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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깡패가 돌아왔다..'카타르의 기적' 울산, ACL서 쓴 2020 반전드라마

김용일 입력 2020. 12.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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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호랑이 군단의 억눌렸던 한을 달래주 듯 주장 신진호의 양손으로 들어올려진 ‘챔피언 트로피’는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마침내 우승 한풀이에 성공한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은 챔피언 시상대에서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며 꿈같은 밤을 보냈다.

K리그 전통의 명가 울산이 8년 만에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랐다. 울산은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끝난 페르세폴리스(이란)와 2020 ACL 결승전에서 브라질 골잡이 주니오의 멀티골로 2-1 역전승했다. 지난 2012년 이 대회에서 무패(10승2무)로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아시아의 깡패’ 수식어가 따른 울산은 8년 만에 또다시 무패(9승1무) 신화를 재연,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K리그 팀으로는 2016년 전북 현대 이후 4년 만의 우승이다. 울산은 ACL 우승 상금 400만 달러(44억 원)를 품었다. 앞서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승리 및 출전 수당으로만 91만 달러를 벌어들인 울산은 ACL에서만 491만 달러(54억 원)의 잭폿을 터뜨렸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은 셈이다. 또 이 대회 우승으로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획득, 6개 대륙 클럽대항전 챔피언과 겨루게 됐다.

‘카타르의 기적’으로 표현할 만한 완벽한 반전드라마다. 이청용, 윤빛가람, 조현우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 싹쓸이 영입으로 올해 15년 만에 K리그1 우승 도전에 나섰던 울산은 시즌 내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으나 2년 연속으로 라이벌 팀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게다가 2년 만에 결승에 오른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도 전북에 밀렸다. 김 감독 체제에서 최근 세 시즌간 K리그1(2019 2020)과 FA컵(2018 2020)에서 두 차례씩 모두 2인자에 그치면서 ‘준산’이라는 오명까지 떠안아야 했다. ‘김도훈호’의 올 시즌은 모두가 실패로 여겼고,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카타르에서 지난달 재개된 ACL에 대한 기대치도 낮았다. 더구나 주전 골키퍼 조현우가 A매치 차출 기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합류가 무산되는 등 전력 누수도 발생했다.

실제 국내 대회를 마치고 카타르로 날아간 울산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결과가 지속했다. 조별리그(F조) 6경기와 16강~8강~4강~결승까지 10경기에서 23골을 넣고 7실점하는 등 공·수에 걸쳐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면서 9승1무 무패를 기록했다. 1무는 ACL이 중단되기 전인 지난 2월 FC도쿄전(1-1 무) 결과다. 카타르에 입성해 치른 9경기에서는 전승을 거뒀다. 또 9경기 모두 다득점(2골 이상) 경기를 펼쳤는데 이 부문 7경기 연속 기록을 세운 건 울산이 처음이다.

무엇이 울산을 춤추게 했을까. 코치진부터 선수단까지 우승 등 결과에 대한 중압감을 내려놓은 게 가장 큰 동력이 됐다. 국내에서는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혀 김 감독서부터 주요 승부처에서 소극적인 용병술로 쓴 맛을 봤고, 주력 요원도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게 ‘쓴보약’이 돼 ACL에서 힘을 발휘했다. 올해로 울산과 계약이 끝나는 김 감독은 선수들과 모든 짐을 내려놓고 ‘즐거운 축구’를 표방했다. 3~4일 간격으로 대회가 빡빡하게 진행됐고, 경기장~훈련장~숙소만 오가는 격리 생활로 심신이 지칠 법했으나 내부에서 진솔한 소통이 오가며 하나가 됐다. 여기에 김 감독은 대회 기간 폭넓은 로테이션으로 주전, 교체 멤버를 가리지 않고 전 선수가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했다. 경기 중 과감한 용병술도 힘을 더했다. 그 결과 결승전 2골을 포함해 7골을 기록한 주니오 뿐 아니라 비욘 존슨도 교체로만 5골을 넣고, 윤빛가람도 4골을 터뜨리는 등 득점 분포가 다양했다. 또 전체 23골 중 절반에 달하는 11골이 승부처인 후반 30분 이후에 나왔을 정도로 ‘강한 뒷심’도 대회 내내 화젯거리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국내 대회 ‘더블(2관왕)’을 해낸 전북은 물론, FC서울이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는 등 K리그 팀이 고전하는 인상이 짙었다. 반면 오름세를 탄 울산은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국가대표의 마음’으로 뛰었다. K리그 팀으로 함께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살아남은 수원 삼성이 8강에서 비셀 고베(일본)에 져 탈락했지만 불꽃 같은 투혼을 펼친 것도 자극이 됐다. 김 감독은 “(국내 대회 실패 이후)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다. 준우승 두 번하고 침체한 분위기였기에 힘들었는데 오기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팬들께 죄송하다.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타르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겁게 축구했다. 축구가 즐겁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대 이상의 결과물에 김 감독의 거취도 단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우승 직후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집에 가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며 이별을 공식화했다. 울산 구단도 20일 ‘김 감독과 4년간의 동행을 마치고 작별한다’면서 조만간 후임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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