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산] T1 - 롤드컵 진출을 놓친 스프링 우승팀

박상진 2020. 9.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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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2014년, 2018년에 이어 올해 창단 후 세 번째로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스프링 스플릿 우승 당시만 해도 T1은 롤드컵 진출에 가장 근접한 팀이었다. 실제로 스프링 스플릿과 포스트 시즌에 보여준 모습은 T1의 이름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T1은 불안한 상황이었다. 최병훈-김정균 시대의 막이 내렸고, 확실한 주전이 보이지 않는 탑과 작년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기 힘든 정글로 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T1이 '마린' 장경환 이후 그렇게 바라던 탑 라이너인 '칸나' 김창동이 신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활약을 보였고, '커즈' 문우찬의 정글 역시 작년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페이커' 이상혁 역시 포스트 시즌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였고, 바텀 듀오 역시 작년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 결과 T1은 스프링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 T1이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스프링은 우승했지만 서머 우승은 쉽지 않았다. 와일드 카드전에서 아프리카에 패배한 후 선발전 최종전까지 올라갔지만 젠지에게 패하며 T1의 2020년 경기는 막을 내렸다.

T1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T1은 강력한 아카데미 시스템을 바탕으로 향후 2~3년 내로 예전보다 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팜 시스템을 구축해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서머 후반의 T1은 방향성이 없었다. 정확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 했다.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내년의 준비도 해야 했다. 차라리 스프링처럼 가능성이 보였다면 올해 성적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T1의 서머 후반기 선수 기용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특히 미드에서 보였다. 여론과 상관없이 이상혁을 믿었으면 그가 회복할 시간을 주고 그사이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클로저' 이주현을 썼어야 했고, 아니면 끝까지 이주현을 믿었어야 했다. 최소한 DRX전 이전까지는 나머지 일정은 이주현이 미드에서 경기를 할 것으로 보였다.

DRX전 1세트 승리 후 T1은 느닷없이 이상혁을 출전시켰다. 그것도 의아한 밴픽과 함께. 2세트 패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거기에 T1은 선수 기용의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상혁을 믿고 출전시켰다면 순위와는 상관없이 3세트도 이상혁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다시 이주현으로 교체했고, 경기는 승리했지만 미래를 잃었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와일드카드전에서 아프리카에 패했다. 마지막 기회였던 선발전에서는 이상혁과 '구마유시' 이민형-'엘림' 최엘림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젠지를 격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민형은 선발전이 데뷔전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교체 기용도 생각해 봐야 했지만, T1의 2020년은 그렇게 끝났다.

이상한 것은 선수 기용뿐만이 아니었다. 서머 중반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이상혁이 출전하지 않는 이유가 전해졌다. 바로 "콜이 갈렸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에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의아함이 생겼다. 콜이 갈리고 연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경기에서 지는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팀의 문제점이 여과 없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솔직함'을 방패로 세우고 내부에서만 공유되어야 할 이야기들이 노출됐다. 대체 무엇을 노리고 이런 이야기를 밖으로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 자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러한 혼란은 선수 기용과 내부 사정 공개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롤드컵 진출이 좌절된 T1의 이슈는 끝나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김정수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누군가에 의해 이것조차 밖으로 흘러나갔다. 게임단 내부에서 최소 계약 기간 동안 나오지 않아야 할 이야기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자에 의해 누출된 것.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최소한 그 사람에게 말을 한 건 게임단 내부 관계자다. 결국 T1과 김정수 감독은 마무리까지 깔끔하지 못한 채 서로 결별했다.

앞서 말한 대로 T1은 다시 한 번 풍부한 팜 시스템을 바탕으로 강력한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층이 있어도 자중지란에 빠지면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다. 최소한 서머만 보자면, T1에게 부족한 것은 선수단이 아니라 이를 지원해줄 사람들의 내부 문제였다. 선수 기용의 권한은 감독에게 있지만 서머 후반으로 갈 수록 의아한 모습만 보였다. 인터뷰에서는 왜 하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막판에는 공개되지 않은 감독 사임 이야기까지 흘러나갔다. 그리고 대응 과정에서도 이해하지 못할 일만 벌어졌다. T1의 변화가 지금까지는 선수단에게 이뤄졌다면, 이제는 다른 부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선수와 팬에게만 요구하던 '성숙함' 말이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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