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1도움' 산초, 왼쪽으로 이동하니 살아나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0. 11.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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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르트문트, 클럽 브뤼헤전 3-0 대승
▲ 슈팅 숫자 21대2, 코너킥 9대0으로 압도
▲ 산초,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1골 1도움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클럽 브뤼헤와의 경기에서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으나 이번 시즌 초반 다소 주춤했던 제이든 산초가 살아나면서 손쉽게 3-0 대승을 거두었다.

도르트문트가 지그날 이두나 파크 홈에서 열린 2020/21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4차전에서 클럽 브뤼헤를 3-0으로 대파했다. 이와 함께 도르트문트는 3승 1패 승점 9점으로 F조 1위를 달리면서 16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홀란드가 언제나처럼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고, 조바니 레이나를 중심으로 토르강 아자르와 제이든 산초가 좌우에 포진하면서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토마스 델라이니와 주드 벨링엄이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를 구축했고, 하파엘 게레이루와 토마스 뫼니에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마츠 훔멜스와 마누엘 아칸지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로만 뷔어키 골키퍼가 지켰다.


하지만 경기 시작하고 5분경까지 산초가 이렇다할 볼터치조차 가져가지 못하자 루시앵 파브르 도르트문트 감독은 곧바로 산초를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키면서 대신 토르강을 오른쪽 측면으로 옮겼다. 이는 산초의 이번 경기 히트맵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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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는 지난 시즌까지 오른쪽 측면에서 아슈라프 하키미와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양산해냈다. 분데스리가만 놓고 보더라도 2018/19 시즌 12골 14도움에 이어 2019/20 시즌 17골 16도움을 올리면서 두 시즌 연속 10-10 고지를 점령했던 산초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산초는 하키미가 인테르로 떠났고, 그를 대신해 오른쪽 측면 수비수가 뫼니에로 바뀌면서 제대로 된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도리어 공격은 고사하고 뫼니에의 불안한 수비를 커버하기 위해 자주 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야 했던 산초였다.

이것이 이번 시즌 초반 산초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분데스리가 6경기에 출전해 2도움에 그친 것. 이에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이달 초, "산초가 지난 시즌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몸값에서 동떨어져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게레이루의 지원을 받자 산초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동료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 역시 2회로 공동 1위였다. 이에 더해 슈팅은 3회로 홀란드(7회)에 이어 공동 2위였다. 패스 성공률은 87.9%로 공격 쪽에 위치한 선수로는 상당히 준수한 수치였다. 무엇보다도 볼터치 횟수가 86회로 게레이루(93회) 다음으로 많았다.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 산초이다.


산초의 공격이 살아나자 자연스럽게 도르트문트가 공격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점유율 자체는 도르트문트가 52대48로 근소하게 앞섰으나 슈팅 숫자에서 21대2로 상대를 압도했다. 그마저도 클럽 브뤼헤가 기록한 2번의 슈팅은 모두 먼거리에서 무모하게 시도했던 슈팅들이었다(심지어 26분경엔 하프 라인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코너킥에서도 도르트문트는 9회를 얻어내는 동안 상대에겐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말 그대로 상대에게 공격다운 공격 한 번 허용하지 않은 채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한 도르트문트였다.

이 과정에서 산초는 18분경, 가로채기에 이은 센스 있는 스루 패스로 홀란드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서 전반 종료 직전엔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에 꽂히는 정교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이는 잉글랜드 선수로는 2005년 10월 데이빗 베컴(당시 레알 마드리드 소속) 이후 타리그 소속으로 15년 만의 기록한 챔피언스 리그 프리킥 골이었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후반 15분경, 홀란드가 골을 추가하면서 3-0 대승을 거두었다.


물론 이번 경기에서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홀란드였다. 홀란드는 멀티골을 넣으면서 2020/21 시즌 챔피언스 리그 6골로 득점 1위에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홀란드는 개인 통산 챔피언스 리그 12경기에서 16골을 넣으면서 대회 역대 최단 경기 15골 돌파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다만 도르트문트 입장만 놓고 보자면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산초의 부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홀란드의 득점 행진은 도르트문트에게 있어선 일상적인 일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대비 이번 시즌 가장 달라진 부분은 산초의 부진에 있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 이선 자원들 중 득점 생산성에 있어 가장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선수는 다름 아닌 산초이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경기 이전까지 챔피언스 리그에서 경기당 슈팅 숫자가 12회였다. 이번 경기와 마찬가지로 3-0으로 승리했던 클럽 브뤼헤와의 3차전에서도 슈팅 11회에 그쳤던 도르트문트였다. 하지만 산초가 살아나자 같은 팀을 상대로 리턴 매치에서 슈팅 숫자가 21회로 크게 증가했다. 산초가 살아나야 도르트문트의 공격도 한층 더 활기를 띄게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즉 산초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도르트문트는 앞으로의 경기들에서 산초를 왼쪽 측면으로 배치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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