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IA 타이거즈 김민식

조회수 2020. 9.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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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생 진짜 포수

야구를 하는 엘리트 선수들이 가장 기피하는 포지션, 포수.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3kg이 넘는 장비를 이닝마다 입고 벗고, 150km/h로 날아오는 공을 받아내느라 붓고 멍든 자국이 온몸을 뒤덮어도 이것이 안방마님의 몫이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어디까지 기대해야 할까. 그리고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참으로 고생을 사서 하는 외로운 자리인데도 앉을 수 있는 한 계속 앉아있고 싶다는 김민식. 어쩌면 그의 수식어는 ‘우승 포수’보다 ‘진짜 포수’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사진 KIA 타이거즈 에디터 소경화


인터뷰 때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리는데 적어도 오늘만큼은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제가 잘 못 하니까 남한테 돌리는 건데. (웃음) 노력해보겠습니다.

원래 외국인 투수랑 합이 좋잖아요. 이번 시즌 KIA 타이거즈의 두 외인 투수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안방마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은 투수들이죠. 야수들이 좀 더 힘을 내준다면 지금 하는 것보다 좋은 성적이 날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고요. 아무래도 저희가 점수를 못 뽑아줘서 많이 힘들 거예요. 타이트한 시합이 잦다 보니 피로도도 더할 거고요.

어제 원광대 후배인 양승철 투수랑 합을 맞췄잖아요. 선배로서 챙겨준 게 있나요?

그런 건 없고요. 모든 투수나 다 똑같은 거고, 다만 시합 전에 길게 보지 말고 한 이닝씩 끊어서 집중해서 던지자고 얘기했어요.

지난 시즌 부진으로 연봉이 대폭 삭감되고 긴 2군 생활을 지냈어요. 우승 포수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했지만, 나중에는 받아들였어요. 기회가 왔을 때 잘해야 다시 1군에서 시합을 뛸 수 있으니까 오직 여기 올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죠.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2군 생활을 버텼나요?

기회가 언제 올 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냥 왔을 때 최대한 내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일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 준비를 잘해놔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야구를 했던 것 같아요. (‘내 것’이 정확히 뭔가요?) 제가 나가서 홈런 20개를 치는 타자는 아니잖아요. 잘할 수 있는 수비적인 부분이나 작전 수행, 팀 배팅 같은 거죠.


드디어 7월 12일에 1군에 등록했어요. 언제 콜업 소식을 들었나요?

전날 들었어요. 전날부터 긴장을 좀 했죠.

오랜만에 챔피언스 필드 라커룸으로 출근할 때의 기분은?

낯설었어요. 여기서 야구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계속 함평에서 야구하다가 1군에서 하려고 하니까 처음에는 라커룸이 되게 낯설었어요. (자리는 그대로 잘 있던가요?) 아뇨. 이름 바뀌어 있던데요? 누구로 바뀌어 있었지? 제 이름이 없더라고요. 있을 수가 없죠. 오래 비웠는데. 그래도 금방 다시 바꿔줬어요.

다음날 시즌 첫 선발 출장 기회를 받음과 동시에 5타점 경기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어요. 그렇게 잘할 줄 알았나요?

몰랐죠. 선발 출장 소식을 듣고 난 후 ‘너무 잘하려고 내 실력이 아닌 걸 보여주려 하지 말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첫 타석부터 안타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주자가 다 들어올 타구는 아니었는데 운이 따랐고 덕분에 잘 풀렸어요.

작년에는 캠프지 이동이 있었고, 올해는 2군 생활이 길었어요. 가족의 마음고생도 심했겠어요.

앞에선 내색을 안 하는데 가족들도 아무래도 저만큼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주변에서 저한테 야구로 스트레스 주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야구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제 앞에서 티를 안 냈던 것 같아요.

올해 유독 더 살이 빠져 보여요.

원래 마른 체형이라 매년 겨울 살을 찌우려고 열심히 먹었는데, 17년도 이후부터는 먹는 대로 찌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이 80kg 정도 나가는데 그때는 86kg까지 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움직이는 게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씩 늦어서 이번 겨울에는 살을 빼려고 일부러 두 끼만 먹었어요. 세 끼 다 먹으니 살이 찌더라고요. (일부러 다이어트하는 줄은 몰랐어요.) 요즘은 시합 전에 밥을 안 먹으니까 살이 빠지거든요? 근데 비시즌 때는 세 끼 다 챙겨 먹으면 쪄요. 그래도 제 장점이 다른 포수들보다 날씬한 대신 순발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콜업 이후 계속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득점권에서 4할에 가까운 타율이라 ‘클러치 포수’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득점권에 강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운이 좋아서 그런 거죠. 표본이 적으니까요. 풀타임 1년 통산으로 해서 나온 기록도 아니잖아요. 그때그때 상황마다 운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현재까지 속구 노림수가 잘 먹히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안 그래도 제가 잘 칠 수 있는 걸 놓치지 말고 치자고 늘 생각해요. 어차피 잘 들어오는 변화구는 헛스윙해도 상대를 인정해주면 되는 거기 때문에 제가 잘 칠 수 있는 부분을 인 플레이 타구로 최대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덕분에 맷 윌리엄스 감독의 신임을 받아 자주 중심타선에 기용되고, 4번으로도 종종 나오고 있어요. 4번 타순은 어떤가요?

4번을 친다고 해서 제가 진짜 4번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부담은 없는데 주변에서 하도 뭐라고 하더라고요. (이)명기 형이 “난 너 대타인 줄 알았는데 스타팅이었더라?”라고 전화할 정도로요. 저보단 주변에서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놀리려고. (4번 타율이….) 없죠? (웃음) 4번을 두 번인가 들어갔는데 그때마다 안타를 못 쳐서 기억해요.

5번을 제일 잘 치는 것 같아요. 오죽하면 별명도 있어요. ‘공오식’이라고 공포의 오번타자 김민식!

(부끄) 부담스러운데.

포수가 그만큼 공격까지 된다는 뜻이잖아요. 심지어 대타 성공률도 좋아요.

그건 감독님께서 제가 잘 칠 수 있는 투수일 때만 대타 기용을 해주셔서 그런 거예요. (자신 있는 투수 유형이 따로 있나요?) 보통 사이드 투수나 오른손 투수 때 대타를 나가는데, 무조건 그런 건 아니고 여러 가지 데이터나 상황을 생각하고 내보내시는 것 같아요.

원래 잘하는 도루 저지에서도 자신감이 더 붙은 모습이에요. 다만 올 시즌 경기 스케줄이 타이트하다 보니 타자들의 도루 시도가 적어져 조금 아쉽겠어요.

아뇨. 전혀 아쉬운 건 없고요. 어차피 기록이란 게 많을수록 더 좋아지긴 힘들거든요. 떨어지면 떨어졌지. 근데 또 제일 좋은 게요. 많이 죽이는 것보다 시도를 못 하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거로 생각해서 아쉽다는 마음은 없어요.

아직 도루 기록은 없지만, 빠른 발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점수들도 있어요. 본인도 인정하나요?

아이, 인정 못 합니다. 제가 빨라서 들어온 게 아니라 저 말고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상황들이었어요. 표정만 빨라 보이는 거지 막상 같이 뛰어보면 별로 안 빨라요. 옛날에는 제일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웬만한 포수 애들보다 느릴걸요?


3 포수 체제 이후 많은 출장 기회를 받고 있는데 코치진의 뜻인가요, 투수들의 뜻인가요?

감독님이 내주시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부끄) 좋게 봐주셔서 나가는 게 아닌지. (원래 전담 포수도 있잖아요.) 감독님께서 투수 유형이나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해 돌아가면서 내보내시는 것 같아요.

요즘 잘하고 있어서인지 더그아웃에서 늘 웃는 얼굴이에요.

제가 원래 친한 애들이랑 있으면 말이 많거든요? 웃기도 잘 웃고요. 이게 잘 된다고 해서 웃고, 안 된다고 해서 인상 쓰고 있고 그런 건 아니고 요즘 맨날 시합 안 나가면 (백)용환이랑 진갑용 코치님이랑 붙어 있으니까 웃게 되는 것 같아요. (더그아웃 보고 있잖아요? 제일 많이 웃어요.) 그래요? 으음, 적당히 하겠습니다. (웃음)

9월 3일 롯데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이 나왔어요. 거의 2년 만의 홈런인데 관중이 없어 아쉬웠겠어요.

홈런을 쳤는데 관중이 없어서 아쉽기보다는 코로나19 때문에 같이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쉽죠. 함성도 없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안 계시니까 시즌 전 연습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뭐 홈런을 몇 개나 친다고 그런 게 아쉽겠어요.

이후 더그아웃의 침묵 세리머니가 화제였어요. 엄청나게 당황했던데요?

해줄 때가 된 것 같은데 안 해주더라고요. 그래도 30대인데, 어린 애도 아니고.

넥 슬라이스 후 브이 세리머니는 무슨 뜻인가요?

진갑용 코치님이랑 포수들이 맞춘 거예요. 원래 안타를 치고 나면 하기로 했는데 용환이도 안 하고, (한)승택이도 안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안 하면 코치님이 “야 왜 안 하냐!”라고 뭐라 해요. 아 근데! 용환이 홈런 치면 카메라 앞에서 그거 100번 하기로 했는데? 코치님이 시켰거든요. (다음에 홈런 치면 카메라로 찍고 있을 테니까 앞으로 데리고 와요.) 알겠습니다. 용환이 홈런 치면 그쪽으로 딱 데리고 갈게요!

진갑용 코치의 배도 두드리던데 당시 무슨 생각이었나요?

홈런 쳐서 좋은데 아무도 호응을 안 해주니까요. (코치님은 가만히 계세요?) 네!


중계 화면에 전력 분석 페이퍼를 보는 모습이 종종 잡히는데 어떤 데이터를 주의 깊게 체크하나요?

타자들 컨디션이나 코스별로 어떤 쪽이 강하고 약한지 봐요. 물론 그대로 적용할 순 없겠지만, 분석팀에서 자료를 잘 챙겨주셔서 참고하고 있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리그가 불안정하잖아요. 당장 내일 중단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요?

선수단은 팬분들이 들어오시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계속 위태위태하다 보니까 착잡하죠. 다른 건 없고 ‘하루빨리 회복돼서 팬분들과 같이 야구하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한 번씩 해요.

외국인 감독 부임 이후 확실히 팀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에요. 특히 얼마 전 진행한 에너자이징 데이가 인상적이었어요.

솔직히 그때 한창 연패 중일 때 한 거거든요. 한국 감독님이면 생각하기 힘든 부분일 텐데 원정 이동하는 날 그런 이벤트를 기획하신 거 보면 팀 분위기는 최고인 것 같아요.

에너자이징 데이 때 라커룸에서 모두가 신난 와중에 한승택과 심각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는데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그날 경기의 볼 배합에 대해 승택이 생각이랑 제 생각을 맞춰보고 있었어요. 게임에 대한 복기였죠. 매일 하진 않고 용환이랑 승택이랑 셋이 있으면 한 번씩 얘기해요. 시합 중에도 물어보고요. 특히 그날따라 승택이가 이런 부분이 이런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봐서 나는 거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고 답했죠.

라커룸 옆자리인가요?

옆, 옆, 옆이요. 제 옆은 왼쪽이 (김)선빈이, 오른쪽이 애런 브룩스예요. (브룩스랑 대화는 자주 하나요?) 통역이 있어야 해요. 저는 그냥 “나 볼 때마다 인사해라. 내가 너보다 형이다”라고 얘기하죠. (브룩스가 그렇게 동생들한테 왜 존댓말 안 하냐고 하던데 민식 선수가 알려준 거군요.) 제가 용병들한테 그래요.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라고요. 안녕은 네 친구들한테 하는 게 안녕이라고. (브룩스를 유교보이로 만든 주범이네요.) 그런가 봐요. (웃음)


최근 팀에 트레이드가 여러 차례 있었잖아요. 본인도 트레이드로 KIA에 왔는데, 선수단 분위기를 걱정하는 팬이 많아요.

근데 그건 팀에서 알아서 하는 거기 때문에 선수들은 별다를 게 없어요. 트레이드된 선수들은 각자 팀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어울리는 데 집중할 뿐이죠. 그리고 이제 우리 팀 선수로서 같이 운동하는데 그런 분위기면 좀 그렇잖아요. 트레이드 관련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장)현식이랑 (김)태진이가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서로 돕고 있어요. (트레이드 관련 썰이 돌면 당사자 귀에도 들어온다면서요?) 그게 선수들 귀에 들어오나요? 저는 KIA 올 때 아예 몰랐는데? 레벨 있는 애들만 가르쳐주나 봐요. 저는 아예 몰랐거든요. (웃음)

친구 홍상삼도 올 시즌 새롭게 합류했는데 서로 합은 어떤가요?

상삼이 나오면 무서워요. 사인 미스도 나고 그래서 상삼이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저뿐만 아니라 타자들도 긴장할 거예요. 자기한테 던질까 봐요. 상삼이가 장난으로 그런 얘기를 한 번씩 해요. 양의지가 왜 양의지인 줄 아느냐고요. 자기가 만들어냈대요. “내가 너를 제2의 양의지로 만들어 줄게” 이러더라고요.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황당) 저게 도움이 되냐고요? 시합 때 던지는 게? 상삼이가 올라가면 블로킹은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뭘 내도 블로킹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며칠 전에 급소를 맞았잖아요. 아무리 포수여도 공 오는 게 무서울 것 같아요.

무섭죠. 저 말고 올해 승택이도 맞았고 용환이도 맞았거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 직업이잖아요. 특수 포지션인 만큼 부상에 자주 노출되고 위험한 것도 있는데 덕분에 재미도 있고 희열도 있어요.

포수 포지션의 자부심이 엿보여요. 혹시 평소에 몇 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지 알고 있나요?

한 번도 세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어떻게 셀 수도 없고요. 생각할 게 많아서 정신이 없어요. (제가 나중에 한번 체크해볼게요.) 네! 그리고 꼭 말해주세요. 몇 번 앉았다 일어났는지.

계속 앉았다 일어나면 허벅지랑 무릎이 엄청나게 쑤실 것 같아요.

남들보다 가볍잖아요. 덜 쑤시죠. 그게 장점이에요. (가벼우면 덜한가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서 용환이가 맨날 여기 아프잖아요. (농담)


평소 32번 목걸이 외에는 아무 액세서리도 하지 않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건 제가 32번일 때 만든 목걸이에요. 당시엔 24번으로 바꾼다는 생각을 못 했죠. 있는 걸 집에 썩혀놓으면 아까우니까 차고 있는 거예요. (보통 건강 목걸이를 하잖아요.) 이건 그냥 금목걸이! 건강 목걸이도 하는데 천으로 된 건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땀 냄새가 나고 쇠나 음이온, 게르마늄 목걸이는. (절레) 제가 게르마늄 목걸이를 차고 2군에서 시합하다가 블로킹을 했는데 공이 목걸이에 딱 맞은 거예요. 그 자리 그대로 멍이 들고 숨이 턱 막히면서 도저히 너무 아파서 못하겠더라고요. 바로 뺐죠. 근데 사실 32번 목걸이를 한 후에도 맞아서 지금 멍든 상태예요. 아파요. (그것도 빼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금이니까 차고 있을래요.

‘내가 포수긴 포수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일상생활에서요? 별로 그럴 때는 없는데? (이런 선수는 있어요. 쓰레기통에 잘 던져서 넣었을 때 ‘내가 투수긴 투수구나’라고 느낀다고요.) 에이, 그건 야수들도 잘 넣어요. 누가 그랬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저도 나중에 한 번 해볼래요.

콘텐츠 아이디어로 갖고 있을게요. 평소 구단 유튜브에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이에요. 스스로 의식하는 건가요?

그냥 카메라가 오니까 하는 거죠. (적극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작년에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요? 그럼 원래 잘하나 봐요. (웃음) 딱히 나서는 걸 안 좋아해서 의식하고 하는 건 아닌데 ‘무인갸메라’ 때 불펜 포수 동생들을 부른 건 분량 때문에 일부러 그런 거긴 해요.

평소 팬서비스에 대한 오해가 많은 선수라 그 부분을 풀고 싶긴 했거든요.

저도 뭔지는 알거든요. 근데 일일이 해명할 이유도 없고, 반박한다고 해도 거의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에…. 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고요. 처음에는 진짜 짜증 나고 화났어요. 친구가 댓글이랑 사진을 캡처해 보내줘서 알게 됐는데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욕하더라고요. 몰랐을 땐 아예 몰랐어도 한번 보니까 또 뭔 소리를 할까 싶어서 계속 보게 되고. 근데 이젠 그러려니 하고 안 봐요. 어차피 해명해도 믿을 사람만 믿고 안 믿을 사람은 안 믿을 테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다행히 이미지가 바뀌었어요. 특히 89즈 식사 콘텐츠 이후로요.

안 그래도 주변에서 하도 재미있다고 해서 봤는데 편집력이 상당하던데요? 그때 찍으면서 ‘이게 나갈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나가지더라고요. 솔직히 비방용이 많았죠. (그 후로 유튜브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그래요? 자주 출연하도록 하겠습니다!


취미 생활도 궁금해요.

웹툰 보는 걸 좋아해요. ‘마구마구’처럼 애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도 좋아하고요. (야구 선수가 야구 게임을 해요?) 근데 일반인들한테 져요. (팀은 KIA인가요?) 네. 다 KIA예요. 다른 팀 하는 애들 없어요. 보통 자기는 자기 카드를 쓰는데, 저는 용환이를 써요. 제 카드가 너무 썩었더라고요. 높이려면 현질을 해야 하는데 이 녀석을 넘어가려면 한참 해야 해서 포기했어요.

김민식이라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좋은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술 한잔하거나 아니면 야구장에서 야구 잘할 때 재미있고 되게 행복해요.

나중을 대비해야 하는 나이잖아요. 최형우 선배는 야채 농사를 짓고 싶다고 밝혔는데 은퇴 후 미래는 생각해봤나요?

거짓말이에요. 뭔 야채 농사를 지어요. 형우 형은 휴대폰이랑 컴퓨터만 갖다주면 어디서든 살 거예요.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본인의 은퇴 후를 그려본다면?) 제가 많이 그려봤거든요? 2군에 있으면서 정말로 많이 그려봤어요. ‘와 뭘 해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나이는 먹어 가는데 내 자리는 없어지는 것 같고 이러니까 계속 고민해봤는데 딱히 그려지는 게 없더라고요. 앉을 수 있는 한 계속 앉아있어야죠. (나중에 포지션 변경도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나마 포수니까 시합에 나가겠죠? 다른 포지션이면 방망이를 이렇게 치는데 어떻게 시합을 나갈까요. 주어진 거에서 일단 잘해봐야죠. 나중은 좀 이따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김민식에게 야구란?

즐거움도 주고 슬픔도 주는 그런 존재죠. 요즘 같은 때는 정말 행복한데 작년에는 야구가 보기도 싫었으니까요. 저한테는 기쁨과 행복, 슬픔을 동시에 주는 게 야구예요.

앞서 약속한 것처럼 솔직하고 즐거운 인터뷰였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하고 마칠까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들 나가지도 못하고 여행도 못 가서 힘드실 텐데, 힘든 만큼 이 시간이 지나면 분명 좋은 날들이 올 거로 생각합니다.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잘 이겨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1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4호(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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