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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야해 그냥 둬야해..돌 사이 물처럼 흘러다니는 이청용

임성일 기자 입력 2020.08.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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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완급 조절로 울산 전력의 핵심으로
2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20 하나은행 FA컵 8강 울산현대와 강원FC의 경기에서 울산 이청용이 쐐기골을 넣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2020.7.2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울산현대가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32)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컴백을 성사시킨 것은 올해의 일이지만 울산은 이미 2년 전부터 영국에 있는 이청용에게 공을 들였다. 오랫동안 마음을 움직여 이청용을 품었는데, 왜 구단이 삼고초려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플레이가 필드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14경기에서 18골을 뽑아내는 등 '역대급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득점선두 주니오를 비롯해 김태환, 윤빛가람, 고명진, 원두재, 김인성, 정승현, 조현우 등 잘해주고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덕분에 현재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울산이고 전력 면에서는 전북현대보다 낫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그 수많은 보석들을 이어주는 실 같은 존재가 이청용이다.

주니오처럼 확실한 결정력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김인성이나 김태환처럼 매운 스피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윤빛가람이나 신진호처럼 호쾌한 중장거리 패스를 자주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임팩트는 떨어지는 플레이인데 물 흐르듯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상대를 여간 괴롭히는 게 아니다. 이는 곧 힘과 높이, 스피드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음에도 왠지 2% 부족해 보였던 울산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절묘한 윤활유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진 울산과 부산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가 이청용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당시 경기에서 울산은 2-1로 승리, 전북과의 격차를 3점으로 유지한 채 리그 선두를 지켰다.

울산은 시작부터 거칠게 몰아붙이던 부산의 적극적인 도전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전반 30분이 지날 때까지 부산만 5개의 슈팅을 시도하고 울산은 막기에 급급했을 정도의 흐름이다. 결과적으로 전반 막판 윤빛가람의 선제골 그리고 1-1 상황에서 터진 후반 37분 주니오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부산의 저항에 꽤 고전했다.

부산 입장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경기다. 부산은 지난달 29일 FA컵 8강전을 포함해 최근 3경기에서 내리 패하고 있었다. 부진을 끊어야했다. 동시에 울산전은 팬들이 입장하는 첫 홈경기였다. 5년 만에 팀이 승격하는 것을 보고도 코로나19 때문에 현장에서 함께 할 수 없었던 팬들은 8월에야 '1부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할 수 있었다.

때문에 조덕제 감독과 부산 선수들 모두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더 강한 정신력으로 나섰다. 실제로 경기 중에는 거친 몸싸움이 빈번했다. 만약 울산이 시종일관 '강 대 강'으로 부딪혔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울산에는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열쇠 이청용이 있었다. 부산이 윽박지르면 돌아가는 영리함이 있었고 그러다 빈틈이 보이면 찔렀다.

1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울산현대와 강원FC의 경기에서 울산 이청용이 측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0.7.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이날 후반 중반 이청용이 공을 잡았을 때 아주 흥미롭고도 흔치 않은 장면이 나왔다. 이청용이 멈칫멈칫 패스와 드리블 사이에서 고민할 때 마치 경기가 중단된 듯 멈춰있던 시간이 있었다. 심판의 휘슬은 없었다. 그저 부산 선수들의 접근이 없었을 뿐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 수비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탓보단 의도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던 상황에 가깝다. 앞선 장면들에서 부산 선수들이 여러 차례 당한 까닭이다. 공을 빼앗으려 섣불리 전진했다 순식간에 압박에서 벗어나는 이청용의 절묘한 드리블과 패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도전을 망설이게 했다는 해석이 더 근접하다.

물론 그렇다고 계속 거리를 둘 수도 없다. 마크가 느슨해져 공간이 생기면 더 편하게 다음 단계를 이어가버리니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이청용 혼자서 부산의 조직적인 압박을 벗겨낸 장면만 해도 수차례였다. 울산 동료들이 보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잡을 기회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가로 막으면 빠져나가고 그냥 두면 더 쉽게 흐르는, 마치 돌 사이를 놀 듯 흐르는 물처럼 플레이하고 있는 이청용이다. 우승이라는 한을 풀기 위한 화룡점정으로 이청용을 택한 울산의 선택은 옳아 보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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