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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 강릉고, 최재호 감독에게 '야구 불모지'는 없다 [엠스플 아마야구]

이근승 기자 입력 2020. 08. 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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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강원도 고교야구팀 최초 ‘전국 제패’
-“모두가 ‘야구 불모지 강원도에선 힘들다’고 했다”
-“최재호 감독님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
-“고교야구 25년, 지금도 야구가 어렵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강릉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제54회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대회 우승 주역 김진욱(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목동]
 
8월 22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3회 말 마운드에 오른 ‘특급 좌완’ 김진욱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7-2. 강릉고가 신일고를 이기고 전국대회 우승을 확정했다.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쳐나가 김진욱을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텅 빈 강릉고 더그아웃에 딱 한 사람이 남았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이었다. 최 감독의 표정은 엄숙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활짝 웃는 선수들과 달랐다. 최 감독은 마운드에 모인 제자들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강릉고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야구인이 ‘야구 불모지 강원도에선 힘들다’고 했어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전국대회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지만 준우승만 세 번 했어요. 준우승 징크스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어요. 세 차례 준우승을 교훈 삼아 전국대회 정상에 섰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는 우리 선수들이 아주 자랑스러워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최 감독의 얘기다. 
 
개인 통산 8번째 우승 최재호 감독, 야구 불모지에서 새 역사를 썼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사진 맨 왼쪽), 첫 전국대회 우승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야구계는 강릉고 최재호 감독을 아마야구 최고 지도자로 꼽는다. 
 
최 감독은 덕수고의 6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2001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통산 17회 우승을 자랑하는 덕수고 황금기를 최 감독이 만들었다. 
 
2009년 최 감독은 덕수고를 떠나 신일고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청룡기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용규, 최진행, 민병헌(이상 덕수고), 하주석, 양석환(이상 신일고) 등 KBO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 배출도 빼먹지 않았다. 
 
야구계가 2016년 강릉고로 향한 최 감독의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 한 건 이 때문이다. 1975년 야구부를 창단한 강릉고는 이제야 첫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진 야구계 눈을 사로잡는 일이 적었다. 최 감독 부임 전 최고 성적은 2007년 청룡기 대회 준우승이었다. 
 
최 감독은 강릉고를 확 바꿨다. 단, 서두르지 않았다. 프로 구단의 눈을 사로잡는 뛰어난 선수 대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유망주를 찾았다. 대표적인 게 강릉고의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김진욱이다. 김진욱은 애초 강릉고가 아닌 유신고 진학을 노렸다. 최 감독의 오랜 설득이 김진욱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강릉고는 2017년 황금사자기, 청룡기 본선에 올랐다. 강릉고가 두 대회 연속 본선에 오른 건 이때가 처음이다. 2018년엔 두 대회 16강에 진출했다. 지난해 청룡기, 봉황대기에선 결승 무대를 밟았다. 올해 6월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고고야구 강호를 차례로 따돌리며 다시 한 번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MVP(최우수선수상), 우수투수상을 받은 김진욱은 감독님을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감독님에게 배웠다. 강릉고에서 운동하며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성장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매일 느꼈다. 지난해 청룡기 대회를 시작으로 준우승만 세 번 했다. 모두가 좌절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그때마다 ‘우린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랬다. 우린 발전을 거듭했고 큰 무대 경험이 첫 우승을 도왔다. 네 번째 결승전에선 떨리지 않았다. 경기 내내 야구가 재밌었다.
 
최재호 감독의 강릉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강릉고 야구부의 새 역사를 쓴 날, 최재호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이제 걸음마를 뗐다면서 강릉고는 여전히 도전자라고 강조했다. 
 
1995년 배제고에서 고교야구 도전을 시작했다. 25년째 고교야구에 몸담고 있다. 그런데 야구가 어렵다.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공부하면서 더 성장해야 한다. 첫 우승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김진욱 못지않은 투수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싶다. 포수, 야수 쪽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 강릉고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최 감독의 말이다. 
 
최 감독은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최 감독의 눈은 관중석을 향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강릉고의 성장은 우리만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다. 이날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응원을 아끼지 않은 분이 많다. 그분들과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4, 5천 명은 모였을 거다. 늘 감사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린 계속 나아가야 한다. 
 
지난해 7월 16일 제74회 청룡기 대회 결승전. 목동야구장엔 강릉에서 온 버스 10대가 주차 돼 있었다. 강릉고의 첫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고자 총동문회, 지역주민 등이 나선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강릉고 동문도 합세했다. 그날 목동구장은 강릉고의 홈구장처럼 느껴졌다. 
 
당시 강릉고는 정상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강릉고의 영원한 팬들은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이 감사한 분들을 언급한 이유다. 
 
최 감독은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다음번엔 꼭 현장에서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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