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축구일기] "독일에서 시즌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조회수 2020. 7. 13.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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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두번째 시즌을 마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말 오랜만에 축구일기를 통해서 인사드립니다.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독일에서 자가격리중에 인사를 드리고 처음으로 다시 인사를 전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현재는 휴가차 한국으로 돌아와 집에서 또 자가격리중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에 앞서 저의 부족한 글 솜씨와 일기가 규칙적으로 올라오는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의 이야기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오랫동안 글을 연재하지 못 한 점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릴 이야기는 유난히 코로나19 바아러스로 인해서 길게만 느껴졌던 이번 시즌을 되돌아 보면서 제가 느꼈던 점과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제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평어체로 적었으니 편한 마음으로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아프지 않아 행복했던 시즌 

축구선수들이 항상 시즌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면 가장 많이 말하는 목표가 부상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거라고 말한다. 나 또한 매년 시즌을 앞두고 실제로 부상없이 한시즌을 뛰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완벽하게 백프로 부상없이 모든경기를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기를 아픈 고통없이 소화할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다. 이번시즌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나의 건강한 몸상태였다.

아프지 않고 매일 팀훈련을 소화하고 경기를 준비하게 되면 경기장에 나갔을때 불안감이 없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 이유는 열심히 훈련한대로 경기장에서 뛰면 되기 때문이다. 옛 말을 빌리자면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 말이 정확하다고 볼수있다. 첫번째 시즌은 여러가지로 잔부상이 많았고 그로 인해서 팀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경기장에서 나의 플레이도 들쑥날쑥 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매일 훈련하는게 나의 첫번째 목표이고 바람이다.

모든 경기를 선발 출전하고 싶었지만 함부르크전에 부딪힌 사타구니가 아파서 뛸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강등권에 위치한 팀을 생각해야 했고, 팀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말에, 드레스덴과의 경기는 아픔을 참고 뛰었다. 다행히 경기는 이겼고 팀도 강등권을 탈출하면서 마음 편히 회복을 할 수 있었다.

2. 스트라이커 이재성

유독 올 시즌에는 스트라이커로 경기를 많이 출전했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많은 찬스가 왔고 프로 진출 후 가장 많은 골인 9골을 넣을수 있었다. 한 골만 더 넣었더라면 두자리수로 마무리 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충분히 골을 더 넣을수 있었는데 놓쳤던 기회들을 생각하면 더 아쉽게 느껴진다. 아쉬움도 있지만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골에 대한 압박감을 상당히 많이 느꼈다.

경기장에 나가면 꼭 골을 넣어야 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고 골을 넣었을 때와 넣지 못했을 때 경기장에서 여유나 다음경기를 준비하는 마음이 확실히 다르다는걸 느꼈다. 골을 넣었을 때는 더 편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플레이를 했고 다음 경기도 편하게 준비 할 수 있었다. 반대로 골을 넣지 못했을 때는 플레이가 급했고 다음경기에서는 골로 보답해야지라는 압박감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스트라이커 선수들의 골에 대한 욕심이 왜 그렇게 컸는지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3. 소중한 인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만남으로 시작해서 헤어짐으로 끝난다. 이번시즌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 모두가 다 알고 있겠지만 그 만남은 바로 영재와의 만남이다. 영재는 나보다 나이가 3살 어린 동생이지만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유럽생활을 먼저 시작해서 생활이나 언어,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적응하며 지냈는데 그런 부분을 나에게 잘 알려주고 도와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시즌을 같이 보내면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훈련할 때, 원정경기 갈 때, 밥먹을 때, 쉴 때 등 모든 시간을 함께 했다. 특히나 나와 전혀 다른 영재의 쾌할한(조금 까부는?) 성격은 조용한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줬고 함께 있을 때면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좋았다.

그래서 이번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재와 함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앞으로 유럽에서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시즌은 나에게 가장 특별하게 기억될거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 영재와 함께 한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 팀에 한국선수가 같이 있는게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한 시즌을 함께 보낼수 있어서 심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편안하고 좋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한국선수와 함께 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또한 영재를 통해서 더 많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수있었다. 한사람을 통해 여러사람들까지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 분들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시는데 이 자리를 빌려 이번 시즌동안 함께 해주신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고 특히나 영재에게는 더 많은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

영재와 함께 독일에서 지인들과 어울렸던 소중한 시간들


앞으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자기의 꿈을 맘껏 펼치고 영재가 항상 말하던 국가대표의 자리에서 만나기를 나는 고대한다.

영재야 다치지 말고 잘하기를 바란다. 응원할게. 


4. 헤어스타일

12월 휴가 때 한국에 들어와 미용실에 갔다가 독일로 갔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한국으로 들어가지도 못했고 독일에서도 미용실을 이용할 수 없어서 어쩌다보니 머리를 기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길렀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언제 한번 장발을 해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1년동안 길러보자 마음을 먹었고 현재 7개월째 머리를 짜르지 않고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머리를 소화하는 중이다.

3개월까지는 괜찮았는데 조금씩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불편한 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앞머리는 눈을 찌르기 시작했고 옆머리는 덮수룩해서 지저분해 보였고 뒷머리는 가장 빨리 길어져서 날씨도 더운데 더 덥게 만들었다. 운동할 때는 헤어밴드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평상시에는  머리 핀과 머리띠로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집에서는 머리카락을 줍느라 바빠졌고 트리트먼트와 오일로 머릿결을 관리했고 샤워하는 시간도 길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머리를 기르는것은 나의 인생에서 처음해보는 경험이라 즐겁고 재밌다. 또 한가지는 짜르고 싶은 마음도 하루에 몇번씩 들지만 참으면서 나의 절제력도 키울수 있는 훈련이라 생각하는중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사람보다 더 노력해야 되는게 가장 중요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절제하는 것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현재 머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자가격리가 풀리면 미용실부터 갈 예정인데 머리스타일 추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에 얘기했듯이 계속해서 1년간 기를 예정입니다. 깔끔하게 기르기 위한 과정입니다. 어떤 스타일을 할지 모르지만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으로의 휴가

얼마전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부터 험난했습니다. 우선 비행기 스케줄이 파리를 경유해서 왔는데 파리공항이 상당히 크고 복잡한데 환승 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상당히 짧았기 때문에 함부르크에서 출발하기전부터 걱정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함부르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30분 지연된다고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파리공항에 예정보다 10분만 늦게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환승하는 게이트만 보고 빠른걸음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여권 검사하는 곳에 직원들이 아무도 없고 조용한 정적만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지인분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뛰어 다니면서  게이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향하는 곳으로 가니 여권 검사 하는곳이 나와서 받고 나와서 제가 타야 하는 비행기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저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제가 향한 곳은 파리에 도착해서 나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가야하는데 파리에 도착하는 사람을 기다리는곳에 갔으니 그때부터 저는 한국에 못갈거라는 불안한 마음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도와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영어도 잘 못하는 저인데 아는단어를 총 동원해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다행히 게이트를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우여곡절을 겪었던 공항에서.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직원분들의 도움을 통해 여러가지 설문을 작성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통제 하에 울산에 있는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다음 날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저는 2주동안 집 옥탑방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휴가기간에 2주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지만 먹고 싶었던 한국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고 가족들 곁에 있으니 행복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격리 생활을 잘 마치고 소중한 남은 휴가기간을 잘 즐겨보겠습니다.

*TMI: 미용실 가기, 가족여행, 한라산등반, 전주가기, 운동하기 제가 계획한 휴가 때 하고 싶은 것 들입니다. 시원한 막국수에 닭갈비, 집 근처 맥주가게에서 파는 페스츄리 피자, 한번도 안 먹어본 치즈볼, 숯불에 구워 파절이랑 먹는 소고기, 깻잎에 마늘 올려서 초장 찍어서 먹는 회, 기름기 많은 고소한 곱창, 집에서 시켜 먹는 치킨 독일에 있으면서 생각났던 제가 먹고 싶은 음식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시즌동안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만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일기에서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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