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구세상 35] 2020년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NC볼'의 실체는?

김도환 2020. 10. 2. 08: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일 NC는 시즌 최종일 경기에서 두산과 명승부를 펼친 끝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동욱 감독이 연출한 ’2019년 10월 첫날의 잠실 명승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2019년을 장식했던 명승부 가운데 10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두산과 NC의 시즌 최종전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정규시즌 우승의 향방을 놓고 팬들의 이목이 쏠린 경기에서 입장이 다른 두 팀은 진짜 명승부를 펼쳤다.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이 달린 경기였지만 , 이미 정규시즌 5위가 확정된 NC는 사실 이 경기에 팀 전력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동욱 감독은 달랐다. 총력을 다해 모든 걸 쏟아부으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야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두산은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9회 말 6-5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9경기 차를 뒤집는 유례 없는 기적을 잠실벌에 쏘아 올렸다.

당시 NC는 이틀 뒤인 10월 3일부터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사실 이 경기를 경기감각을 익히는 전초전 정도로 생각하고 10월 3일부터 총력을 다해야 했다.

LG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두산과 NC의 시즌 최종전을 두고 “아름다운 승부였다”고 말했다.
결과론이지만 NC는 LG에 져 가을 야구에서 쓴잔을 마셨기 때문에 이때 힘을 비축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NC는 비록 일찍 탈락했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숨 막히는 명승부를 연출한 이동욱 감독의 승부사다운 면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


■ 감독보다 선수가 유명해야 한다는 이동욱 감독의 철학

"감독보다 선수가 유명해야 합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요. 감독이 유명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것도 됀찮죠. 하지만 선수가 잘해야 이기는 게 야구입니다.“

무명 선수 시절을 보낸 이동욱 감독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야구 철학 중 일부분이다. 이동욱 감독은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팀이 상승세를 타는 경우 감독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지만, 이 감독은 조용히 팀을 이끌고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응원한다.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이 현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감독보다는 선수에 대한 칭찬이 많지만, 그 바탕에는 이동욱 감독의 지도력이 있다.

중반 이후 키움 등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위태로울 때도 있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인 점도 이동욱 감독의 리더십이었다.

가을 야구로 향하는 막바지에서 파괴력을 발휘하고 것도 놀랍다. 그렇다면 실력 있는 선수를 발탁하고 옥석을 고르는 이동욱 감독의 원칙은 무엇일까?

우선 이름값을 배제한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이다. 데이터를 믿고 나름의 원칙을 지켜온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동욱 감독은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라는 것은 수많은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실력대로 기용할 것”이라고 전하며 “조직력 있는 수비와 두려움 없는 타격, 적극적인 주루, 공격적인 투구 “를 선수 기용의 원칙으로 설명했다.

위기 때마다 NC 선수들이 공수에서 모두 더욱 공격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이동욱 감독의 소신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의외로 냉정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점도 이동욱 감독의 특징이다. 연승을 달릴 때나 팀이 위기에 빠질 때나 흔들림이 없다.

9월의 마지막 날 NC는 10연승을 달렸지만, 이동욱 감독은 "김영규의 공격적인 투구가 좋았다"며 선수를 칭찬한 뒤 다음날 경기 준비에 몰두했다.

10연승을 달릴 때나 팀이 연패 위기에 있을 때나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한 경기를 잡기 위해 무리를 하지도 않고 한 경기를 쉽게 버리지도 않는 모습이 뚜렷하다.

지난해 10월 1일 두산과의 최종전을 컨디션 조절 차원의 경기로 여기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부어 명승부를 만든 점도 이러한 경기 운영의 연장 선상이다.

NC 다이노스 김종문 단장


■ 비선수 출신 스페셜리스트 '김종문 단장'의 전폭적 지원

2020년 10개 구단 단장 중 선수 출신은 7명이다.

두산 김태룡 단장을 비롯해 KIA 조계현, SK 손차훈, LG 차명석, KT 이숭용, 한화 정민철, 롯데 성민규 단장이 선수 생활 경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비선수 출신 단장인 김종문 단장이 NC의 정규리그 우승에 9부 능선을 넘은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신문 기자 출신으로 NC의 마케팅-홍보, 운영, 육성, 경영 등 대부분의 부서를 거친 뒤 단장이 됐다. NC의 창단 때부터 몸을 담아 구단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

김종문 단장이 시도한 다이노스 볼(Dinos Ball) 매뉴얼은 정착되고 있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구단의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즌 도중 장현식, 김태진을 내주고 문경찬과 이정수를 보강한 2대 2 트레이드 역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종문 단장은 최근 신인 지명에선 이른바 ‘타임 단장’으로도 주목받았다.

9월 21일 열렸던 신인 지명에선 거의 매 라운드 지명 전에 추가 논의 시간을 벌기 위해 일명 '타임'을 요청한 것이다. NC 구단은 거듭 신중모드로 논의를 이어가며 선수 한 명, 한 명을 결정했다.

김종문 단장은 "매 라운드 최고의 선택을 하고자 했다"며 "타임 신청이 많았던 것은 더욱 신중하게 선수를 뽑고자 하는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김종문 단장은 ‘선수가 구단에 들어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단장으로 손꼽힌다.

최근 두산과 SK가 성적 면에서 강세를 보이며 선수·현장 출신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NC의 성공과 함께 2020년은 비선수 출신 단장 김종문의 성공 시대를 연 한 해로 새겨질 것이다.

■비선수 출신 '성덕'들 활용 '데이터'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NC 볼'

학문이나 기술의 분야에서 종종 `거인의 어깨(the shoulds of Giants)`에 올라탔다는 말이 있다. 앞서 선구자들이 쌓아 놓은 업적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과를 거두는 것을 뜻한다.

최근 야구는 데이터 전쟁이다. 획기적인 데이터 이용은 종종 거인의 어깨가 돼 야구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이바지하고 새로운 성과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NC의 데이터 팀은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 팀원들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선수 출신이 대부분인 종전 전력분석팀 인원과 데이터-트래킹 시스템 전문가인 비선수 출신 인원이 하나의 팀으로 모여 각자의 전문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호 존중과 이해 속에 종합적인 정보의 취합과 분석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한다. 성공한 덕후(성덕)들이 즐비한 비선수 출신 전력 분석가들이 가장 존중받는 팀 중 하나가 바로 NC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코치진, 선수)과의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분석 결과를 실제 경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욱 감독과 손민한, 이호준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들이 비선수 출신 전력 분석원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데이터 야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NC는 2018년 데이터코치 보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현역 때 느꼈던 데이터 효과를 코치가 되어서 선수들에게 전달할 정도로 잘 구축된 신뢰 관계가 돋보인다.

이동욱 감독은 경기와 관련해 데이터 팀과 직접 논의한다. 프런트에서는 선수 영입 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테임즈부터 알테어 등의 외국인 선수, 그리고 양의지 등 FA 영입 성공 사례 등은 다른 구단의 모델이 되고 있다.

NC의 심층 데이터 분석은 라인업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일단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셋(박민우, 나성범, 양의지)을 1, 3, 4번에 두고 그 외 타순은 당일 컨디션과 상대 투수 등을 고려해 짠다.

한때 부진에 빠졌던 알테어를 8번 타자로 기용해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성공 사례다.

아직도 일부 지도자들은 데이터 야구가 선수 출신 지도자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권위를 깎아내린다는 오해를 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나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도구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 부분을 가장 인간적인 형태로 구현하고 있는 팀이 NC 다이노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변수가 너무 많아 전문가들도 순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프로야구단의 한해 농사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한 걸음 먼저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달려 있다.

2020년 한국 프로야구는 'NC볼' 전성시대,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도환 기자 (kidohn@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