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김선빈 떠난 자리에 '수비 명인' 김규성

김식 2020. 7.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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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규성이 첫 홈런 기념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전=김식 기자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KIA 드류 가뇽은 마운드 위에서 여러 번 미소를 지었다. KIA 2루수 김규성(23)이 몸을 날리며 수비할 때 특히 그랬다.

김규성은 7회말 무사 1루에서 한화 하주석이 때린 중전 안타성 타구를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가뇽의 눈은 하트로 변했다. 김규성은 이날 묘기에 가까운 호수비를 세 차례 성공했다.

'작은 거인' 김선빈(31)이 비운 자리에 '수비 명인' 김규성이 떴다. 적어도 수비에서는 김선빈 공백을 완전히 메우고도 남는다. 이 경기를 지켜본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수비 범위가 정말 넓다. 타격이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겠지만, 김규성은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날 9번타자로 출전한 김규성은 타석에서도 의미 있는 한방을 터뜨렸다. KIA가 4-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한화 선발 김범수의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간 115m 솔로포. 김규성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4회 초 프로데뷔 첫 홈런을 친 김규성이 덕아웃에서 무관심 세레머니를 펼치고있다. KIA 제공

김규성이 다이아몬드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KIA 동료들은 그를 외면했다. 메이저리그식 '사일런트 세리머니'. 김규성은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손뼉을 쳤다. 그걸 보고 동료들이 달려들어 함께 축하했다.

첫 홈런을 때렸으나 그의 타율은 22일 기준으로 0.159에 그치고 있다. 타격 선두권(타율 0.378)에 있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달 초 이탈한 김선빈에 비하면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안정적인 동시에 공격적인 김규성의 수비력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비와 짜임새를 강조하는 윌리엄스 감독은 김규성을 당분간 주전으로 쓸 전망이다. 올 시즌 처음 1군을 경험한 김규성으로서는 타석에서도 발전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제법 매서운 타격을 자랑했다.

김규성은 선린인터넷고 졸업 후 2016년 2차 7라운드 지명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이듬해 퓨처스(2군)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긴 재활 훈련을 하다 2017년 11월 입대했다. 강원도 고성의 제22보병사단 박격포 부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했다. 입대 직후 그는 대대장과의 면담에서 "운동만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덕분에 부대 내 운동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불의의 부상과 이른 입대는 앳된 청년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럴수록 야구가 더 간절해졌다. 전역 후 백업 내야수로 1군에 머물다 주전을 차지하지 그의 주특기인 수비력이 만개했다. 김규성은 "수비는 자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실수해도 '자신 있게 하라'는 코치님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김규성은 "2군에서도 홈런을 1개 쳤다. 오늘 홈런은 맞는 순간 아무 느낌 없었다. 넘어갈 줄도 몰랐다"며 "선빈이 형이 올 때까지 수비에서 내 몫을 해내는 게 목표다. (나중에는) 방망이를 잘 쳐서 주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롤모델을 묻는 말에 김규성은 "딱히 그런 건 없다. 내가 잘해서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줍어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자세를 낮추고 있다가 '짐승'처럼 뛰어오르는 그의 수비 모습과 오버랩됐다.

대전=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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