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의 아이들, 부상 병동 리버풀에 귀중한 승 선물하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0. 12. 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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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 아약스전 1-0 승
▲ 유스 출신 존스와 윌리엄스 골합작(존스 골-윌리엄스 도움)
▲ 데뷔전 켈러허, 4회 슈팅 선방으로 무실점 견인
▲ 리버풀, 아약스전 승리로 챔피언스 리그 조 1위 확정 지으며 16강 진출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리버풀이 유스 삼인방의 활약에 힘입어 아약스를 꺾고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리버풀이 안필드 홈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2020/21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5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리버풀은 4승 1패 승점 12점으로 16강 진출은 물론 조 1위까지 확정짓는 데 성공했다.

최근 리버풀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핵심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와 센터백 파트너 조 고메스에 더해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동시에 부상으로 빠진 데다가 주말 브라이턴과의 경기에선 멀티 플레이어로 아놀드의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던 베테랑 제임스 밀너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가 발생했다. 안 그래도 리버풀은 유스 출신 백업 수비수 나다니엘 필립스를 챔피언스 리그 명단에 등록하지 않으면서 출전이 불가했기에 정상적인 포백 라인을 형성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리버풀은 미드필더 포지션에선 티아고 알칸타라와 나비 케이타,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약스전을 앞두고 주전 수문장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마저 훈련 도중 햄스트링 쪽 통증을 호소해 (부상 방지 차원에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수비와 미드필더 포지션에 너무 많은 전력 누수가 발생한 리버풀이었다.

이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유스 삼인방을 가동하는 강수를 던졌다. 커티스 존스와 네코 윌리엄스, 퀴빈 켈러허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켈러허는 이번 경기가 감격적인 프로 데뷔 무대였다.


부상자가 없는 공격진의 경우 디오구 조타를 중심으로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톱을 형성했다. 주장 조던 헨더슨을 중심으로 조르지니오 바이날둠과 존스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앤드류 로버트슨과 윌리엄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인 파비뉴가 수비수(판 다이크-고메스 동시 부상으로 이번 시즌 파비뉴는 센터백으로 더 많이 뛰고 있다)로 내려와 조엘 마팁과 함께 센터백 듀오를 형성했다.

결과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유스 삼인방 선발 출전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후반 13분경, 윌리엄스가 길게 넘겨준 크로스를 먼포스트로 쇄도해 들어오던 존스가 다리를 쭉 뻗어선 방향만 바꾸는 슈팅으로 천금같은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만 19세 동갑내기 선수들이 골을 합작한 것. 이는 리버풀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10대 선수 합작 골이었다. 켈러허는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환상적인 선방을 펼치며 무실점에 크게 기여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경기였다. 리버풀은 홈임에도 점유율에서 아약스에게 44대56으로 열세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존스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세하면서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기에 리버풀은 정작 슈팅 숫자에선 15대11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실제 존스는 이 경기에서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4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2회가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다. 드리블 돌파 역시 2회로 마네와 함께 리버풀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공중볼도 출전 선수들 중 공동 1위(살라와 동률)인 5회를 획득한 존스였다.


존스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조타의 백패스를 논스톱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곧바로 2분 뒤(5분), 그는 살라의 백패스를 다시 한 번 논스톱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번엔 골대를 맞고 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경기 초반 두 차례의 위협적인 슈팅을 통해 절정에 오른 킥감각을 자랑한 존스였다. 결국 후반 그는 천금같은 결승골을 기록하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존스가 공격적으로 나섰다면 윌리엄스는 기본적으로 수비에 다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아약스 오른쪽 측면 수비수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자주 나서다 보니 윌리엄스가 상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안토니와 마즈라위를 동시에 수비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스는 리버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태클을 성공시켰고, 2회의 걷어내기와 1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하면서 아약스의 측면 공격을 최대한으로 제어했다. 하지만 수비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기회를 엿보던 그는 결정적인 순간 공격에 가담해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하지만 수비적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리버풀 무실점에 있어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선수는 다름 아닌 켈러허였다. 그는 이 경기에서 총 4회의 유효 슈팅을 선방해냈다. 먼저 그는 32분경, 마즈라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손끝으로 쳐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후반 11분경에도 마즈라위의 슈팅을 몸을 날려 저지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는 아약스 베테랑 공격수 클라스-얀 훈텔라르의 골문 앞 헤딩 슈팅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데뷔전이었다. 이에 클롭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켈러허에게 뛰어가선 꼬옥 안아주며 축하해주었다.


만약 리버풀이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승점 9점으로 아약스(현재 승점 7점. 리버풀전 승리했다면 10점)에게 조 1위 자리를 내줌과 동시에 아탈란타(승점 8점)에게 승점 1점 차 추격을 허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스 삼인방의 활약 덕에 중요한 순간 승리하면서 16강 진출에 더해 조 1위까지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부상 병동으로 신음하고 있는 리버풀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도 값진 1승이었다.

클롭은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11월 중반, 기자회견을 통해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내가 2008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을 처음 맡았을 당시에도 만 19세와 만 20세 센터백으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그들은 바로 마츠 훔멜스와 네벤 수보티치이다. 여기 리버풀에도 만 18세와 만 19세, 만 23세의 재능들이 있다. 경험 있는 선수들도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길 원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문제를 우리 선수들과 함께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도르트문트는 2007/08 시즌만 하더라도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13위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클롭이 지휘봉을 잡은 2008/09 시즌부터 훔멜스와 수보티치, 누리 사힌, 마르첼 슈멜처,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같은 88년생 동갑내기들로 팀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88년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89년생 동갑내기 스벤 벤더와 카가와 신지에 더해 92년생 대형 유망주 마리오 괴체가 팀에 가세하면서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2010/11 시즌과 2011/12 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를 차지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들은 클롭의 아이들로 불리면서 주가를 높였다. 어쩌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리버풀에도 새로운 클롭의 아이들이 성장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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