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야구야' 고척 스카이돔, 9개월 만에 관중 맞던 날 [스경X현장]

고척|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0. 7.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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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26일 전체 10% 좌석에 한해 관중입장을 허용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롯데전에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9개월 만에 관중들에게 문을 연 고척 스카이돔, 선수들의 환호성과 타구음 밖에 들리지 않던 실내 경기장은 그만큼 더 떠들썩해졌다. 프로의 존재이유는 바로 관중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키움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고척돔은 마치 2020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것 같았다.

고척 스카이돔은 26일부터 1674석의 관중을 받았다. 전날인 25일 오전 11시에 예매가 시작된 이날 경기 티켓은 예매개시 4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관중들은 저마다 온라인 예매를 위해 위성시계, 서버시계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도전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외야 3·4층과 내야 4층의 일부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의 10%가 열렸다. 이날 연간회원을 포함한 입장관중수는 1742명이었다.

관중들은 고척돔 주변에 경기시작 3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침 화창한 날씨에 대기하기도 쾌적했고 오랜만에 기다리던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관중들의 표정은 밝았다. 오후 3시 입장시각이 되자 관중들이 들어왔다. 발열체크와 예매에 입력한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QR코드 인식이 끝난 후 관중들은 삼삼오오 경기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26일 관중입장이 시작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 야구팬이 예매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QR코드 이미지를 현장직원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관중을 올시즌 처음 맞이하는 키움 구단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소독과 방역이었다. 당초 무관중 경기 당시에는 경기 전 소독이 없었지만 관중석도 일일소독 구역에 포함되면서 오전 7시부터 관리요원들이 움직였다. 원래 분무식 소독이었던 방식도 소독액을 천에 묻혀 일일이 닦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라커룸과 더그아웃 등 선수들이 사용하는 공간에는 소독액 소독 외에도 UVC(자외선 단파) 소독이 추가됐다. 관중들은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이용하는 등 수칙을 지켰고, 음식물 취식을 위해 따로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음식을 즐겼다. 예년 평균 124명이 투입됐던 안전, 보안, 방역 등 구장관리 인력은 무관중 당시 30명으로 줄었다가 관중 10% 입장에 맞춰 다시 110명 선으로 늘었다.

촘촘한 방역관리 때문인지 이날 고척돔에서는 입장과정에서 발열체크 기준인 체온 37.5℃를 넘겨 입장이 제한된 관중은 확인되지 않았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발열체크와 QR코드 인식 절차를 받고 경기장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하경헌 기자

경기 안에서 관중을 이끌고 있는 치어팀도 바빠졌다. 따로 관중입장을 대비해 도입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육성응원을 대신할 율동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동안 했던 랜선응원을 대체할 새로운 콘텐츠를 고안할 기획회의도 이뤄졌다.

고척돔 안의 상점들도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고척돔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엄모씨는 “7개월 만에 편의점 문을 열었다. 편의점은 야구 비시즌에도 콘서트 등이 있으면 문을 열지만 그래도 7개월은 긴 시간이었다”면서 “아직은 관중분들이 음료 외에는 잘 안 사시는 등 조심하시는 분위기다. 그래도 직관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기뻐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안으로 30% 정도의 관중은 들어와서 입점상점들도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6일부터 관중입장이 시작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롯데전을 관중들이 입장해 관전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관중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지난해 ‘프리미어12’ 이후 9개월 만에 고척돔을 찾는다고 밝힌 안산에서 온 안재균씨(38)는 “예매시각을 맞추기 위해 위성시계까지 동원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나 취식공간의 분리 등은 비교적 잘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아들 등 가족들과 온 인천에서 온 조혁성씨(40)는 “오랜만에 야구장에 와서 즐겁다”면서도 “4인 가족의 경우는 2명씩 밖에 표 예매가 안 돼 떨어져 예매해야 했다. 떨어져 앉더라도 4인까지 함께 예매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입장 절차는 전반적으로 불편하지 않았지만 관중이 많아지면 조금씩 정체를 빚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과천에서 온 엄지은씨(20)는 “입장절차 등은 번거롭지 않은 것 같다. 원정 팬을 위해 관중이 좀 없어도 응원단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6일부터 관중입장이 가능해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윽고 오후 5시 플레이볼,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 KBO 리그는 드디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아무리 멋진 플레이가 펼쳐져도 봐주는 관중이 없으면 그 빛을 잃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7월26일 올시즌 KBO 리그의 진정한 개막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했다.

고척|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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