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 골퍼] 브라이슨 디샘보- 새로운 골프의 시작?

조회수 2020. 9. 28.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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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샘보 선수의 U.S.Open 우승은 골프라는 스포츠에 있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느낌입니다. ‘필드 위의 과학자’ 라는 표현, 혹은 그의 별명은 어찌 보면 골퍼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기행’에 가까운 그의 행동을 표현하는 별명 정도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그가 골프를 플레이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 골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 소개: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며,  누군가가 저로 인해 한 타를 줄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는 골프 칼럼니스트 김태훈입니다.

<브라이슨 디샘보의 성과>

브라이슨 디샘보 선수는 1993년 9월 생으로 우리 나이로 27세의 젊은 골퍼입니다. 이번 U.S.Open을 포함하여 PGA 투어에서만 7승을 거두었고, 유러피언 투어와 콘 페리 (Korn Ferry) 투어를 합하면, 10승이라는 두 자리 수의 우승을 기록한 선수입니다. 이 선수의 기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잭 니클라우스 그리고 타이거 우즈 이후 세번째로 NCAA 챔피언십/ U.S. 아마추어 그리고 U.S.Open을 석권한 선수라는 것입니다. 두 명의 전설의 기록과 함께 회자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브라이슨 디샘보 선수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브라이슨 디샘보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 NBC 방송의 한 해설자는 기존의 다른 메이저 대회의 챔피언과는 ‘가장 다른(Most Different)’ 챔피언이라는 문장으로 브라이슨 디샘보의 독창성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U.S.Open 트로피와 함께 한 디샘보 선수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브라이슨 디샘보의 다양한 시도>

브라이슨 디샘보의 별명은 바로 ‘The Scientist’입니다. 본인이 믿고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골프를 치는 것인데, 샷 이전에 공기의 밀도와 바람을 면밀하게 분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의 골프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그의 클럽 구성입니다. 일반적으로 숏 아이언에서 롱 아이언으로 갈수록 로프트는 감소되면서 샤프트의 길이가 길어지는데 비해, 디샘보 선수는 아이언과 웨지를 모두 37.5인치로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클럽들의 라이와 바운스는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당연히 클럽별 거리 차이의 확보를 위해서 로프트는 모두 다르게 셋업되어 있습니다. 아이언 클럽의 길이가 바뀌게 되면 당연히 골퍼와 골프볼 간의 거리 등이 계속 변동되며, 우리가 스윙 플레인으로 알고 있는 스윙의 궤도 역시 변경되게 됩니다. 브라이슨 디샘보 선수는 이러한 변화가 일관된 스윙 그리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방해가 된다고 믿고, 같은 길이의 아이언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2016년 마스터스 대회의 디샘보 선수의 모습. 지금과는 달리 평범한(?) 골퍼의 모습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사실 최근에 디샘보 선수가 유명해 진 이유, 더욱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바로 그가 클럽 스피드의 증가, 그리고 이를 통한 비거리 증가를 위해 몸집은 크게 불렸다는 것입니다. 무려 40 파운드 이상을 늘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경기 중계를 봐도 과거에 비핸 훨씬 더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20년 PGA 투어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브라이슨 디샘보의 또 다른 도전 – 48인치 드라이버>

브라이슨 디샘보는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 증가를 위해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험이라기 보다는 실제 라운드에 적용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바로 48인치 드라이버의 사용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되거나, 선수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는 44.5인치~46인치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USGA의 장비 규칙상에서는 클럽의 길이가 48인치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퍼트는 제외입니다.)

클럽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면, 당연히 클럽 스피드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드라이빙 비거리가 늘어날 확률은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골퍼와 골프볼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게 되므로 클럽의 컨트롤 특히 정타를 맞출 확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하게 느껴지는 디샘보의 클럽 스피드 증가 그리고 비거리 증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48인치 드라이버 사용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USGA의 장비 규칙에는 클럽의 최대 길이를 48인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출처: USGA Equipment Rules>

<브라이슨 디샘보의 선전 – 장비 규제를 가속할 것인가?>

지난 몇 번의 컬럼을 통해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USGA와 R&A는 지나친 비거리의 증가가 골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골프가 가진 챌린지가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골프라는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규제를 논의하고 있는 장비가 바로 골프볼입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프로 선수가 쓰는 골프볼과 아마추어가 쓰는 골프볼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수들이 Par-4 홀에서 직접 그린을 공략한다거나, Par-5홀에서 두 번의 샷만으로 그린에 올려 이글 퍼팅을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2월 USGA와 R&A는 지나친 비거리 증가가 골프에 이롭지 않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후속 연구 및 결과의 공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내년 3월로 미뤄진 상태입니다. 내년 3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갑니다. 출처: USGA>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규칙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장타자에게 경기가 유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디샘보의 경우, 단순히 비거리의 증가만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그의 다른 모든 샷 관련 통계가 모두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슨 디샘보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그의 실험적인 시도와 조금은 기이한 행동이 골프의 흥행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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