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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득점 2위 손흥민, '오프 더 볼' 에서 만들어진 결과

노윤주 기자, 송승민 기자 입력 2021. 01.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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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노윤주 기자, 송승민 영상 기자] 치고 달리기, 축구 선수라면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치고 달리기. 그냥 하면 안 된다.

과거에는 주력 하나로도 충분히 그라운드를 지배했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다음 장면을 미리 예상하고 움직이는 공간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소위 오프 더 볼(off the ball), 즉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격 흐름이 끊기지 않게 움직이며 슈팅해 골로 연결하거나 동료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팀의 공 소유권과 공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 축구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볼 없이 그라운드를 누벼도 동료의 패스가 어디에 떨어질 것인지 미리 예측해야 하고, 자신이 볼을 소유했다가 동료에게 주면서 다시 받아 슈팅을 하거나 패스로 흐름이 끊기지 않게 이어가는, 모든 복잡한 상황은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미운 오리'인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오프 더 볼의 황제라고 불린다.

호날두는 순간 스피드가 상당히 빠른 공격수에 속한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3-14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결승전 4-1 승리 당시 페널티킥으로 한 골 넣었지만, 경기 중 스프린트 순간 최고 속도가 33.6km/h나 됐다.

황제 우사인 볼트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선에서 9초 58의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 평균 속도 37.58km/h, 순간 최고 속도 44.7km/h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속도다.

육상 트랙이 아닌 잔디 위를 뛰었으니 말이다.

볼트는 지난해 11월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를 통해 "호날두가 나보다 빠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엄청난 운동선수다. 현재는 호날두가 나보다 빠르다고 생각한다"라며 호날두의 운동 능력을 인정했다.

득점으로 실패했지만, 호날두의 오프 더 볼이 뛰어났던 경기 한 번 볼까.

2019-20 시즌 세리에 A 30라운드 토리노전이다.

전반 17분 미랄렘 피야니치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전방을 향해 전진한다.

이때 화면 오른쪽 측면에 있는 호날두가 손을 들죠. 빨리 내게 볼을 달라는 거다.

피야니치는 지체 없이 전방 공간을 향해 롱패스를 하고 호날두는 스프린트 한 뒤 볼을 잡아 수비수를 달고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들어가 슈팅한다.

뛰어난 개인기가 섞인 마무리였다.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리바운드볼을 페데리코 베르나르 데스키에게 연결해 다시 한번 슈팅으로 이어가게 한다. 이기적이라는 호날두도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이타성을 장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호날두를 닮아간다는 대한민국의 청년이 있다. 바로 손흥민이다.

손흥민에게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오프 더 볼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초반에만 하더라도 이기적이고 고립을 스스로 자초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레버쿠젠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의 카림 벨라라비나와 하칸 찰하놀루, 그리고 슈테판 키슬링과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희생해야 자신이 산다는 것을 알았던 손흥민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레버쿠젠에 완벽히 녹아든다. 이 때문에 현재 파리 생제르맹 수장이 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토트넘으로 호출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토트넘의 선수 영입을 전담했던 데이비드 웹은 지난해 12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가짜 9번으로 뛰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포체티노는 손흥민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을 정말 좋아했다"라는 비화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오프 더 볼, 포체티노 체제에서 토트넘을 2018-19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맨체스터 시티와 8강 2차전 원정 경기, 0-1로 뒤진 전반 7분 손흥민이 동점골을 넣는다.

과정을 한 번 볼까.

루카스 모우라가 델리 알리에게 패스하는 순간 손흥민은 수비 뒷공간에서 오프사이드 함정에 걸리지 않으려 재빠르게 몸을 돌린다. 알리가 오른쪽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패스하자 손흥민은 아이메릭 라포르트와 뱅상 콤파니 사이로 들어간다.

에릭센의 패스를 받기 위해, 혹은 수비에 맞고 나오는 볼을 소유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손흥민은 결국 성공한다.

에릭센이 아닌 라포르트에게 맞고 나온 볼을 그대로 슈팅해 골 망을 갈랐다.

두 번째 골이 오프 더 볼의 정수다. 중앙선 부근에서 맨시티의 공격 전개를 차단한 뒤 역습으로 전환되자 손흥민은 빠르게 전방으로 치고 달린다.

맨시티 수비는 손흥민을 잡는 대신에 모우라의 패스가 제3자에게 연결되는 것을 막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연결된 볼을 받아 소위 손흥민 존에서 오른발 감아 차기로 골 망을 가른다.

모우라의 전방 침투 시에 조금만 늦었어도 슈팅 기회는 없었겠다.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절친 카일 워커마저 손흥민 방어에 실패했으니 말이다. 조제 무리뉴 체제에서는 오프 더 볼의 최적화를 보여준다. 체력 소모가 심한,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역습을 시도하는데도 과감하게 움직여 상대를 교란시킨다.

부단한 연습으로 약점으로 지적된 퍼스트 터치도 완벽에 가깝게 만들었다.

올 시즌 유로파리그 루도고레츠 원정이 대표적이다.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손흥민 무려 15초 만에 도움을 기록한다. 2-1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손흥민이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무리뉴 감독의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손흥민은 중앙선 부근에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차단해 전개된 볼을 순식간에 후방에서 침투해 지오바니 로셀소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다.

호이비에르가 5m 뒤에 서 있었는데 볼을 잡는 순간 이미 스타트해 수비수들이 놓치게 만든 것이다. 골 욕심이 있었다면 볼을 잡은 지점에서 바로 왼쪽 골대를 향해 슈팅했거나 오른쪽 구석으로 감아 차기가 가능했지만, 최종 선택은 자유롭게 서 있던 로셀소에게 도움을 한 것이다.

단 30분만 뛰고 손흥민은 호이비에르와 함께 풋볼 런던에서 가장 높은 평점 7점을 받았다.

다음은 빅6 원정 마무리 골이었던 리버풀전, 전반 33분, 역습 시작점이었던 로셀소가 드리블해 올라오자 조금씩 전진하며 기다린다.

힐끔힐끔 보더니 로셀소의 패스가 들어오는 순간, 소위 라인 브레이킹이라고 하죠. 수비라인을 깨버리며 침투한다.

반 박자를 기다린 손흥민, 순식간에 볼을 잡고 페널티지역 안으로 전진해 알리송 베케르를 뚫어버린다. 리버풀은 VAR을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지 해설은 이 장면을 두고 "토트넘이 하는 일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역습을 비유했다.

평소 손흥민은 호날두의 플레이를 닮고 싶어 해 '손날두'로 불렸다. 점점 호날두에 가까워지고 있다.

12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손흥민의 골은 오프 더 볼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동료를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에 깔끔한 결정력과 너른 시야, 모든 것을 갖춰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무리뉴 체제 초반에 '혹사론'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제는 손흥민을 빼면 토트넘 승점 3점이 날아간다는 나쁜 법칙도 생기고 있다.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101골 중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35분 이후에는 14골을 넣었는데 동점인 상황에서 결승골로 승리를 수확한 경우가 6골, 1-0과 2-1 등 팽팽한 승부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골을 넣은 경우는 5골이다.

경기 전적도 13승 1무, 추가시간 넣은 5골은 5전 전승이다.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상대 수비를 압박하고 오프 더 볼로 만든 결과물이다.

오프 더 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손흥민, 얼마나 더 진화할까.

스포티비뉴스=노윤주 기자, 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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