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도 깜짝 놀란 사라진 60억원, 선수협은 찾을 수 있을까?[SS 이슈추적]

장강훈 2020. 12. 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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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선수협회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NC 양의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갑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새 수장으로 선임된 양의지(33·NC) 회장은 회계감사 결과보고서를 확인한 뒤 아연실색했다. 양 회장은 8일 “10년치 자료라 양도 방대했는데, 증빙서류가 없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는 자금이 엄청 많더라. 4~5년 전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 권시형 전 사무총장의 배임 횡령 사건부터 당시까지 자금 출처를 재정리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전달받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이 “정관을 비롯한 각종 규정을 재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업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7일 오전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프로야구 선수협회 이사회 후 이대호 선수와 오동현 선수협 고문 변호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협은 회계감사 결과발표를 앞두고 판공비 현금지금 논란에 시달렸다. 이대호 전회장 선임 직전 회장 판공비를 6000만원으로 증액한 것과 김태현 전 사무총장이 정관에도 없는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은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도 이 부분으로 회의장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 양 회장은 “잘못된 판공비 지급 관행과 사무총장의 현금 사용 등 문제는 환수 등의 조치로 조기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감사 과정에 드러난 자금 출저 미확인분은 어떤 형태로든 확인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제 막 회장으로 선임된데다 NC 우승으로 외부 일정이 많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는대로 꼼꼼히 점검할 예정이다.
스포츠서울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7일 회계감사 결과보고서 상 누락된 금액만 6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일부는 환수 시효가 만료돼 돌려받을 길이 사라졌고, 나머지는 출처가 불분명해 확인이 필요하다. 선수협 핵심 관계자는 “자세한 액수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자금 사용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금액은 통장 거래내역이나 해당 사업체 면담 등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 전임 사무총장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하고, 사용출처를 증빙할 서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계처리 과정상 단순실수 등으로 증빙자료가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손실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증빙서류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 실무 담당자와 책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프로야구 롯데 이대호(왼쪽)와 NC 양의지 선수가 7일 오전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선수협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협 자체 예산은 연평균 8억원 규모다. 권 전 사무총장의 횡령액 중 돌려받지 못한 금액을 제외해도 10년간 50억원 가량이 사라진 꼴이다. 연평균 5억원 수준인데, 선수협 자체 예산의 60% 가량이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양 회장을 포함한 새 이사진이 감사 결과보고서를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액수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는 “인건비 등 선수협 자체 예산을 유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몇몇 사무총장이 유흥업소에서 2000~3000만원씩 쓴 이력은 선수협에서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연평균 수 억원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이 쓰여졌다면, 선수협이 따로 진행한 사업이나 행사 등 별도예산에서 빠져나간 금액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선수들의 초상권 사용료와 회비 등을 합치면 30억원 이상 큰 돈이 오가는 곳이 선수협이다. 양 회장은 “회장 당선 소식과 동시에 사무총장을 해주겠다는 분들이 나서고 있다”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 곳인데다 감시 장치가 소홀하니 제삿밥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감사 결과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이 전회장의 판공비를 이슈화한 것도 이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프로야구 롯데 이대호 선수가 7일 오전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선수협회 이사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양 회장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갈 생각이다. 선수협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들은 하루라도 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이사진에 많이 포진했기 떄문에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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