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 후 최다 공격P' 찰하노글루, 미운 오리에서 백조되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0. 8. 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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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하노글루, 시즌 재개 기준 세리에 최다 도움(8도움)
▲ 찰하노글루, 시즌 재개 기준 세리에 최다 공격포인트(14개, 6골 8도움)
▲ 찰하노글루, 12년 만에 밀란 미드필더로는 처음으로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골닷컴] 김현민 기자 = AC 밀란의 미운 오리였던 하칸 찰하노글루가 시즌 재개 이후 매경기 환상적인 활약상을 펼치면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찰하노글루는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나름 친숙한 선수이다. 이는 그가 2014/15 시즌, 손흥민과 함께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한 팀에서 뛰었기 때문. 둘은 비록 같은 시기에 뛴 건 아니지만 함부르크 출신(손흥민은 2010/11 시즌에 함부르크에서 데뷔해 2012/13 시즌까지 뛰다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찰하노글루는 2013/14 시즌을 함부르크에서 보내고 2014년 여름 레버쿠젠으로 이적해왔다)에 나이대도 92년생(손흥민)과 94년생(찰하노글루)로 엇비슷했기에 절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한 데 이어 찰하노글루도 2017년 AC 밀란에 입단하면서 둘은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둘의 위치는 크게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다소 고전했으나 이후 토트넘의 에이스로 군림하면서 2018/19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 결승행을 견인하는 등 주가를 높였다. 반면 찰하노글루는 밀란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팬들의 지탄을 받아야 했다.

그나마 데뷔 시즌엔 전반기 부진을 씻고 후반기에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세리에A 31경기에서 6골 7도움을 올렸으나 2018/19 시즌엔 3골 6도움에 그치면서 극심한 2년차 슬럼프에 시달렸다. 출전 시간은 700분 이상 늘어났으나(2017/18 시즌 2174분, 2018/19 시즌 2898분) 정작 공격포인트(골+도움)는 줄어든 찰하노글루였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그나마 준수한 킥력을 바탕으로 공격포인트는 그럭저럭 뽑아주었으나 경기력은 그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복도 심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19/20 시즌 전반기, 그는 밀란 이적 이후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밀란 팬들에게 있어 속칭 미운 오리 새끼로 자리매김했다. 팬들은 찰하노글루가 아닌 2019년 1월, 플라멩구에서 영입한 '제2의 카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브라질 신예 미드필더 루카스 파케타를 중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전임 감독 마르코 잠파올로는 물론 그의 후임인 스테파노 피올리마저 파케타를 외면한 채 찰하노글루를 중용했다. 밀란이 6라운드만 하더라도 하위권인 16위까지 추락했었고, 2019년을 12위로 마무리하자 자연스럽게 비난의 화살은 선수들로만 국한지어놓고 보면 찰하노글루에게 집중됐다. 2019/20 시즌 시작부터 2019년의 마지막 경기인 18라운드까지 찰하노글루는 경고 누적(시즌 5번째 옐로 카드 수집)에 따른 징계로 결장한 13라운드 한 경기를 제외한 1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으나 그의 공격포인트는 2골 1도움이 전부였다.

1월에도 그의 부진은 이어졌으나 1월 마지막 경기였던 토리노와의 코파 이탈리아 8강전에서 교체 출전해 2골을 넣으며 4-2 승리를 견인한 그는 2월 2일에 열린 엘라스 베로나와의 22라운드에서도 골을 넣으면서 서서히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한창 컨디션이 올라오던 와중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26라운드 제노아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즌이 중단된 3달 동안 그는 성실히 훈련을 하면서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동료들과의 호흡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시즌이 재개되자 그는 180도 바뀌었다. 재개 후 첫 경기였던 레체와의 27라운드에서 2도움을 올리면서 4-1 대승을 견인한 그는 이어진 로마와의 28라운드에선 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이어서 30라운드 라치오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며 3-0 대승을 이끌었다. 비록 이 경기에서 경미한 부상을 당해 38분 만에 교체됐으나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0-2로 지고 있었던 경기를 4-2로 역전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찰하노글루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33라운드 파르마전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파르마와의 경기에서 1골 2도움으로 팀의 3골에 모두 관여하는 괴력을 과시하면서 3-1 승리를 견인한 그는 이어진 볼로냐와의 34라운드에서 다시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5-1 대승을 이끌어냈다. 이어서 사수올로와의 35라운드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면서 2-1 승리에 기여한 데다가 아탈란타와의 36라운드에서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1-1 무승부 경기를 만들어냈다.

삼프도리아와의 37라운드에서도 찰하노글루는 빛을 발했다. 즐라탄의 이른 시간 선제골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그는 후반 6분경, 즐라탄이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날라차기를 연상시키는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이어서 곧바로 6분 뒤(후반 12분), 역습 찬스에서 홀로 볼을 몰고 가면서 수비수의 시선을 뺏은 후 패스로 즐라탄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와 함께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4-1 대승에 크게 기여한 찰하노글루였다.

찰하노글루는 삼프도리아전에서도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밀란 미드필더 포지션 선수로는 과거 AC 밀란의 위대한 에이스였던 발롱도르 수상자 카카가 2008년 5월 당시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무려 12년 만의 대기록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코로나로 시즌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세리에A 11경기에서 6골 8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시즌 재개 기준으로 놓고 보면 세리에A 전체 선수들 중 최다 도움이자 유벤투스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골 2도움, 공격포인트 12개)를 넘어 최다 공격포인트에 해당한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이렇듯 그는 시즌 재개 이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공격포인트를 적립하면서 어느덧 이번 시즌 세리에A 9골 9도움으로 도움 공동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제 칼리아리와의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을 추가한다면 두 자릿수 골과 도움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 1도움만 올리더라도 프로 데뷔 이래로 처음으로 1부 리그(분데스리가와 세리에A)에서 두 자릿수 도움을 올리게 되는 찰하노글루이다.


그가 후반기에 살아난 데에는 즐라탄의 공이 큰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전적으로 즐라탄에게 의존하고 있다고만 볼 수도 없다. 그는 즐라탄이 부상으로 결장한 3경기(엘라스 베로나전 1골, 레체전 2도움, 라치오전 1골)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서 공백을 최소화시켜주었다. 그의 활약 덕에 밀란은 즐라탄이 빠진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둘 수 있었다.

찰하노글루가 살아나자 밀란의 성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밀란은 코로나로 시즌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8승 3무 무패 승점 27점으로 아탈란타(9승 3무 승점 30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1경기를 덜 치른 걸 감안하면 사실상 공동 1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팀득점에선 밀란이 32골로 1경기를 더 소화한 아탈란타(28골)보다 4골을 더 넣고 있다. 당연히 골득실에서도 +20으로 아탈란타(+16)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물론 찰하노글루가 다음 시즌에도 이번 시즌 후반부의 활약상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 동안 찰하노글루는 전반기에 부진하다가 후반기에 만회하는 모습을 반복해온 게 분명한 사실이다(2017/18 시즌 전반기 2골 2도움 & 후반기 4골 7도움, 2018/19 시즌 전반기 3도움 & 후반기 3골 3도움, 2019/20 시즌 전반기 2골 1도움 & 후반기 7골 8도움). 그럼에도 이전까지와 이번 시즌은 다소 결이 다르다. 지난 시즌까지는 경기력에 있어선 크게 개선되는 점이 없었으나 이번 시즌엔 경기력까지 살아나는 모양새다. 그가 지금같은 활약상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오랜 기간 침체기에 시달리고 있는 밀란 역시 다시금 예전의 위용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재개 이후 세리에A 공격포인트 TOP 5

1위 하칸 찰하노글루(밀란): 14개(6골 8도움)
2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12개(10골 2도움)
3위 프란체스코 카푸토(사수올로): 11개(8골 3도움)
4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밀란): 10개(6골 4도움)
4위 도메니코 베라르디(사수올로): 10개(5골 5도움)
4위 알렉시스 산체스(인테르): 10개(3골 7도움)
4위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10개(8골 2도움)


# 재개 이후 세리에A 도움 TOP 5

1위 하칸 찰하노글루(밀란): 8도움
2위 알렉시스 산체스(인테르): 7도움
3위 알레한드로 고메스(아탈란타): 6도움
4위 도메니코 베라르디(사수올로): 5도움
5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밀란): 4도움
5위 자코모 보나벤투라(밀란): 4도움
5위 로드리고 데 파울(우디네세): 4도움
5위 미랄렘 피야니치(유벤투스): 4도움
5위 파비안 루이스(나폴리): 4도움


# 2019/20 세리에A 도움 TOP 5

1위 알레한드로 고메스(아탈란타): 16도움
2위 루이스 알베르토(라치오): 15도움
3위 도메니코 베라르디(사수올로): 10도움
4위 하칸 찰하노글루(밀란): 9도움
4위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9도움
4위 로렌초 펠레그리니(로마): 9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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