는데 이 중 14골이 후반전에 나온 골이다. 전체의 80%가 넘는 골이 후반전에 터졌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막판 승부처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전북의 저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꾸역승'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상대 견제를 뚫고 어떻게든 승리를 만들어내는 힘이 후반에 특히 더 강해진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전반전을 뜻대로 풀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반전에 골이 터지지 않으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가는데 있어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는 주로 상대가 내려선 채 전북에 맞서 시원시원한 경기를 보여주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리그 양강이자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인 만큼,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도 이 부분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이날 성남전에선 상대 공세에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는 점이 달랐다. 모라이스 감독도 이날 성남전을 두고 "전반전에 보여준 경기력을 다시 보여줘선 안된다"며 "후반전에야 전방 압박이 나오면서 전북다운 경기를 했다"고 씁쓸하게 반성했다.

전반 3골, 후반 14골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앞으로 더 치열해질 순위 경쟁과 우승 다툼 속에서 후반 집중력만으로 승점 3점을 챙기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전반전의 막힌 '맥'부터 뚫는 것이 우선 과제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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